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신청했던 보석 심문이 비공개로 진행됐을때, 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구속이 되고 나서 1.8평 방 안에서 서바이벌하는 자체가 힘들었다. 보석을 청구한 이유는 사법 절차(재판)에 어떻게든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좁고 폐쇄된 감방 생활을 하니 몸이 너무 안 좋아 재판에도 나올 수 없으니, 보석으로 풀어주면 앞으로 재판에 나오겠다는 뜻이다. 윤은 감방을 언제나 출입이 자유로운 호텔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윤의 이런 요구가 받아지면 다른 수감자들에게도 공평하게 보석이 적용돼야 할 것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 '구속재판'을 해야 하느냐에 대해 이론이 있다. 비록 불법계엄을 했지만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이상 자신의 방어권을 위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게 원론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그러려면 감방에 있는 미결수 모두 그렇게 해줘야 한다. 전직 대통령만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더 가관은 윤측 변호인단인 김계리 변호사가 그 뒤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떠들었던 내용이다. 그녀는 윤이 막 구속됐을 때 '불쌍한 윤을 위해' 영치금 모금 계좌를 올렸던 당사자다.

“통상 10시 시작되는 오전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일반 수용자들은 오전 8시50분에 수용시설에서 출정하지만 피고인(윤석열)은 개별 개호 필요성으로 일반 수용자들보다 빨리 오전 7시쯤 출정 준비를 마친다.

구속적부심사를 위한 출정의 예를 들면 7시쯤에 출정 준비를 마치기 위해서는 6시에 기상해서 제대로 된 아침 식사도 하지도 못한 채 점심시간에는 컵라면과 건빵으로 점심을 했다.

구치소 저녁 식사는 오후 4시30분이면 종료(경험자에 따르면 구치소 저녁 식사는 5시부터라고 함-편집자)가 된다. 피고인이 앞으로 주 4회 진행될 모든 재판에 출정하고 여기에 더해 특검 조사까지 출석하면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는 날은 사실상 주말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일정은 피고인의 지병과 건강을 심각하게 침해하게 된다.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을 넘어 피고인에게 실명과 생명의 위협까지 이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인권 보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맞고 윤을 위한 충정에서 나온 말이겠지만, 윤 옆에는 왜 이런 머리 나쁜 변호사만 있는지 미스테리다.

물론 구치소 식사 시간이나 건빵 컵라면 등 이런 자세한 밥 문제는 윤의 입에서 먼저 나왔을 것이다. 윤이 "오늘 아침도 못 먹었는데 점심에는 건빵과 라면을 줘"라고 하니 변호사의 마음이 울적했을 것이다. 윤이 당뇨 증세가 좀 있다고 하니 건빵 라면은 삼가야 할 음식에 속한다.

문제는 윤측 변호사가 이렇게 떠들고 나니 법정에 오느라 밥 제대로 못 먹었다는 윤이 불쌍하다기보다, 명색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참 구질구질하게 논다는 느낌부터 든다. 윤은 지난 7월 10일 이후 현재까지 12차례 내란재판에 연속 불출석했고 특검 소환에도 불응했다. 불출석한 게 마치 제때 구치소 밥을 못 먹을까봐 그랬나 싶다.

윤은 검사 시절 전직 대통령들, 고위관료들, 재벌회장들 등 남들을 숱하게 감방에 집어넣었지만, 정작 본인이 감방에 갇힐 줄은 탄핵 전까지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감방 생활이 더 힘들 것이다. 그래서 아우성을 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윤은 본인의 '망상'으로 인해 국민 상당수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감각하다. 순전히 그 때문에 옥고를 치르고 있는 군경 지휘부나 그 가족들, 또 특검 조사와 재판에 끌려 나오는 총리 등 전직 각료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미안함이 없다. 보수 대다수가 넌더리를 쳤던 이재명에게 정권을 갖다바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점도 못 깨닫고 있는 것 같다. 국힘당을 거의 회생 불가능으로 만들어놓은 것에 대해서도 일말의 책임도 비치지 않는다.

보석 심문을 위해 재판에 나온 날, TV를 통해 갑자기 확 늙어보이는 윤의 모습이 나오자 조선일보 편집국 한쪽에서 "저, 병신" 하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분노와 동정도 아닌, 더 심한 경멸이 이 단어에 내포돼 있는 것이다.

적어도 양심과 체면이라는 게 남아 있는 지도자라면, 곡기를 끊을지언정 자기 살려고 감방생활 투정이나 보석 같은 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속된 말로 쪽팔려서 그런 짓은 못하는 법이다. 그럼에도 이런 그를 '상남자'로 떠받들고 '윤어게인'을 떠드는 세력이 잔존한다는 게 놀랍다.

윤은 그렇다 치고, 이재명 대통령 쪽이 하는 짓도 너무 치사하다. 이 대통령은 윤 정권에서 자신은 '정치보복'의 피해자라고 억울해해 왔다. 그런데 그 피해자가 시어미가 되자 며느리에게 똑같은 짓, 더 한 짓을 하고 있다.

밉지만 어쨌든 수감된 전직 대통령의 인권 문제가 제기되면, 정권을 쥔 쪽은 들어주는 시늉은 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게 대외적으로 이재명 정권의 '정적 보복' '인권 탄압' 낙인을 벗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가. 나 같은 보수 성향 언론인이 윤을 비판하는 것과 이재명 대통령의 스탠스는 달라야 하지 않는가.

이번에도 윤 측에서 건빵 라면을 얘기하니 오히려 정성호 법무장관이 나서서 "호텔에 숙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곧 구치소에 투룸 배정과 배달앱이라도 설치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참 뻔뻔"이라고 공개 반박하고 나섰다.

이렇게 되면 국민은 '멍청한 바보'와 '얍삽한 냉혈한'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것이다. 아래는 정성호 법무장관이 SNS에 올린 글 전문이다.

<법정에 나와 "수용실에서 '서바이벌'이 어렵다"고 하고, 변호인단은 구치소 식사를 트집 잡아 밥투정을 부리고 있습니다.

곧 구치소에 투룸 배정과 배달앱이라도 설치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참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태도입니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한민국을 전복시키려 한 내란혐의로 구속되어 구치소에 수감된 신분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랍니다.

호텔에 숙박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 최소한 특검의 소환, 영장집행, 재판 출석 등 사법절차에 협조나 하면서,수용자의 권리를 말하는 것이 전직 검찰총장이자 법조인으로서의 기본 자세일 것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처우는 개별 관리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수용자들과 철저하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힙니다.

지난 1차 구속 때와 같은 은밀하고 부당한 특혜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