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히카 같은 대통령이 나왔으면>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우루과이 대통령이었던 호세 무히카에게 감동을 받았다. 그는 독재 권력과 싸우다가 투옥되어 혹독한 고문을 겪고 15년간 감옥에서 보냈다. 도주를 할까 봐 그를 그물 속에 넣어 우물 속에 매달아 놓은 적도 있었다. 그는 물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정말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평범한 시민이 권력 앞에 무릎을 꿇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십자가를 진 사람이었다.

호세 무히카는 대통령이 되어서 수도 외곽의 허름한 농가에서 아내와 살았다. 낡은 폴크스바겐 비틀을 타고 다녔다. 대통령 월급의 90%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했다. 중동의 한 부자가 그가 타고 다니는 1987년형 비틀을 100만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런 이런 말로 거절했다.

“난 그 차에 애정이 있다. 돈이 전부는 아니다.”

그의 철학이 담긴 대답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했지만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가난한 대통령이 아니다. 가난이란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지만 나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거의 없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살아온 방식이자 국민 대부분이 사는 방식대로 살고 있다.”

우루과이 국민들은 그를 ‘우리 호세씨’라고 부른다. 친근한 인물에게 붙이는 호칭이다. 그는 대통령을 마치고도 사회의 모범, 사랑받는 어른이 됐다.

나는 호세 무이카 대통령에게서 예수의 리더십을 보았다. 평민 출신 예수는 가난했다. 군중은 그를 왕으로 추대했다. 그는 현실계산을 하는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무릎을 꿇고 제자의 발을 닦아주었다. 그는 양을 부리는 목자가 아니라 앞에 가는 모범적인 양의 모습이기도 했다. 배신자가 생기고 군중은 등을 돌렸다.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죽음의 십자가를 졌다. 그는 현실에서는 패배자이지만 영원한 승리자였다.

요즈음 대통령 선거의 열기가 뜨겁다. 엊그제 방송에서 사십대의 젊은 층을 대변하는 대통령 후보가 하는 말을 잠시 들었다. 그는 과거의 투쟁을 내세우거나 가난 코스프레를 하는 후보를 찍지 말고 세대와 시대를 바꾸자고 했다. 자기를 뽑아달라는 말이었다. 그는 누구일까? 무엇을 했을까? 세대를 바꾸어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것일까. 그는 대통령이 되고 싶은 것 같았다. 우리 시대의 가난은 지독한 현실이었다. 그걸 딛고 일어났다. 그걸 얘기하는 게 가난 코스프레일까. 그가 괜찮은 재목일지 몰라도 대들보나 기둥으로 쓰이려면 음지에서 더 건조되고 닦고 가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엊그제인가 유튜브 방송에서 김문수 대통령 후보의 반대 진영에 속한 사회 명사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내가 알기로 김문수 후보는 봉천동에 20평대의 아파트 한 채가 재산인데 당 경선에 돈을 납입하느라고 저당잡혔을 겁니다.”

도지사를 하고 국회의원을 여러 번 했는데도 그는 여전히 가난한 것 같았다. 예전에 그가 했던 말이 불쑥 떠올랐다. 정치의 끝은 가난이어야 한다고. 정치철학이 담긴 말이었다. 그는 험난했던 시대 고문과 투옥을 당하면서 사회의 십자가를 졌었다.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흠들이 얘기되지만 장점도 만만치 않다. 오래 전 나와 법무장교 동기인 변호사한테서 이런 말을 들었었다.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변호사 시절이었다.

“성남법원에서 이재명 변호사와 각자 원고와 피고를 대리하는 입장에서 싸운 적이 있어. 보통은 감정이입이 되어 변호사끼리 적대적이 되는데 이재명 변호사는 나에게 굉장히 싹싹하고 예의바르더라구. 그 후 내가 어머니 상을 당했는데 꽃 지게를 보냈더라구. 아는 사이가 아니었는데 말이야. ‘이게 뭐지?’ 했지만 그때 인상이 나쁘지 않았어.”

그런 능력의 덕인지 이재명은 민주당을 단합시키고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 힘을 한참 앞서가고 있다.

반면 국민의 힘은 진창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 같다. 당내 경선에서 싸웠더라도 그게 끝이 나면 대통령 후보들이 하나가 되어야 할 텐데 그게 아닌 것 같다. 확정된 후보를 밤새 갈아치우려는 해프닝도 있었다. 적진에 투항하는 세력도 있는 것 같다. 훌륭한 장수라도 탈 말이 없거나 부실하면 힘을 쓸 수가 없다. 김문수 후보가 그렇게 보인다. 이순신 장군은 내부적으로 분열되고 무기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배 열두 척을 가지고 바다로 나갔다. 바다의 물결을 예민하게 파악하고 적을 종심 깊숙이 끌어들였다. 그리고 예상을 뒤엎고 승리했다. 김문수 후보도 시대와 민중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거센 파도를 넘으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자신을 갈고 갈아서 사회의 모범, 사랑받는 어른으로 끝을 맺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