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보니 보고 듣고 배울 것이 더 많더라 (4부)/고압선 철탑 오르다 추락…7일 후 내가 깨어난 곳은 서대문 적십자 병원의 복도 바닥. (English version is below)

- 평생 아프다는 말을 안 하는 이유 -

1960년 어느 날, 나는 엄청난 사고를 내고 만다. 당시 마포 와우산 중턱에는 6·25 남침 전쟁 중 전사(戰士)한 육군참모총장 중장 채병덕(蔡秉德) 장군의 묘가 있었다. 묘역(墓域) 주변은 상당히 넓었다. 일종의 유원지였다. 이곳에서 한강을 바라보면 가까이는 밤섬이 보이고 멀리는 한강철교와 넓은 모래사장(沙場)이 보였다. 일요일이면 이곳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이유였다. 특히 서강과 신수동 등 주변 동네 주민들에겐 일종의 야외 휴식공간과 같은 곳이었다.

나도 이날 아버지를 따라서 이곳에 왔다.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묘역 근처엔 2만 볼트의 고압선 철탑이 높이 서 있었다. 물론 철탑에는 ‘위험’ 표지도 붙어있었고 엉성하나마 접근 금지의 철조망도 설치돼 있었다. 그런데도 한 청년이 고압선 철탑 위를 올라간 것이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아무에게나 외쳤다. “와, 경치 좋다. 여기 올라와 보세요.”라고 했다. 철탑 위에서 외치는 청년을 바라보고 있던 나를 아버지가 보셨다. 아버지는 내가 철탑 근처에 못 가도록 내 손을 잡고 계셨다.

잠시 후, 나는 아버지가 다른 어른들과 대화를 나누고 계실 때 몰래 빠져나와 그 청년이 시키는 대로 철탑을 한 칸 한 칸 올라갔다. 그리고 잠시 후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그 순간 아주 짧은 순간, 내 눈앞엔 적황색의 넓은 평야가 끝없이 펼쳐진 것을 봤다. 일종의 임사체험(臨死體驗)이 아닌가 싶다. 암튼, 가끔 불현듯 그 순간이 떠오르지만, 신기하게도 그 순간이 그대로 펼쳐진다.

뒤에 일간지(日刊紙)에 실린 내용을 보고 확인한 것이지만, 그 청년이 고압선을 건들면서 합선과 동시에 폭음과 함께 불꽃이 번쩍 튄 것이다. 나는 그 순간 철탑을 거의 다 오를 때 떨어졌다. 그 청년은 그 철탑 꼭대기에 거꾸로 매달린 채 소사(燒死)했다. 불꽃이 튀면서 그의 옷에 불이 붙은 것이며. 추락하지 않은 건 그가 신고 있던 군화가 철 구조물 사이에 끼이어 있었기 때문이다. 7일 후 내가 깨어난 곳은 서대문 적십자 병원의 복도 바닥이었다. 우측 대퇴골(大腿骨)과 고관절(股關節)이 골절(骨折)되고 팔과 머리 등 온전한 곳이 없었다.

우선 출혈이 너무 심해서 거의 희망이 없었다고 했다. 그 많은 누군가의 귀한 피를 수혈(輸血)받지 못했다면 불가능했다고. 나는 이때부터 오늘날까지 평생을 감사함과 죄송함을 잊지 못하고 있다. 우선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拒逆)한 죄송함이고(이를 평생 뉘우치고 삶), 그 열악(劣惡)한 환경에서 나를 살려주신 의료진에게 감사하고(아파서 울 때 보여주신 온정적 말씀과 표정), 또한 나에게 주신 누군가의 생명의 피에 감사한다(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한 것은 차일피일(此日彼日) 미루다 평생 헌혈(獻血)을 못 했다는 것).

8개월이란 긴 입원 생활을 해야 했다. 병실에서 내다보면 서대문 로터리의 화양극장 앞이 제일 눈에 잘 띄었다. 이때 나의 가장 큰 소원은 그 극장 앞을 씩씩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처럼 나도 저렇게 됐으면 하는 것이었다. 이 소원은 퇴원 후 일 년 이상 목발 신세를 질 때까지 계속됐다. 만약 내 소원이 이뤄진다면, 나는 평생을 감사하면서 살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굳게 했다. 물론 그 약속은 계속 지키고 있다(팍트 순트 세르반다).

내가 유난히 국내든 국외든 어디를 가나 가능한 한 많이 걷는 것도 바로 내가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나는 걷는다. 한참, 직장 생활을 할 때도 나는 틈만 나면 북한산(北漢山)을 올랐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도보(徒步)여행도 했다. 사람들이 물었다. 왜 그렇게 걷는 걸 고집하느냐고. 나는 걷는 것이 좋아서라고 말할 뿐, 진짜 이유를 말한 적은 거의 없다. 그들에겐 별 의미가 없으니까.

당시 적십자 병원에는 나를 포함한 대부분 환자가 입원실(入院室)이 부족해 복도에, 그것도 복도 바닥에 휴대용 침대에 누운 상태로 방치되었다. 마치 전쟁터에 있는 야전병원처럼. 아직, 의료시설(醫療施設)도 의약품(醫藥品)도 모두가 부족한 시대였다. 수술 후 생긴 작은 혹이나 피부 염증을 제거할 때도 마취제 없이 그 부위를 도려내거나 떼어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다. 특히 대퇴골 접골(接骨) 수술을 받기 전에 했던 물리치료는 악몽 그 자체였다. 내용은 이렇다.

대퇴골과 골반이 골절상태에서 7일간 방치된 이유는 내가 계속 의식(意識)을 잃고 있었기 때문이다. 7일 후 의식을 되찾자마자 다리의 통증을 못 이겨 크게 울어대니 그때에야 의사가 와서 골절 부위를 확인했다. 사실 그때까진 아버지도 의사도 얼굴, 팔다리 머리 등 겉으로 드러난 곳들, 즉 다리와 엉덩뼈가 골절되고, 피부가 파열되면서 피가 나고, 두골(頭骨)이 함몰(陷沒)된 부위만 먼저 봉합(縫合)해둔 상태였다. 문제는 일주일 사이 대퇴골이 약간 어긋난 상태로 자라난 것. 그래서 접골(接骨) 수술을 받기 전에 해야 할 과정이 생긴 것이다. 먼저 골절된 다리 발목에 밧줄을 묶었다. 줄은 천장에 매달린 도르래를 이용해 당겼다 놓았다 하면서 골절된 다리를 강제로 늘리는 작업을 며칠간 계속했다(상상을 초월한 원시적 방법). 이 순간이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는지 그리고 얼마나 울어 됐는지. 아마, 난 평생 울어야 할 양을 이때 다 울어 버린 것 같다.

그때(어릴 때)의 끔찍한 공포의 기억은 평생 가는 것 같다. 그 이후로 아직 병원과 약국과는 거의 담을 쌓고 사는 걸 보면 그렇다. 주변 사람들이 말한다. 나는 왜 몸이 아프다는 등 건강에 관한 걱정이나 관심이 없느냐고. 무슨 비법이라도 있느냐고. 나의 답은 항상 같다. 나도 남들처럼 거의 비슷한 병(病)을 다 가지고 있다. 이상 징후(徵候)도 느낀다. 갑자기 아프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내가 어릴 때 견뎌냈던 통증, 불안, 공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냥 무시해버린다고 말한다. 덧붙인다면 나에게 배당된 평생 먹어야 할 약과 맞아야 할 주사, 받아야 할 수술 그리고 병실(病室)에 누워있을 기간을 어릴 때 이미 다 받아 써버렸다는 것. 그것으로 끝!

아무튼, 당시엔 수술(手術) 후 부작용(副作用)을 보는 건 다반사(茶飯事)였다. 깁스 안의 수술 부위에 구더기가 생긴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본인도, 보호자도, 옆 사람들도 크게 놀랄 일이 아닌 시대였다. 더 비참한 현장도 있었다. 아침마다 병원 입구엔 매혈자(賣血者)들로 줄을 이었다. 절망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생계 수단이 매혈이었다. 그만큼 가난했다. 요즘 말로 진짜 ‘헬조선’은 바로 그때 그 현장에 있었다. 실제로 이 광경을 아침마다 바라본 나는 그 이후로 오늘날까지 가난은 죄(罪)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서대문 적십자 병원을 지나칠 땐 그때 바라보았던 그분들의 핏기 없는 얼굴들을 떠올려 본다. 그렇다. 성공한 大韓民國이 더 자랑스러운 것은 그런 역경(逆境)을 딛고 일어선 나라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7년 7월, 최초의 의료복지를 시행한 이후 오늘날엔 세계가 부러워하는 최고의 의료복지 국가가 됐다. 세계 최고의 의술(醫術)과 의약품(醫藥品)과 병원을 보유하고 있다. 더는 중환자는 물론 일반 환자도 마취제 없이 시술(施術)받거나 복도에 누워 치료받는 일은 없다. (5부 계속)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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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st blessed story of my life (4)

-Why I have never visited a hospital or pharmacy-

In 1960, I was in a catastrophic accident. At the time, the grave of General Chae Byeong-deok, the Army's chief of staff, who died during the Korean War, was located on the hillside of Wau Mountain near Mapo. The surrounding region was extremely large. It was similar to an amusement park. Looking down the Han River, I could see Bamseom Island, the Hangang Railway Bridge, and a big sandy beach in the distance. That's why a large crowd gathered here on Sundays. It served as an outdoor rest stop for people of nearby towns such as Seogang and Sinsu-dong.

One day, I came here with my father. A large crowd had already gathered. Near the grave, a 20,000-volt high-tension steel tower stood tall. Of course, a 'danger' sign was attached to the tower, and barbed wire was poorly placed to prevent access. Nonetheless, a young guy climbed the high-tension wire tower. He glanced down and screamed out to anyone who would listen. "Wow, the scenery is beautiful. Please come up here." I was staring up at the young man yelling from the steel tower's top. My father noticed me. He was gripping my hand to prevent me from approaching the pylon.

After a while, while my father was talking with the others, I sneaked out and climbed the pylon where the young man was sitting, one step at a time. And after a while, I fell with the sound of 'Bang'. I saw an endless plain of reddish-yellow before my eyes. in that short moment. It might be a near-death experience. Anyway, that moment occasionally returns to mind, but amazingly, it is duplicated exactly as it is.

I afterwards reviewed and confirmed the daily newspaper's contents. When the young guy touched the high-voltage line, it shorted out and an explosion occurred. I fell just as I was about to reach the top of the pylon. By hanging from the top of the tower, the young guy was burnt to death. Sparks flew and burnt his clothes. He didn't fall because the footwear he was wearing became entangled in the steel structures. I awoke seven days later on the floor of the corridor at Seodaemun Red Cross Hospital. My right femur and hip joint were broken, as were my arm and head.

First and foremost, I was in a situation where I was bleeding so severely that there wasn't much chance. I survived by having many people's priceless blood. For the rest of my life, I have not forgotten the feelings of thankfulness and regret that I had at this moment. First and foremost, it is an admission of guilt for ignoring the father's instructions. I am appreciative of the medical staff's kind words and facial expressions while I screamed in pain because they helped me escape that hostile atmosphere. The fact that I have never given blood before is something I am really sorry for and ashamed of.

I had to spend eight months in the hospital. The facade of the Hwayang Theater in Seodaemun Rotary was the most noticeable when I peered out the hospital window. At this time, my biggest wish was that I would be like the people who walked bravely in front of the theater. This dream of mine lasted up until I spent more than a year using crutches after leaving the hospital. I vowed to myself at the moment that if my wish came true, I would be grateful for the rest of my life. Of course, that promise has been kept until now. (PACTA SUNT SERVANDA)

In order to honor my vow to the very end, I walk as much as I can everywhere I travel, whether it be in Korea or overseas. I walk unless it's absolutely important. I hiked Mount Bukhan whenever I got the chance, even though I was working a lot. I also went on a 450 km walking excursion from Seoul to Busan. I was questioned about why I insisted on walking that way. I never replied the true reason; I merely stated that I enjoy walking. because they are unable to comprehend my past.

At the time, the Red Cross Hospital was overcrowded, and the majority of patients, including myself, were left laying on the floor in the hallway. A combat field hospital, maybe. Korea at the time still lacked both medical facilities and pharmaceuticals. After surgery, a minor lump or skin irritation was removed or cut out without the use of anesthesia. And not just that. Physical therapy in particular before having a femur osteotomy was a nightmare in and of itself. The following is the content:

The reason why the femur and pelvis were left in a fractured state for 7 days was because I had been unconscious for 7 days. After seven days, when I came to, I screamed aloud because I couldn't bear the pain in my leg. The doctor didn't arrive until after that to examine the fracture location. In actuality, up until that point, just the scars on my face, arms, and head had been visible to my father and the doctor. The issue was that after a week, the femur had slightly shifted out of place. My broken leg was compelled to be stretched for many days by the nurse. I believe I have probably burst into tears as much as I can for the rest of my life at this point.

My horrible memories of that time as a child seem to last a lifetime. Since then, I still rarely go to the hospital or pharmacy. People around me ask me, "Why don't you worry about or care about your health, such as being sick? Do you have any secrets?" My answer is always the same. I have almost the same illnesses as everyone else. I also have abnormal symptoms. But these are nothing compared to the pain, anxiety, and fear I endured as a child. So I just ignore it. Adding to that, I had already taken all the medications( the injections, the surgery) I had to take for the rest of my life, and the period I was lying in the hospital room had already been used up. That's it!

Anyway, at the time, it was common to see side effects after surgery. There were also cases where maggots formed on the surgical site inside the cast, but it was an era in which neither the person himself, his guardian, nor the people around him were surprised. There were even more miserable scenes. Every morning, there was a line of blood sellers at the entrance of the hospital. For them, the last means of livelihood to survive in the age of despair was to sell their blood. We were as poor as that. In fact, seeing this scene every morning, I consider poverty a sin, ever since then.

Even now, when I pass by Seodaemun Red Cross Hospital, I think of their bloodless faces. Yes. What makes the Republic of Korea proud is that it is a country that has risen despite such difficulties. Korea has been the world's best medical welfare country since President Park Chung-hee introduced the first medical welfare program in July 1977. Korea boasts the top doctors, medications, and hospitals in the world. Not only critically sick patients, but even regular patients, are no longer treated in the hallway or without anesthetic. (be continued)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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