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있을 때 주체사상 교육과 선전에 밤낮 묻혀 있다 나니 자기도 모르게 자존감 높이 살았다. 세계에서 제일 나라와 민족인 것처럼. 이를 보고 외부에서는 못 살아도 자존심은 강한 북한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남은 것은 자존심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탈북한 순간부터 가는 곳마다 으악! 소리 듣는다. 북한같이 가난하고 지옥이 없는 것이다. 덤으로 왕따당하는 처지에 놓인다. 탈북하여 중국, 러시아 심지어 남한에 와서도 그렇다. 왕따 기분만이 아니라 천시와 멸시까지 받게 된다.
북한이란 불미스러운 나라에다가 그 속에서 못 배우고 못 먹어 실력이나 인성, 체력마저 딸리다 나니 설상가상이다. 하도 그런 분위기에 쌓이다 나니 자기도 모르게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 버린다. 주눅이 들다 못해 자기 정체성을 감추거나 회피하려는 본능이 생긴다.
그 주요 일환이 탈북자란 명칭 기피이다. 그 기피의 많은 대타 명칭들이 우후죽순 나타나는 만큼 열등감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 많은 대타 명칭을 열거할 수 없어 요즘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북향민 소리를 논해보자. 그는 통일의 그 어떤 상징이나 되는지 노무현 정권 때도 통일부 장관이었다. 그때는 탈북자를 새터민으로 바꾸었다.
새터민은 탈북자만이 아니라 해외 어느 나라에서든 남한에 오면 해당되는 이름이다. 북향민도 마찬가지이다. 북쪽에서 온 조선족이나 고려인 그리고 몽골, 러시아, 중앙아시아에서 온 노무자들도 해당된다.
새터민과 북향민이 등장하게 된 진짜 동기는 북한의 통치자의 비위를 맞추어주기 위해서라는 데 있다. 탈북이란 말을 가장 싫어하는 데는 북한 통치자와 친북·종북자들이다.
여기에 탈북이란 열등감에 사로잡힌 가련한 탈북인들이 속한다. 이왕이면 이름은 기를 살리는 좋은 의미로 지어주어야 좋다. 같은 말이라도 그 의미를 어떻게 담는가로 천양지차가 된다.
극악한 북한 독재와 폐쇄를 목숨을 걸고 탈출한 이들이 죄인이란 말인가. 또 그게 그렇게 불편한 명칭이란 말인가. 그렇게 보는 자들이 바로 문제이고 그렇게 자학하는 이들이 가련한 것이 아니란 말인가.
탈북이란 말은 1994년 3월 모스크바에서 저와 월간조선 조갑제 편집장이 파견한 황성준 레닌그라드대 전임강사와 인터뷰에서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귀순자 소리가 거슬렸다. 귀순이란 말은 전쟁시 용어로서 항복이란 뜻이다. 평화시에도 꼭 항복이란 말을 써야 하는지 싫었고 또한 귀신 같은 어미도 좋지 않았다. 그러면 뭐라고 불렀으면 좋겠느냐에 단 마디로 북한을 탈출했으니 탈북이라고 하면 되지 뭘 그러냐고 했다. 즉시 황성준 기자도 그거 참 좋겠네요 해서 그렇게 기사가 나가 시작되었다.
脫北者 명칭에서 者자가 범죄자 어미가 담긴 것 같아 民으로 바꾸어 부른다. 뭐 심각할 것은 없다. 하지만 사실 이것도 열등감의 표현이다. 과학자라고 할 때 者가 뭐 그렇게 기피하고 싶을 정도로 잘못되었나. 하기에 천하의 황장엽도 첫 묶은 단체를 <탈북자동지회>로 했다. 한편 脫北民 하면 황장엽 같은 분들을 백성 民자로 부르는 것이 맞나. 하도 脫北者가 거북하다고 해 脫北人으로 하라고 권고하기도 한다.
기타 하고 싶은 말. 어떤 이들은 자의든 타의든 <오라고 하지 않은 남한에 와서 벽돌 한 장 쌓은 것 없이> 말을 무의식적으로 함부로 한다. 감사함을 표시하는 뜻은 이해하나 표현 자체는 열등감의 자학적 표현이다. 지금껏 한국 정부는 북한 사람들에게 귀순하여 오라고 선전했다. 실제로 헌법에 북한 동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표기되어 있다.
남한에 벽돌 한 장 쌓은 것 없다? 남한에 도착하기 전에 어떻게 벽돌을 쌓을 수 있나. 이게 자학적 열등감의 표현이다. 하지만 남한 도착 순간부터는 벽돌을 쌓기 시작한다. 도착하여 대북 정보 제공이 대표적 벽돌 쌓기이다. 정착 후에도 세금을 내며 지금껏 벽돌을 쌓아오고 있다.
통일 후에는 북과 남을 경험한 유일한 자로서 통일의 역군으로 된다. 뭐가 그렇게 못나서 벽돌 한 장 쌓은 것 없다고 자학한단 말인가. 정말 그렇다면 부모 탓해야 한다. 왜 나를 북한에서 태어나게 했나요. 그런데 이게 말이 되느냐 말이다.
탈북한 것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누가 우리만큼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온 자 있는가. 탈북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자들이다. 왜냐면 가장 불행한 북한에서 살다 왔기에 이 행복이 뭔지를 알기 때문이다.
'탈북자'가 그렇게 불편한 명칭인가
- 이민복(대북풍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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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9-28, 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