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이 2021년 1월 6일 발생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습격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축,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13일에 두 번째 청문회가 진행됐는데 트럼프 측근들이 영상 메시지 등을 통해 ‘부정선거’를 주장한 트럼프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었다는 증언을 내놨다. 현재 하원은 트럼프가 부정선거 증거가 없음에도 이를 사실인양 선동해 1월 6일 의회 난동 사태를 촉발한 것이 아닌지를 조사하고 있다. 

청문회 의원들은 트럼프가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정선거 주장을 했고, 이런 주장으로 인해 의회 습격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증인들을 통해 파악하고 있다. 트럼프가 모르고 그런 주장을 했다고 해서 의회 난동 사태와의 인과 관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지만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이런 거짓말을 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청문회다. 트럼프는 현재까지도 자신이 의회 사태와 관련해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으며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열린 청문회에서는 윌리엄 바 트럼프 행정부 당시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이 영상을 통한 증언을 했다. 그는 과거 진보 성향의 언론 등으로부터 트럼프의 ‘충견(忠犬)’이라는 조롱까지 받은 인물이다. 그럼에도 묵묵히 장관직을 수행하다 부정선거 사태가 일어나고 나서야 사퇴하게 된 인물이다. 그는 부정선거 논란이 한창이던 2020년 12월 14일 사임했다. 이로부터 한 주 전 트럼프는 그를 ‘나약한 법무장관’이라고 비하한 바 있다. 당시 언론은 바가 부정선거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트럼프가 사실상 해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었다. 

바 전 장관은 “트럼프가 진짜 이런 일을 진심으로 믿는다고 한다면 그가 현실로부터 괴리(become detached from reality)된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에게 부정선거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실체적 사실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고 한다. 바 장관은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의견은 선거가 부정적인 방법을 통해 도둑맞지 않았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디트로이트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다 갑자기 새벽이 넘어 바이든에게 표가 쏠린 상황 등 여러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조사를 했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에게, 디트로이트에서 나온 선거조작 주장은 “개소리다(bullshit)”라고 말했었다고 했다. 그는 “이건 미친 이야기라고 그에게 말했었다”고 했다. 

바 장관은 도미니언 회사가 만든 선거기계로 조작이 이뤄졌다는 등 트럼프가 주장한 음모론들 역시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complete nonsense)”고 했다. 

하원 진상조사위원회는 바 장관의 공석을 맡은 제프리 로센 법무장관 대행에 대한 영상 증언도 검토했다. 로센 장관 대행 역시 트럼프에게 부정선거 주장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을 설명했었다고 말했다. “각하, 각하께선 잘못된 정보를 받고 계십니다”라고 말했었다는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일 다음날 새벽, 왜 그가 선거 승리를 선언하게 됐는지도 다뤄졌다. 선거 예측 결과가 바이든에게 유리한 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왜 승리를 선언했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트럼프는 선거 다음날인 11월 4일 새벽 2시 30분 이런 트위터를 썼다. 

〈미국 대중에 대한 부정이다. 우리 조국에 대한 수치다. 우리는 이 선거에서 이길 준비를 마치고 있었고 실제로 우리는 이 선거에서 승리했다. 우리는 모든 개표의 중단을 원한다. 새벽 4시에 투표지를 찾아내 합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바 장관은 이 무렵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의 모습을 보고 의아했었다고 했다. 트럼프의 참모들은 늦게 개표되는 표일수록 우편투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는 민주당에 유리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트럼프의 측근이자 선거캠페인 전략가였던 빌 스테피언은 트럼프에게 “개표가 아직 진행되고 있고 아직 선거 결과를 발표하기는 이르다고 말할 것을 조언했었다”고 했다.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역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당시 상황에서 그(트럼프)가 정확하게 어떤 말을 했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선거 결과가 당일 결정되지 않을 것이 명확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제이슨 밀러 전 트럼프 보좌관은 승리를 선언하기 전에 선거 개표 결과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의 또 다른 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더욱 강력한 입장을 취할 것을 압박했었다고 증언했다. 밀러에 따르면 줄리아니는 “우리가 이겼고 우리로부터 이를 훔쳐가려고 하고 있다. 이 입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은 나약한 사람들이다”라고 말했었다고 한다. 밀러는 줄리아니가 (술인지 무엇인지에) 취해있었던 것 같았다고 했다. 

한편 하원 진상조사위원회는 트럼프 관계자들이 엄청난 거짓말을 한 것뿐만이 아니라 엄청난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고 했다. 증거 없는 부정선거 주장을 퍼뜨리며 지지자들로부터 모금을 했었다는 것이다. 모금액은 ‘선거수호 펀드(Election Defense Fund)’라는 이름으로 걷혔는데 선거 이후 첫 번째 주에만 1억 달러가 모금됐었다고 했다. 조사위는 후원자들은 트럼프가 선거 결과를 뒤집는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이 돈이 도움이 되길 바랐었다고 했다. 

조사위는 하지만 ‘선거수호 펀드’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에 대한 어떤 증거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상당수의 후원금이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후원 계좌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확인됐었다고 했다. 조 로프그렌 민주당 하원의원은 “조사를 통해 트럼프 캠프와 그의 측근들이 돈이 어디에 사용될지에 대한 잘못된 증거를 후원자들에게 전달했다는 증거를 확인했다”며 “엄청난 거짓말을 한 것뿐만이 아니라 엄청난 사기를 벌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후원자들은 후원금이 어디에 사용될지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로포그렌 의원은 트럼프 캠프 및 관계자들이 부정선거 주장을 통해 총 2억5000만 달러를 걷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