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악마화'에 몰두한 정부·여당..의료계 설득할 의지 없다!

추경호의 의사 '정신질환자' 취급...집권여당 지도부의 '무지'도 의료대란 원인
의료시스템 회복 불가능...각자도생 해야

필자는 수개월 전에 이미 현 의료사태는 해결할 방법이 없으며, 기존의 저비용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를 했던 의료시스템은 붕괴되어 회복할 수 없으니 의료문제는 이제 각자도생하는 길 밖에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실 그때 필자가 그렇게 주장하긴 했으나, 내심 윤석열 정부가 회심을 하면, 어느 정도 피해는 있겠으나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막을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제 완전 물 건너갔고, 의대생·전공의·개원의·봉직의·의대교수 등 의사 직군 뿐아니라, 간호사·방선사 등 의료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도 새로운 의료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며, 의료 소비자인 국민들도 예전의 저비용 고품질 의료는 더 이상 없을 것임을 인지하고 각자 자신과 가족의 생명과 건강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같이 고비용을 감수하거나 영국과 같이 사회주의 의료서비스 체계에서 수개월씩 수술을 기다리는 환경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제 각자가 알아서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하는 지옥문이 열렸다.


부유한 사람들이야 민영화된 병원에서 고비용을 치르며 지금보다 훨씬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거나 선진 의료국인 미국 등으로 나가 치료를 받으면 되겠지만, 중산층 이하 서민층들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생명을 돈과 저울질하며 과거의 의료시스템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의료를 붕괴시킨 장본인은 윤석열 정부이지만, 국민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윤석열의 2천명 의대 정원 증원에 찬성하고 의사들을 악마화 하는데 동조했으니 누구를 원망할 수 있겠는가? 


정부와 국힘당은 여야의정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신설하겠다며 의료대란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한낱 의료대란과 의료시스템의 붕괴 책임을 의사측에 지우려는 술수에 불과할 뿐, 자기들도 현 의료시스템 붕괴는 필연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도 말했지만, 의료대란 해결은 의료계와 정부가 협의하고 타협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미래 의료의 방향과 현실적인 의료비 적정 부담률, 보험 보장의 범위, 그리고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우선이었는데,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뜬금없이 2천명 증원을 내질렀기 때문에 증원의 숫자를 의료계와 정부가 타협한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리도 없으며, 의료계와 정부의 어떠한 타협안도 의대생과 전공의를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힘당의 하는 꼬라지를 보면, 의료계를 설득할 의지도 진정성도 없고 협의체를 통해 해결안을 마련할 생각은 애초에 없어 보인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의대생들이 1학기에 이어 2학기에 들어서도 9월까지 복귀하지 않았음에도 11월부터 의대생들이 복귀하면 유급시키지 않고 진급을 시키고, 본과 4년생들은 의사 국시 자격을 부여하겠다고 한다. 전공의들도 9월부터 수련해도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주겠다고 한다. 부실한 의사가 배출되든 말든 자신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의사 수가 줄어드는 일은 막아보겠다는 심산이다.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이런 이주호의 방침에 모욕감을 느끼고 있는데, 국민들은 정부가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특혜를 준다고 오히려 의사측을 비난한다.


윤석열 정부는 입으로는 의대교육 선진화를 외치면서, 의대 평가 기준을 완화하고, 의평원의 인증기관 재지정을 취소할 수 있는 항목을 신설하는 ‘고등교육기관의 평가, 인증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는 입법예고를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의평원에게 인증기관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며, 노골적으로 의평원이 의대교육 평가 기준을 하향하도록 협박하고 있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가 의학교육 질 관리를 위해 2003년 설립한 의평원은 2014년부터는 교육부로부터, 2016년부터는 세계의학교육연합회로부터 의대 평가인증 기관으로 인정을 받았으며, 국내외적으로 신뢰성 및 타당성을 공인 받는 기관이다. 서남대 의대를 퇴출시키는 등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지금까지 잘 운영되어 왔다. 


교육부의 이번 규정 개정이 통과되어 현실화 되면, 의평원은 세계의학교육연합회로부터 받은 인증을 위협받을 수 있으며, 지금까지 이룩해 놓은 우리나라 의대와 상급종합병원, 그리고 우리나라 의사들의 세계적인 위상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국힘당의 뻘짓도 가관이 아니다.


원내대표 추경호는 최근 5년간 연평균 6,228명의 우리나라 의사들이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고, 이들이 연평균 2,799만 건의 진료 및 수술 등을 했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많은 정신질환 의사들이 진료와 수술을 하고 있으니 이들 의사들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뉘앙스의 주장을 하고 있다.


윤석열이나 복지부야 이미 그 바닥을 보여 그들의 무지와 무능력, 무책임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집권여당 국힘당의 지도부의 의료에 대한 무지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런 자들이 정권을 잡고 국정을 운영하고 있으니 이 지경이 벌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의사들은 보통 의대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 군의관(공보의) 3년, 전임의(펠로우) 2~3년 과정을 밟는다. 군의관(공보의) 시절을 빼고 이 기간 동안 이들이 받는 심리적, 육체적 압박은 엄청나다. 전국의 내놓으라 하는 인재들이 경쟁하는 의대 6년, 주 80시간 이상에 주 4회 정도의 당직, 최저임금보다 못한 급여를 받는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 시절에 교수로부터의 받는 질책, 환자와 보호자의 불만을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사실 보통의 일반인이라면 견디기 힘든 일이다. 우울증이나 무력감을 조금이라도 느끼지 않으면서 이 과정을 수행해 내는 의사들이 몇 명이 될까? 의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약간의 정신질환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마 추경호는 정신과로부터 약 처방을 받은 의사들은 모두 정신질환자로 취급하고 의사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의사들이 연간 6,228명이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다고 하니 전체 의사 약 12만 명 중 매년 5%의 의사가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것이 된다. 의대 정원이 3,058명이니까 매년 배출되는 의사의 2배가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추경호는 이들을 모두 정신질환자로 취급하고 진료와 수술을 못하도록 하자는 이야기이고. 


불면증으로 정신과를 찾아 처방을 받아도 F코드로 잡혀 정신질환자로 심평원에 기록된다. 조현병 등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진단을 받은 의사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이런 중증 정신질환 의사들이 진료하고 수술한 건수도 극소수일 것이다.


추경호는 매년 6천명이 넘는 의사들이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 이들이 매년 2,799만 건의 진료와 수술을 하는데도, 그리고 1천명당 의사 수가 OECD 최저 수준임에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수준(의료지표)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백번 양보해서 추경호의 주장이 사실이고, 추경호의 주장처럼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의사들의 의사 자격을 박탈한다고 하자.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울증, 불면증 등 초기 정신질환을 느끼는 의사들은 정신과를 방문하여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신 질환을 치료하지 않을 것이다. 정신과를 방문하여 정신질환 치료약을 처방받는 순간, 그것이 기록으로 남고, 이로 인해 의사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한 의사는 계속 진료와 수술을 하게 될 것이고, 이는 환자들에게 오히려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정신질환은 숨기면 숨길수록 더 악화되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 정신과를 방문하거나 처방을 받는 것이 자신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불식시켜야 하는데 추경호는 되레 감추도록 부추키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항우울제 등 정신질환 치료약을 복약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추경호 주변에도 많을 것이다. 추경호는 이들을 모두 (기존 관념의) 정신질환자로 치부하고 이들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매도한다. 의사 뿐 아니라 한의사, 약사, 간호사 등 의료계 종사 뿐아니라 변호사 등 타 직군에도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수두룩 할 것이다.

 

추경호는 이들을 모두 의사 자격 박탈하듯이 자신의 직군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마약을 한 의사들이나 심각한 정신질환자 대해서는 의사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단순히 불면증이나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를 방문하여 처방을 받은 의사들을 정신질환자로 취급하고 의사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온당할까? 


추경호 주장대로 한다면, 현재 의사들 중 1/4 이상은 의사 자격 박탈해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의대 정원은 2천명 증원할 것이 아니라 1만명은 증원해야 할 것이다. 1만명 증원해도 매년 6천명 이상의 정신질환 진단을 받는 의사들이 발생할테니.


추경호는 국회의원 중에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자는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 것에 동의할까? 정신과에 가지 않아서 정신질환 진단을 받지 않았지만, 실제 하는 행동은 정신질환자 이상의 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공직 후보에 올라서는 안 되며, 설혹 당선되었더라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수용할까?


정부와 국힘당의 하는 꼬라지를 보면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올해 안으로 복귀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으로 보이고, 내년에도 전공의 수련을 지원하는  의사들도 30%를 넘어갈 것 같지 않다. 의대생들도 내년에 정상적인 수업 참여도 장담할 수 없고.


이제는 과거의 좋았던 의료시스템으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하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생명은 스스로 지켜야 하는 각자도생의 뉴노멀 의료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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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타임즈 2024-10-04 오후 7:40

    법을 무시하는 태도는 위험하다. 비아냥 거리는 정치인들, 트집쟁이들, 사리사욕자들, 거짓말쟁이들, 범법자들이 사회를 혼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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