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검사 사칭 전과와 관련 ‘검사를 사칭한 프로듀서 옆에 있었다는 이유로 이 후보가 공범이 됐다’는 취지로 옹호하자, 국민의힘 이재명비리검증특별위원회가 이 후보의 검사 사칭 판결문을 공개하며 응수에 나섰다. 조선닷컴의 보도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28일 김진태 국민의힘 이재명비리검증특별위원장은 2004년 12월 대법원이 검사 사칭과 무고 혐의로 이 후보에게 최종 벌금 150만 원형을 확정한 판결문 공개를 보도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02년 취재 과정에서 검사를 사칭한 혐의를 받은 KBS ‘추적 60분’ 팀의 담당 프로듀서와 함께 검사 사칭에 적극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에서 150만 원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추적60분은 당시 김병량 전 성남시장과 분당 백궁 파크뷰 시행사 대표의 유착 의혹을 취재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판결문을 공개한 건 송 대표의 이 후보 옹호 발언에 대한 반박 취지였다. 송 대표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 출범식 축사 도중 이 후보의 전과에 대해 “모두 공익적 활동을 위해 뛴 내용”이라며 “분당 파크뷰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방송국 프로듀서랑 같이 논의하다 프로듀서가 검사를 사칭했는데 옆에 있었다는 이유로 공범으로 몰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결문에 적힌 이 후보의 범죄 혐의점은 ‘단순히 옆에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 후보가 담당 프로듀서의 검사 사칭 때 적극적으로 그의 검사 사칭을 도왔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후보는 담당 프로듀서가 김 전 시장과 통화하기 전에 김 전 시장에게 질문할 내용을 개략적으로 설명했다. 담당 프로듀서가 검사를 사칭하기 전 이 후보에게 “경상도 말 쓰는 검사 중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이 후보는 “수원지검에 서모 검사가 있는데, 시장도 그 이름을 대면 잘 알 겁니다”라며 자신의 고소·피소 사건 담당 검사의 이름을 담당 프로듀서에게 말해줬다. 당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백궁역 일대 부당 용도 변경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이 후보는 김 전 시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였고, 김 전 시장은 이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한 상태였다.

판결문에는 “(이 후보가) 가끔 카메라 쪽으로 가 스피커에 귀를 대고 김 전 시장의 답변 내용을 들으면서, 담당 프로듀서에게 추가 질문 사항을 메모지에 간단하게 적어주거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보충 설명을 했다”고 당시 상황도 매우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 후보는 담당 프로듀서 옆에서 김 전 시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가 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어 만족한 답변이 나왔다는 취지의 사인을 보내기도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후보는 김 전 시장과의 통화를 마친 담당 프로듀서에게 김 전 시장과의 통화 녹음 테이프를 달라고 요청했다. 담당 프로듀서가 ‘검사를 사칭한 녹음 테이프를 그대로 방송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요청을 거절하자, 이 후보는 “내가 제3의 제보자로부터 녹음 테이프를 건네받아 제보하는 식으로 해줄 테니까, 복사해서 달라”며 불법 녹음 경위까지 조작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뒤 이 후보는 2002년5월14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얼굴을 가린 채로 제보자 역할을 맡아 담당 프로듀서에게 녹음테이프를 제보하는 것 같은 위장 제보 장면을 연기했다. 추적60분팀은 이 장면을 방송에 고스란히 내보냈다.

또 이 후보는 담당 프로듀서로부터 질문한 부분은 삭제되고 김 전 시장의 육성만 담긴 녹음 테이프를 건네 받아, 2002년5월23일 성남시청 브리핑룸에서 김 전 시장의 비위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했다. 이에 김 전 시장은 담당 프로듀서와 이 후보를 검사 사칭과 무고,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검사 사칭과 무고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이 후보에게 벌금 250만 원을 선고했다. 다만 “녹취록 내용은 유권자들이 김 시장의 공무 담임자로서의 적격성을 가늠하는 데 유용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벌금을 150만 원으로 감형했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이에 대해 김진태 위원장은 “판결문을 보면 이 후보가 단순히 담당 프로듀서 옆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공범으로 몰린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송 대표 말대로 이게 공익적인 활동이라면, 내가 기자와 함께 고려대에 전화해 ‘내가 중앙지검 검산데, 이재명 아들 수시입학 기록을 좀 보내달라’고 해도 공익적 활동이니까 괜찮다고 할 것인가”라며 “송 대표는 대법원 판결도 부인하고 있다. 이런 수준 낮은 막말에 대해 국민께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2016년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은 ‘이재명이 프로듀서에게 검사 이름과 질문 사항을 알려주며 검사 사칭 전화를 도왔다’고 (내게) 누명을 씌웠다”고 했다.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자토론회 때 이 후보는 “검사 사칭을 도운 누명을 썼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발언으로 이 후보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아 재판을 받게 됐다. 그는 재판에서 “(프로듀서가) 제 사무실을 이용했으니, 방조 정도의 책임을 물었으면 억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당시 검사를 사칭한 프로듀서를 제지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유죄 판결이 나와 ‘검사사칭 사기꾼’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보니 ‘(프로듀서를) 내쫓았어야 했다’는 후회도 들었다”며 “프로듀서의 검사 사칭 전화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프로듀서가 검사를 사칭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엔 “그런 적 없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피해서 다른 일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