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충격 받아 깨어진 無오류 인식>

북한에서 태어나 그 환경이 곧 나의 인식이 되었다. 그 인식에서 수령과 정부는 無오류라는 관습이 생겼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관습이 북과 남한에서 받은 충격으로 완전히 깨어졌다.

無오류 관습은 이조(李朝) 때로 거슬러 가도 마찬가지 성향인 걸 후에 알았다. 왕은 잘못이 없다는 인식과 관습인 것이다. 이런 인식은 나라 팔아 먹은 것은 '을사오적'이라는 것으로 증명된다.

'을사오적'의 대표적 인물이 이완용인데 역설적으로 그는 독립을 최초부터 가장 주창한 독립협회 창설자이다. 을사오적은 고종에 비할 수 없는 하수인들이다. 왕정 세습 절대 권력하에서 어떻게 그 하수인들이 함부로 할 수 있을까. 고종이 망국의 주범인 것은 긴 말 할 것 없이 이등박문과 고종의 장례 비용 지급 수준으로 잘 증명된다. 한일합방의 가장 큰 공로자 이등박문 장례 비용보다 고종 장례 비용은 두 배 이상 지급되었다. 그만큼 나라를 원만히 넘겨주었다는 공로의 표시인 것이다.

다시 본론인 無오류 문제로 돌아가자. 왕은 無오류라는 관습은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으로 이어져 갔다. 고종이 왕조 세습이라면 김일성은 보다 고수로서 신정(神政) 세습이다. 그러기에 헌법보다 위에 있는 당의 10대원칙에 신정으로 못 박아 놨다. 수령을 신격화하고 그 교시를 무조건 절대성으로 받들라는 것이다.

신격화된 수령은 無오류적 존재로 느껴져 살았다. 어떤 잘못이 있으면 그것은 수령이 아니라 그 아래 것들의 잘못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인식과 믿음은 어느 한순간 깨어져 버린다. 無오류적 믿음이 큰 것만큼 그 충격도 컸다. 그 믿음을 순식간에 와장창 깨뜨린 것은 진실이 담긴 남한 삐라였다.

진실 앞에서 장사가 없었다. 無오류 수령은 완벽한 오류였다. 수령이 해방자가 아니라 철천지 원수라 했던 미국임을 또 6·25 전범자가 미국이 아니라 수령이라는 것만으로도 긴 설명이 필요 없었다.

사람은 아는 만큼 행동한다. 보통 아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큰 정도를 알게 되었기에 목숨 걸고 행동했다. 그게 탈북이었다. 이 탈북은 전세계에서 가장 어렵고 위험한 것이다. 잡히면 죽을 정도이니까.

필자도 중국, 북한, 러시아 감옥을 거쳐서 겨우 살아 모스크바 한국 대사관에 들어섰다(1992년7월6일). 먼저 들어선 탈북 벌목공들에게 공관원이 그런다. "나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어?"

북한 당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탈북자를 받지 않는다는 방침인 것이다. 대북 삐라에는 탈북(귀순)하면 금덩어리를 준다 해놓고서는 말이다. 북한 당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은 1990년 초부터 대두된 북핵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김영삼 대통령 발언 1994.4.7).

북한 당국에게 경수로도 지어주고 달러도 가져다 주고, 금강산과 개성공단으로 돈도 벌게 해주고, 제발로 찾아온 탈북 어부도 몰래 넘겨주고(발견되었지만) 온갖 성의를 다해 온 지 35년이다. 그동안 북핵은 완성되었고 그걸로 큰 소리치며 또 야유를 퍼붓는다. <삶은 소대가리>,<특등 머저리>. 공산주의자란 소리를 들으며 온갖 성의를 다했고 또 그래도 대통령에게 이런 치욕적인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지구상 북한이 유일하다.

그럼에도 일편단심임은 이재명 새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더러운 평화가 좋다면서 저절로 대북 방송과 전단도 막아 나선다. 정부가 하지 않아 민간인 그것도 이 사회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탈북자들이 대북 방송과 전단을 보낸다. 이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 쪽박도 깨는 것이 현 남한 정부이다. 수령과 정부는 오류가 없을 거야 하는 인식은 나에게서 완전히 깨어졌다. 깨어진 정도가 아니라 초등생보다도 못한 것이 정부라고 느껴진다. 그 한 실례를 들며 마치련다.

지금 이재명 정부는 <더러운 평화> 정책으로 어떻게 하나 북한 관계를 열려고 한다. 자칭 <국민주권정부>라는데 이 국민에 북한 동포는 꼬물도 없다. 가장 약자 편을 든다는 정부인데 이 세상 가장 약자인 북한 국민은 없다. 세상 참 요지경이지만 그럼에도 이 정부의 꿈에도 소원이니 논해보자.

하지만 꿈도 꾸지 말라는 북한 통치자 입장에 서 보자. 이미 4·27 판문점선언과 하노이 트럼프와 회담으로 거둘 것은 다 거두었다. 북한이 말하는 것처럼 또 만난다는 꿈도 꿀 필요가 없는 형세이다. 핵을 놓으라는 만남에 또 나갈 필요도 없고 당연히 제재는 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천재일우(千載一遇)인 듯 러·우 전쟁으로 숨통이 확 트였다. 무엇 때문에 또 대화에 나선단 말인가. 삼척동자도 다 하는 형국을 당국자만 까맣게 모르는 것이다. 안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이것은 북한에 치명적 약점이라도 잡힌 것이 있기 전에는 이럴 수가 없다.

아무튼 정부라는 것이 얼마나 한심한 자들이 앉아있는 가를 알 수 있다. 나 같으면 이렇게 하겠다. 자유민주사회의 장점을 살려서 민간단체의 활동 즉 대북정보유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겠다. 폐쇄와 거짓이 곧 생명인 북한으로서 외부 정보 유입은 치명적이다. 치명적이어야 궁여지책으로 회담에도 나온다. 이것은 굳이 지난 역사를 들먹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식이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었던 천영우 증언으로 끝마무리 하자. 회담 자리에서 천안함 폭침 책임을 추궁하자 절대 반성이 없는 북한이다. 하지만 화장실 갈 때 따라 들어 온 북측 대표단 단장이 천안함 폭침을 인정할 듯하면서 큰소리 치지만 간절함이 밴 부탁을 한다. "거- 대북 삐라를 좀 날리지 못하게 하라우요"

이 말이 의심스러우면 천영우 전 외교 안보 수석에게 직접 문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