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TV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2년 3월22일 오후 4시 반입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청사 이전에 대해서 꼭 의견을 들어야 할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결정했다는 느낌을 받는데, 첫째 군인들 두 번째 건축가들 세 번째 역사학자들 네 번째 국민 이런 순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60%는 청와대가 용산이전보다 더 좋다, 현재 있는 대로 하는 게 더 좋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건축가들의 의견을 왜 윤석열 측에서 듣지 않았는지, 이건 절대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청사 문제는 건축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또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만드는 대표적 건물을 선정하는 것인데 아름다워야죠, 실용성도 있어야 하죠, 역사성도 있어야 합니다. 그럴려면 제1당사자가 건축가들입니다. 그래서 건축가들이 불만이 많습니다. 두 분의 의견을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 두 분 모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입니다.

첫째 류춘수 선생의 견해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류춘수 선생은 여러분이 잘 아는 건물 두 채를 설계했습니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한계령 휴게소. 한국을 대표하는 류춘수 선생이 조갑제닷컴에 쓴 글을 제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역사적 상징성은 물론 인문지리적 그리고 도시적 환경이 대통령궁의 위치로는 경복궁 바로 뒤 기존의 청와대보다 더 나은 장소는 서울 어디에도 없다는 확신이 저만의 견해는 아니라고 믿었습니다. 그러기에 윤 당선자가 청와대에서 최소 2년 정도 아무 불편없이 정부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대통령 청사 설계를 위한 입지 타당성 조사, 과업 수행계획서에 따라 설계 공모 및 실시 설계와 시공 과정을 거쳐 세계적 대통령 청사를 완성하리라 믿었습니다.>

우리나라 국격에 걸맞는 세계적 대통령궁을 가져야 된다 이런 뜻입니다. 이분은 또 이렇게 덧붙입니다.

<소통은 건축 공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치 철학의 문제입니다.>

류 선생은 (윤 당선인의) 기자회견을 보고 이렇게 썼습니다.

<오늘(20일) 기자회견 당시에 아무도 국방부청사로 옮긴 대통령 집무 공간이 임시 사용인지 영구 청사인지 묻지 않았고 그에 대한 발표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 의견처럼 기존 청와대를 임시 사용하다가 국가 위상에 걸맞는 청사 계획은 왜 안 하였는지를 묻는 기자도 없었습니다. 또한 미군이 빠져나가 선물처럼 돌아온 용산의 시민 문화 녹지공간에서 진행 중인 마스터플랜에는 어떤 차질이 없는지도 물은 기자가 없었습니다.

어떤 농담 같은 유튜브에는 기존 청와대의 모든 비밀 인프라가 너무 많이 반정부 단체에 노출되어 부득이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만 그런 상황만 아니라면, 저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의 얼굴이 되어야 할 대통령 청사를 저 볼품없고 상징성과 역사성과 기능성과 장소성 모두 최상이라고 할 수 없는 국방부청사를 영구적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건축가의 한 사람으로 분명 승복하기 어렵습니다.>

“볼품없다”고 했습니다, 지금 국방부 청사를.

<급히 서둘러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속담에 이만한 표현은 없습니다. ‘언 발에 오줌 누다’.>

오늘 동아일보에 또 한 분의 유명한 건축가 의견이 개진되었습니다. 김원 대표입니다. 광장건축환경연구소의 대표이신데 이분은 천안 독립기념관과 국회의사당 터를 포함해 여의도 개발 마스터플랜을 짠 분입니다. 이분도 류춘수 선생과 거의 비슷한 말씀을 하셨어요.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 공론화하고 의견을 모을 문제입니다. 당선인이 일단 청와대에 들어가 필요한 부분은 고치고 지내면서 집무실 이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청와대에 문제가 있다는 데는 이분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본관의 (거대한) 규모, 좌우대칭 디자인 등에서 볼 수 있듯 대통령의 권위를 내세우는 데 초점이 맞춰진 건축물이고 비서실과의 소통, 외빈 접대 등을 비롯해 기능 면에서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런데 국방부 신청사는 품격이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국방부 청사는 100% 기능 위주로 설계된 건물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발표처럼 집무실과 비서실, 기자실 등이 가까이 배치되면 대통령 역시 기능적으로는 일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건물의 예술성, 상징성은 매우 떨어져 국가원수의 집무실로서는 문화적으로 촌스럽다. 태극기와 같은 국가의 심벌(상징)로서의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기 어려울 것이다.>

김 대표는 지형과 건물, 도로와 광장 등이 어우러져 만드는 도시의 상징성 측면에서도 용산이 대통령 집무실 터로는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한양의 주산(趙: 중심이 되는 산을 ‘주산’이라고 합니다) 북쪽에서 보호하는 북악산과 같은 강력한 상징적 지형이 없는 것도 용산의 약점입니다.>

즉 청와대 바로 뒤에는 북한산이 있습니다. 이게 가장 좋은 지형을 이룬다는 겁니다. 그런데 용산은 그런 게 없다는 거죠. 북한산과 인왕산은 사실 적의 미사일이나 공습으로부터 청와대를 보호하는 데도 아주 절묘한 위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땅의 역사를 봐도 용산은 안정되고 차분한 곳이라기보다 요동치는 곳이다.>

김 대표는 미군기지 반환 후 용산을 미술관과 박물관, 도서관 등 문화복합시설이 들어선 공원으로 만드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사회적 논의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들 사이에 대통령 집무실은 곧 청와대라는 인식이 뿌리 깊은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선출된 대통령이 원하는 곳에서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다음에 또다시 재이전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으면 합니다.>

이것 참 핵심적인 지적입니다. 5년 뒤에 “저 볼품없는 대통령 집무실은 대한민국의 수치입니다. 나는 다시 청와대로 돌아가든지 새로 짓겠습니다” 이렇게 공약하는 대통령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거죠. 5월10일까지 이사해서 국방부 청사에서 임기를 시작하는 것은 어렵게 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그것은 안보공백을 가져오므로 국방부로 옮기고 국방부는 또 다른 데로 옮기고 하는 것은 졸속이다, 허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어떻게 말하면 윤석열 당선인이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합니다. 5월10일까지 뭘 해야 한다고 서둘렀으니까 이제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시간을 한번 벌어서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국민의 압도적 반대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대체로 반대합니다. 한번 정하면 백년 이백년 갈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정해서 두고두고 욕먹을 생각 안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게 또 쟁점이 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불리할 것 같아요. 특히 서울 사람들 60%(注: 62.1%)가 이전에 반대한다고 나옵니다. 이게 쟁점이 되면 서울시장 선거에도 영향을 안 줄까요?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브레이크를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그걸 기회로 삼아 앞으로 한 50일 동안 냉정하게 생각해고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요? 

감사합니다.

정리: 李知映(조갑제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