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중앙일보에 기고한 '탄핵 정권 총리의 출마설'이란 칼럼에서 국민의힘이 탄핵찬성파를 대통령 후보로 뽑아 이준석 의원 등 외부 인사와 단일화를 하는 것이 正道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선 차출론을 <막장 드라마의 쪽대본에나 나올 법한 일>이라고 했다. 탄핵 정권의 총리가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에 나오는 것 자체가 상식을 초월한 일이란 것이다. 총리는 자신이 모시던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하는 게 예의라고 했다.
게다가 대통령 선거일을 공고한 이가 자기가 관리해야 할 선거에 나오는 것도 우습다고 했다. 여당에서는 트럼프가 일으킨 관세전쟁의 한복판에서 나라의 사령탑을 탄핵하려 했다고 야당을 비난해 왔는데 그렇게 비난하던 사람들이 정작 관세전쟁이 막 시작된 시점에 그 사령탑을 대선에 쓰려고 끌어내리는 것도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김문수 장관이나 한덕수 권한대행은 원래 대권 주자 목록에 들어있지 않았는데 김 장관은 국회에서 계엄에 대해 사과를 거부한 것으로, 한 총리는 탄핵소추에서 생환해 헌법재판관 2인의 지명을 강행한 것으로 갑자기 보수층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는 與圈이 갑자기 닥친 大選에 이렇다 할 전략 없이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한편, 여당의 주류와 강성 지지층이 여전히 탄핵당한 대통령과 심리적인 연(緣)을 제대로 끊어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진중권 교수는,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서 일단 한 총리의 국힘당 경선 참여는 불가능해졌으나 출마를 위한 공직 辭退時限인 오는 5월4일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았다. 문제는 이 쪽대본이 여당의 大選후보 경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총리의 출마가 열려있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경선은 ‘결선’이 아니라 ‘예선’으로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승전과 예선전은 푯값이 다르다.

나아가 한 총리를 카드로 쓴다는 발상 자체가 실은 여당의 경선 후보들에 대한 自黨의 ‘낮은’ 평가를 自認하는 것이다. <자기들이 생각해도 自黨의 후보들이 경쟁력이 떨어지니 선수를 밖에서 영입할 생각을 하는 것 아니겠는가.>

벌써 경선 이후의 ‘빅텐트’를 생각하는 눈치고 결국 한 총리와 이준석, 유승민 등 보수 후보들이 참여하는 작은 텐트가 될 텐데,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인 모양이라고 했다.

진중권 교수는 국민의힘이 가진 사대적 속성을 비판한다. 여당은 두 번 연속하여 대통령을 탄핵으로 잃고, 대선 역시 두 번 연속하여 당 밖의 인물을 영입하려 하는데 이는 보수정치, 보수정당이 뭔가 크게 고장 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한 권한대행의 경쟁력이 월등히 높은 것도 아니다. 진중권 교수는, 가망 없는 선거에서 ‘꼼수’로 이기겠다는 잔머리는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뿐이니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원칙’을 지키는 게 낫고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유일한 집권의 전략이고, 단기적으로도 최선의 선거 전술이라고 했다.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에 탄핵에 반대한 후보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이기든 지든 여당이 선거를 선거답게 치르기 위한 필요조건은 유권자들에게 탄핵의 강을 건넜다는 신호를 주는 것뿐이라고 했다.

설사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으로 탄핵에 찬성한 후보가 승리하는 극적 반전이 연출되더라도, 운동장이 워낙 기울어져 있어 쉽지 않은 선거이지만, 최소한 그 작은 성공이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 했다.

<지지층에게 다시 투표장에 나갈 만한 기분을 갖게 해줄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여당이 그 모든 정치적 오류들을 저지른 끝에 이제 올바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진중권 교수의 주장을 현실에 대입해 보면 탄핵찬성을 주장해온 한동훈 안철수 유정복 후보 중 한 사람을 국힘당 후보로 뽑은 뒤 탄핵에 찬성해온 이준석 등과 단일화를 하는 것이 최선이란 충고이다. 나는 50대 한동훈과 40대 이준석이 단일화하여 세대교체와 정치교체를 大義名分으로 삼아 이재명과 정면승부하는 것이 근사한 게임이 되겠다는 정치적 상상력을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