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로 관중이 없는 상태에서 스포츠 경기가 오랫동안 치러졌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상황이 팬들이나 선수들에게는 나쁜 일이지만 통계학자들에게는 새로운 통계를 연구할 기회가 생긴 것이라며 최근 발표된 여러 통계 자료를 소개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소개한 통계들은 모두 축구 경기를 대상으로 했다. 첫 번째 통계는 관중이 없을 때 어느 인종이 더 좋은 성적을 내는지를 조사한 것이다. 이 조사는 스위스 로잔대학교에서 대학원 통계학 과정을 밟고 있는 파브리지오 코레야가 실시했다. 최근 흑인선수들에 대한 관중들의 인종차별적 야유가 논란이 됐는데 이런 야유가 선수들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하나의 목적이었다. 코레야는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의 지난 2년간의 평점을 분석했다. 그런 뒤 500명 이상의 선수들을 피부색별로 분류했다.

조사 결과 백인 선수들이 관중이 있을 때보다 관중이 없을 때 더 좋지 않은 성적을 냈다. 반면 유색인종 선수들은 관중이 없을 때 1.2% 더 나은 평점을 기록했다. 코레야는 피부색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이런 통계적 차이가 발생했는지 확인해봤다. 선수들의 국적, 소속팀의 실력 등이 더 큰 요소로 작용했는지 분석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피부색에 따른 평점 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피부색이 더 검을수록 관중이 없을 때 더 좋은 성적을 낸다고 한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의 의뢰로 ‘21st 클럽’이라는 컨설팅 회사가 실시한 조사도 있다. 이들은 전세계 여러 리그에서 관중 없이 치러진 1534건의 축구 경기를 조사했다. 축구 경기의 경우 홈팀이 유리하다는 여러 연구가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가설 중 하나는 심판들이 열광적인 팬들에 의해 중립성이 흔들려 원정팀에 카드를 더 많이 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와 21st 클럽이 조사한 결과 관중 없이 치러진 경기에서 홈팀이 카드를 받는 확률이 높아졌다. 코로나 이전의 경우 한 경기에서 나온 카드 중 홈팀이 받은 경우는 46%이었다. 이 수치는 관중이 없어지자 50%로 늘어났다. 원정팀과 동등하게 받게 됐다는 것이다.

심판의 편파성(?)은 없어졌지만 홈팀의 이점(利點)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축구 경기의 경우 승리팀은 3점, 무승부 시에는 1점, 패배팀은 0점을 받는다. 관중이 있는 경기의 경우 전체 주어진 점수에서 홈팀이 차지하는 비율은 58%이었다. 관중이 없음에도 이 수치는 56%로 높았다.

이코노미스트는 홈팀이 이렇게 유리하다는 것에 대한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라고 했다. 미국의 경우는 원정팀이 오랜 시간 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이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 수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유럽 리그의 경우 이동시간이 몇 시간이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 하나의 가설은 감독들이 원정경기에서 보수적인 라인업과 전략을 고집하기 때문에 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이것이 하나의 이유라면 심판들을 맹비난하는 감독들이 본인의 실패 원인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