종이신문이 두눈 똑바로 뜨고 감시한다면, 한달도 버틸 수 없는 것이 포털이다. 우선 포털에 무료공급하는 뉴스부터 중단하라.
'종이신문은 포털과 싸워 이길 수 있다'
네이버의 돈 14억원을 받아 시작하려던 언론사들의 DB구축 사업 아쿠아프로젝트가 좌초할 위기에 쳐했다. 이 사업을 주도한 온라인신문협회의 공언대로, 막대한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고, 오히려 개별 언론사들의 콘텐츠 사업만 위축될 거란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아쿠아 프로젝트가 아무런 법적 규제없이 무분별하게 뉴스를 끌어와 언론권력화된 포털에 철저히 종속되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지난 12월 언론중재위 주최 정기 세미나에서 필자는 포털의 한 관계자와, 방송사 기자 한 명과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은 바 있다. 그들의 공통된 의견은 아쿠아 프로젝트가 실패할 가능성도 있지만, 사실 상 종이신문의 처지에서 그것 말고 다른 생존의 탈출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아쿠아프로젝트의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한 중앙일간지 인터넷뉴스 담당자 역시, 무언가 석연치 않지만, 내부 의견은 아쿠아 프로젝트의 성공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중동 비판의 기준을 포털에는 적용하지 않는 언론개혁 세력
종이신문의 구독률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신뢰도 역시 방송과 인터넷에 크게 뒤지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모든 뉴스가 포털에 모이면서,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마저 포털 사이트에 빼앗기며, 사실상 포털의 산소호흡기를 꼽고 생존을 이어가는 언론사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조중동과 같이 자본이 축적된 언론사들은 종이보다는 새로운 뉴미디어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기도 한다.
언론개혁운동을 이끌어왔던 언론학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조중동 등 종이신문에 대해서는 작은 팩트 하나라도 찾아서 비판하던 그들이지만, 거대 언론권력 포털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비판을 하는 학자를 한 명이라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의 논리적 모순점은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찾아서 지적하기도 벅찰 정도이다.
지금까지 언론개혁진영이 조중동 등 종이신문을 비판하는 근거는 대략 네 가지였다.
첫째, 조중동은 유통망을 자본으로 장악하여, 뉴스의 질적 경쟁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둘째, 너무나 파당적인 논조로 특정 정치세력의 나팔수 역할을 지속해왔다.
셋째, 구독료 대비 광고수입 의존도가 너무 높아 광고주 평향 논조를 유지해왔다.
넷째,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선정적인 기사를 남발해왔다.
대부분의 언론개혁을 지향한 학자들이 이 네 가지 논리로 조중동을 비판해왔고, 조중동뿐 아니라 종이신문 시장이 붕괴 직전에 이른 오늘날까지도, 바로 이 네 가지 논리로, 이런 상황을 정당화하고 있다. 종이신문이 망해가는 이유는 모두들 너희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니 당해도 싸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분석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백번 양보한다 하더라도, 이 네 가지 근거를 한번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네이버와 다음 등은 이미 자본의 규모만 해도 조중동을 넘어섰다. 더구나 이들의 투자 자본은 주식시장에서 조달되는 해외 투기 자본이 상당한 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막강한 자본력을 이용해, 무료 까페, 블로그, 메일, 무료 쇼핑몰 쿠폰, 콘서트 할인권 등, 온갖 부대 서비를 제공하여, 회원을 끌어모은 뒤, 그 회원을 대상으로 뉴스를 팔고 있다. 정당하게 뉴스가치로 독자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힘으로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유통망 확보 방식은, 그까짓 선풍기 한두 개 주는 종이신문의 경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어떤 언론학자들도 이 점을 지적하지 않는다. 오히려 언론개혁을 주장하는 학자들 중에서는 이러한 포털의 유통망 장악을 신패러다임이라 극찬하는 사람들마저 있을 정도이다.
네이버와 야후는 反정부, 다음과 엠파스는 親정부 언론
필자는 기자협회보 주최 토론회에서 포털 사이트의 정치적 논조에 대해 “네이버와 야후는 反정부, 다음과 엠파스는 親정부적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토론에 참여한 기자협회 회장은 놀라운 일이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었다. 물론 이를 명쾌하게 팩트로 제시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포털은 각 언론사와 달리 사설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의 입장을 숨기면서, 교묘한 편집으로 정치적 논조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자면, 한나라당 주성영 술자리 파문 때, 각 포털 사이트가 어떤 매체의 기사를 메인에 올렸는지 검토해보면, 충분히 그들의 논조를 파악할 수 있는 일이다. 참고로 포털 사이트 다음은 시종일관 오마이뉴스의 주성영 비판기사를 메인에 편집했다. 다른 포털과는 전혀 다른 편집이었다. 즉 포털 사이트 역시 조중동과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특정 정치세력과 유착 및 결탁할 수 있고, 벌써 이러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상황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다음 대통령 선거 때는 포털의 대통령 만들기로 얼록질 가능성이 높다.
이것 이외에 전체 수익의 70% 이상을 광고로 유지하고, 선정적 기사 배치 등은 더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핵심은 포털이 얼마나 부도덕한 것인가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강조하고 싶은 점은, 대부분의 언론학자들이 신문시장이 망한 이유로 들고 있는 종이신문의 결점들은, 오히려 뉴미디어로 칭송받는 포털이 더 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의 종이신문이 망해가는 이유는 지금껏 언론학자들이 분석한 것과는 분명히 다를 가능성이 높다.
신문, 잡지, 출판 시장 전체가 붕괴되는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종이신문이 올드미디어인 것은 맞고, 전 세계적으로도 구독률이 감소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OECD 가입국가 중 한국처럼 종이신문 구독률이 급감하는 곳은 없다. 또한 프랑스의 경우 일간지의 구독률은 감소하지만, 전문 주간지와 월간지의 구독률은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중앙지의 구독률은 감소하지만, 지역지의 구독률은 증가하고 있다. 한국처럼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 계간지, 출판 단행본 시장이 해가 갈수록 반의 반토막으로 떨어지는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종이언론이 망해가는 이유를 다른 측면에서 검토해보고자 한다. 선진국은 물론 중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전혀 볼 수 없는 이상한 현상들이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종이언론시장이 초토화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진단이다.
첫째, 조선일보와 같이 1등 신문임을 자랑하는 언론사가, 철저히 상업적인 포털 사이트 전체에 기사를 헐값에 팔아넘겨, 무료 서비스를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조선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중앙일보의 미디어 전문기자 김택환조차도 “뉴욕타임즈가 이럽니까, 요미우리가 이럽니까? 언론사들이 포털에 기사 파는 것은 한심한 일입니다.”라며 한 강연회에서 필자에게 언급한 바 있다.
한겨레신문사의 독자배가 추진운동 단장을 맡고 있는 홍세화 선생 역시 “도대체, 포털 사이트에 가면, 한겨레, 한겨레21, 씨네21 등 한겨레신문사가 만드는 모든 뉴스를 공짜로 보는데, 왜 제가 돈을 주고 한겨레를 봐야 하는지 설명해보십시오.”라는 필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포털이 유가 뉴스를 무료서비스하도록 방조 아니, 오히려 조장을 해놓고서, 종이신문이 망해간다고 아우성을 치니, 대체 자기 손으로 자기 뺨을 때리며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격이 아니겠는가?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이상한 언론경영방식을 고수하는 나라는 오직 대한민국 하나이다.
둘째,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권의 실세들, 자칭 개혁세력이라 자부하는 언론학자와 언론운동가들이 앞장서서, 종이신문 전체를 무시하는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비판은 조중동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발언이 반복되면서, 신문 자체의 위상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다. 언론학자들을 사석에서 만나더라도, “나는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다”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경향들이 있다. 자기들 제자들의 밥줄이 끊어지고 있다는 점은 고려하지도 않는단 말인가? 제대로 된 신문 개혁을 하겠다는 그들의 선의는 이해하지만, 지금 그 정도가 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말이다. 조중동 죽이려다, 경향하고 한겨레까지 같이 죽게 생겼는데, 아직까지도 낡은 진보적 관념인 안티 조중동만 외치며, 신문 죽이기에 앞장서는 일부 학자들과 운동가들은 반성과 성찰을 하기 바란다.
그들이 원칙 하나로 조중동을 비판한다면, 그들의 진정성이라도 인정해줄만하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대로, 그들의 조중동 비판 기준으로 검토하면 포털은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 중 포털을 비판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조차 없으니, 어떻게 그들의 비판을 이해하겠냐는 말이다. 오히려 노대통령을 비롯하여 정권의 실세들이 바라는 대로, 신문시장 전체를 죽이는데 충성을 다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그들의 비판은 이미 균형을 잃어버렸다.
또한, 조중동 등 거대 언론자본을 비판하며 등장한,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인터넷언론들 역시, 자사의 이익을 위해 포털 문제에 눈감고 있다면, 이들 역시 향후 존재의 의의조차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성장했다 한들, 조중동의 자본의 100분의 1도 안 되면서, 벌써부터 자본에 대해 고개숙이는 법부터 배워서, 어떻게 비판적 언론으로 자리잡을 수 있겠는가. 정작 비판해야할 곳은 하지 않고,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조중동 비판으로 개혁의 정당성을 찾겠다는 발상은 하루 빨리 버려야할 것이다.
셋째, 온라인게임의 성장만을 부추기며, 책읽기와 신문읽기를 하는 사람들을 시대에 뒤떨어진 양 몰아가는 정부정책 탓도 크다. 특히 정통부와 관련 국회의원들은 게임중독 증세를 보이며, 오락산업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해서 오히려, 마치 신세대의 새로운 문화 생산자인 것처럼 호도하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 온라인 게임은 첨단 산업도 아니고, 게이머들이 신세대의 대변인들도 아니다. 오히려 온라인 게임은 출판, 음악, 영화, 방송 등 전체 문화산업을 급속히 위축시키며, 청소년 시절 글읽기 및 사고 능력을 크게 후퇴시키고 있다.
넷째, 오직 종이신문 비판에만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방송사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의 영향력도 무시활 수 없다. 이들 프로그램은 포털 및 인터넷의 언론권력에 대해서는 좀처럼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 비판의 등가성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마치 종이신문은 만악의 근원이고, 인터넷포털은 별다른 책임이 없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종이신문은 포털과 싸워 이길 수 있다
종이신문이 망하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하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우선 각 유력지들부터 포털 사이트의 뉴스 공급을 중단하고, 새로운 언론권력 인터넷 포털의 문제점을 철저히 비판해보라. 포털은 스포츠지보다도 더한 대중매체이다. 그럼 대중매체로서의 역할만 해야하는데, 현재는 그들에게 권력까지 부여되어 있다. 명예훼손, 불법 저작권, 초상권 등 포털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오염되었는지만 꾸준히 증명하면, 포털의 언론권력은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다. 포털은 공간 전체가 우범지역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범법행위가 일상화되어있다. 종이신문이 두눈 똑바로 뜨고 감시한다면, 한달도 버틸 수 없는 것이 포털의 허약체질이다. 이미 각 영역에서는 저작권법, 대체실명제법,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여 포털에 대한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그렇게 포털에 제 몫을 찾아주면서 종이의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종이신문의 권위 추락의 원흉이 되고 있는 파당적인 논조를 자제하고, 진보와 보수가 익히 공유할 수 있는 접점 지점에서 대안을 제시해보라. 인터넷과 달리 차분한 토론이 가능한 종이의 장점을 살린다면, 얼마든지 다시 의제설정기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것만 한다고 다시 신문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지적을 하듯이, 특색없이 모두 종합지만을 지향하는 신문을, 국제, 대중문화, 지역 등등 특화된 매체로 각자 키워나가면서, 자기만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노력들을 해야한다. 그리고, 신문유통원, 신문발전기금 등, 인쇄매체 지원을 위한 제도를 적절히 활용하여, 신문 뿐 아니라 잡지와 출판 등 모든 인쇄매체 시장 전체를 살리는데 종이신문이 앞장서야 한다.
과연 이렇게 차분히 노력하는 데도, 종이신문이 망한다면, 그건 시대의 흐름이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지금의 종이신문들이 이중 단 한 가지라도 제대로 실천한 것이 있던가? 특히 인터넷포털로의 뉴스공급은 지금 당장이라도 경영진이 결정하여, 11개 중앙일간지만 다 빠져도 되는 일인데, 이조차 하지 않고 있으니, 망해도 싸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변희재 편집국장
[런아시아 ] http://www.runasia.net
'종이신문은 포털과 싸워 이길 수 있다'
네이버의 돈 14억원을 받아 시작하려던 언론사들의 DB구축 사업 아쿠아프로젝트가 좌초할 위기에 쳐했다. 이 사업을 주도한 온라인신문협회의 공언대로, 막대한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고, 오히려 개별 언론사들의 콘텐츠 사업만 위축될 거란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아쿠아 프로젝트가 아무런 법적 규제없이 무분별하게 뉴스를 끌어와 언론권력화된 포털에 철저히 종속되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지난 12월 언론중재위 주최 정기 세미나에서 필자는 포털의 한 관계자와, 방송사 기자 한 명과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은 바 있다. 그들의 공통된 의견은 아쿠아 프로젝트가 실패할 가능성도 있지만, 사실 상 종이신문의 처지에서 그것 말고 다른 생존의 탈출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아쿠아프로젝트의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한 중앙일간지 인터넷뉴스 담당자 역시, 무언가 석연치 않지만, 내부 의견은 아쿠아 프로젝트의 성공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중동 비판의 기준을 포털에는 적용하지 않는 언론개혁 세력
종이신문의 구독률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신뢰도 역시 방송과 인터넷에 크게 뒤지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모든 뉴스가 포털에 모이면서,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마저 포털 사이트에 빼앗기며, 사실상 포털의 산소호흡기를 꼽고 생존을 이어가는 언론사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조중동과 같이 자본이 축적된 언론사들은 종이보다는 새로운 뉴미디어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기도 한다.
언론개혁운동을 이끌어왔던 언론학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조중동 등 종이신문에 대해서는 작은 팩트 하나라도 찾아서 비판하던 그들이지만, 거대 언론권력 포털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비판을 하는 학자를 한 명이라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의 논리적 모순점은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찾아서 지적하기도 벅찰 정도이다.
지금까지 언론개혁진영이 조중동 등 종이신문을 비판하는 근거는 대략 네 가지였다.
첫째, 조중동은 유통망을 자본으로 장악하여, 뉴스의 질적 경쟁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둘째, 너무나 파당적인 논조로 특정 정치세력의 나팔수 역할을 지속해왔다.
셋째, 구독료 대비 광고수입 의존도가 너무 높아 광고주 평향 논조를 유지해왔다.
넷째,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선정적인 기사를 남발해왔다.
대부분의 언론개혁을 지향한 학자들이 이 네 가지 논리로 조중동을 비판해왔고, 조중동뿐 아니라 종이신문 시장이 붕괴 직전에 이른 오늘날까지도, 바로 이 네 가지 논리로, 이런 상황을 정당화하고 있다. 종이신문이 망해가는 이유는 모두들 너희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니 당해도 싸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분석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백번 양보한다 하더라도, 이 네 가지 근거를 한번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네이버와 다음 등은 이미 자본의 규모만 해도 조중동을 넘어섰다. 더구나 이들의 투자 자본은 주식시장에서 조달되는 해외 투기 자본이 상당한 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막강한 자본력을 이용해, 무료 까페, 블로그, 메일, 무료 쇼핑몰 쿠폰, 콘서트 할인권 등, 온갖 부대 서비를 제공하여, 회원을 끌어모은 뒤, 그 회원을 대상으로 뉴스를 팔고 있다. 정당하게 뉴스가치로 독자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힘으로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유통망 확보 방식은, 그까짓 선풍기 한두 개 주는 종이신문의 경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어떤 언론학자들도 이 점을 지적하지 않는다. 오히려 언론개혁을 주장하는 학자들 중에서는 이러한 포털의 유통망 장악을 신패러다임이라 극찬하는 사람들마저 있을 정도이다.
네이버와 야후는 反정부, 다음과 엠파스는 親정부 언론
필자는 기자협회보 주최 토론회에서 포털 사이트의 정치적 논조에 대해 “네이버와 야후는 反정부, 다음과 엠파스는 親정부적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토론에 참여한 기자협회 회장은 놀라운 일이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었다. 물론 이를 명쾌하게 팩트로 제시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포털은 각 언론사와 달리 사설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의 입장을 숨기면서, 교묘한 편집으로 정치적 논조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자면, 한나라당 주성영 술자리 파문 때, 각 포털 사이트가 어떤 매체의 기사를 메인에 올렸는지 검토해보면, 충분히 그들의 논조를 파악할 수 있는 일이다. 참고로 포털 사이트 다음은 시종일관 오마이뉴스의 주성영 비판기사를 메인에 편집했다. 다른 포털과는 전혀 다른 편집이었다. 즉 포털 사이트 역시 조중동과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특정 정치세력과 유착 및 결탁할 수 있고, 벌써 이러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상황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다음 대통령 선거 때는 포털의 대통령 만들기로 얼록질 가능성이 높다.
이것 이외에 전체 수익의 70% 이상을 광고로 유지하고, 선정적 기사 배치 등은 더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핵심은 포털이 얼마나 부도덕한 것인가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강조하고 싶은 점은, 대부분의 언론학자들이 신문시장이 망한 이유로 들고 있는 종이신문의 결점들은, 오히려 뉴미디어로 칭송받는 포털이 더 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의 종이신문이 망해가는 이유는 지금껏 언론학자들이 분석한 것과는 분명히 다를 가능성이 높다.
신문, 잡지, 출판 시장 전체가 붕괴되는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종이신문이 올드미디어인 것은 맞고, 전 세계적으로도 구독률이 감소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OECD 가입국가 중 한국처럼 종이신문 구독률이 급감하는 곳은 없다. 또한 프랑스의 경우 일간지의 구독률은 감소하지만, 전문 주간지와 월간지의 구독률은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중앙지의 구독률은 감소하지만, 지역지의 구독률은 증가하고 있다. 한국처럼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 계간지, 출판 단행본 시장이 해가 갈수록 반의 반토막으로 떨어지는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종이언론이 망해가는 이유를 다른 측면에서 검토해보고자 한다. 선진국은 물론 중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전혀 볼 수 없는 이상한 현상들이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종이언론시장이 초토화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진단이다.
첫째, 조선일보와 같이 1등 신문임을 자랑하는 언론사가, 철저히 상업적인 포털 사이트 전체에 기사를 헐값에 팔아넘겨, 무료 서비스를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조선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중앙일보의 미디어 전문기자 김택환조차도 “뉴욕타임즈가 이럽니까, 요미우리가 이럽니까? 언론사들이 포털에 기사 파는 것은 한심한 일입니다.”라며 한 강연회에서 필자에게 언급한 바 있다.
한겨레신문사의 독자배가 추진운동 단장을 맡고 있는 홍세화 선생 역시 “도대체, 포털 사이트에 가면, 한겨레, 한겨레21, 씨네21 등 한겨레신문사가 만드는 모든 뉴스를 공짜로 보는데, 왜 제가 돈을 주고 한겨레를 봐야 하는지 설명해보십시오.”라는 필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포털이 유가 뉴스를 무료서비스하도록 방조 아니, 오히려 조장을 해놓고서, 종이신문이 망해간다고 아우성을 치니, 대체 자기 손으로 자기 뺨을 때리며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격이 아니겠는가?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이상한 언론경영방식을 고수하는 나라는 오직 대한민국 하나이다.
둘째,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권의 실세들, 자칭 개혁세력이라 자부하는 언론학자와 언론운동가들이 앞장서서, 종이신문 전체를 무시하는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비판은 조중동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발언이 반복되면서, 신문 자체의 위상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다. 언론학자들을 사석에서 만나더라도, “나는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다”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경향들이 있다. 자기들 제자들의 밥줄이 끊어지고 있다는 점은 고려하지도 않는단 말인가? 제대로 된 신문 개혁을 하겠다는 그들의 선의는 이해하지만, 지금 그 정도가 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말이다. 조중동 죽이려다, 경향하고 한겨레까지 같이 죽게 생겼는데, 아직까지도 낡은 진보적 관념인 안티 조중동만 외치며, 신문 죽이기에 앞장서는 일부 학자들과 운동가들은 반성과 성찰을 하기 바란다.
그들이 원칙 하나로 조중동을 비판한다면, 그들의 진정성이라도 인정해줄만하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대로, 그들의 조중동 비판 기준으로 검토하면 포털은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 중 포털을 비판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조차 없으니, 어떻게 그들의 비판을 이해하겠냐는 말이다. 오히려 노대통령을 비롯하여 정권의 실세들이 바라는 대로, 신문시장 전체를 죽이는데 충성을 다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그들의 비판은 이미 균형을 잃어버렸다.
또한, 조중동 등 거대 언론자본을 비판하며 등장한,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인터넷언론들 역시, 자사의 이익을 위해 포털 문제에 눈감고 있다면, 이들 역시 향후 존재의 의의조차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성장했다 한들, 조중동의 자본의 100분의 1도 안 되면서, 벌써부터 자본에 대해 고개숙이는 법부터 배워서, 어떻게 비판적 언론으로 자리잡을 수 있겠는가. 정작 비판해야할 곳은 하지 않고,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조중동 비판으로 개혁의 정당성을 찾겠다는 발상은 하루 빨리 버려야할 것이다.
셋째, 온라인게임의 성장만을 부추기며, 책읽기와 신문읽기를 하는 사람들을 시대에 뒤떨어진 양 몰아가는 정부정책 탓도 크다. 특히 정통부와 관련 국회의원들은 게임중독 증세를 보이며, 오락산업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해서 오히려, 마치 신세대의 새로운 문화 생산자인 것처럼 호도하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 온라인 게임은 첨단 산업도 아니고, 게이머들이 신세대의 대변인들도 아니다. 오히려 온라인 게임은 출판, 음악, 영화, 방송 등 전체 문화산업을 급속히 위축시키며, 청소년 시절 글읽기 및 사고 능력을 크게 후퇴시키고 있다.
넷째, 오직 종이신문 비판에만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방송사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의 영향력도 무시활 수 없다. 이들 프로그램은 포털 및 인터넷의 언론권력에 대해서는 좀처럼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 비판의 등가성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마치 종이신문은 만악의 근원이고, 인터넷포털은 별다른 책임이 없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종이신문은 포털과 싸워 이길 수 있다
종이신문이 망하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하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우선 각 유력지들부터 포털 사이트의 뉴스 공급을 중단하고, 새로운 언론권력 인터넷 포털의 문제점을 철저히 비판해보라. 포털은 스포츠지보다도 더한 대중매체이다. 그럼 대중매체로서의 역할만 해야하는데, 현재는 그들에게 권력까지 부여되어 있다. 명예훼손, 불법 저작권, 초상권 등 포털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오염되었는지만 꾸준히 증명하면, 포털의 언론권력은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다. 포털은 공간 전체가 우범지역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범법행위가 일상화되어있다. 종이신문이 두눈 똑바로 뜨고 감시한다면, 한달도 버틸 수 없는 것이 포털의 허약체질이다. 이미 각 영역에서는 저작권법, 대체실명제법,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여 포털에 대한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그렇게 포털에 제 몫을 찾아주면서 종이의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종이신문의 권위 추락의 원흉이 되고 있는 파당적인 논조를 자제하고, 진보와 보수가 익히 공유할 수 있는 접점 지점에서 대안을 제시해보라. 인터넷과 달리 차분한 토론이 가능한 종이의 장점을 살린다면, 얼마든지 다시 의제설정기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것만 한다고 다시 신문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지적을 하듯이, 특색없이 모두 종합지만을 지향하는 신문을, 국제, 대중문화, 지역 등등 특화된 매체로 각자 키워나가면서, 자기만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노력들을 해야한다. 그리고, 신문유통원, 신문발전기금 등, 인쇄매체 지원을 위한 제도를 적절히 활용하여, 신문 뿐 아니라 잡지와 출판 등 모든 인쇄매체 시장 전체를 살리는데 종이신문이 앞장서야 한다.
과연 이렇게 차분히 노력하는 데도, 종이신문이 망한다면, 그건 시대의 흐름이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지금의 종이신문들이 이중 단 한 가지라도 제대로 실천한 것이 있던가? 특히 인터넷포털로의 뉴스공급은 지금 당장이라도 경영진이 결정하여, 11개 중앙일간지만 다 빠져도 되는 일인데, 이조차 하지 않고 있으니, 망해도 싸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변희재 편집국장
[런아시아 ] http://www.runas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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