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다른 과로 돌려막기'? 의사들 "무지의 소산"

응급의학의사회 “응급실 파행은 시작일 뿐, 의료 붕괴는 예정된 수순”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정부의 ‘다른 과 전문의 응급실 돌려막기’에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응급실 운영 중단이 잇따르자 정부는 다른 진료과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밝혔는데, 이들은 “무지의 소산”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현장을 지켜오던 응급 의료진들이 탈진해 이탈하고 응급실이 파행 운영되는 상황”이라면서 “일부 병원의 응급실 파행은 시작일 뿐 추가 응급실과 의료계의 붕괴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90% 이상의 응급실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거짓말 해왔지만, 실제 응급의료기관 400여 개 중 70%는 원래 전공의가 없었던 곳이고, 수련병원 대부분은 파행 운영되고 있다”면서 “상급종합병원이 무너지면 지역 응급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하고 이는 전체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를 초래하게 될 것”고 경고했다.


의사회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18일 응급실 운영 중단과 관련 “응급의학과 외 다른 전문 과목의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무지의 소산”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의료의 전문성에 대한 인정은 특정 집단의 이권이 아닌 환자가 전문적인 치료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복잡한 외과 수술은 외과 전문의가 수행하는 것이 환자에게 최고의 이득이듯 응급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는 응급의학 전문의가 수행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실은 그냥 머릿수만 채워 놓으면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라면서 “다른 과 전문의의 응급실 돌려막기는 응급의료의 질 저하 뿐 아니라 파견 과의 역량 저하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병원 전체의 몰락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이날부터 수련병원들이 9월부터 수련이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작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의사회는 “응급의료를 전공하던 대다수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다른 병원 상급 연차나 9월턴으로 지원하는 인원은 더욱 없을 것”이라면서 “내년 신규 지원도 극소수일 것이기에 응급의학과는 소멸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의료개혁은 실체가 없고 1조 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 부었지만 이룬 것이 없다”면서 “진료보조인력(PA)을 활용한들,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들든 간에 조속한 정상화는 불가능해 남아있는 교수들과 전문의의 인내심이 정부가 기댈 마지막 동아줄이며 이들이 포기하는 순간이 의료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수련·근무환경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응급의학과는 폐과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면서 “사태의 여파가 최소 2~3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올바른 응급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최선의 노력과 함께 준법 투쟁과 업무량 조절, 자발적 사직과 개업 지원을 통한 무한 버티기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공의 7월 시점 강제 사직 절차와 9월턴 모집을 통한 갈라치기를 즉각 중단하고, 전공의들의 복귀를 원한다면 전공의 7대 요구안을 조건없이 수용하라”면서 “묵묵히 값싼 노동력으로 장시간 일하던 전공의가 없으면 유지되기 어려웠던 의료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만큼 정부가 의료계를 의료개혁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것이 의료 파국을 눈 앞에 둔 현재 사태 해결의 첫걸음이 될 것”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 성명서 전문이다.

 

 

파행과 붕괴를 앞둔 응급의료 위기와 정부가 촉발한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 성명서


우리는 5개월이 넘는 의정갈등으로 국민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도, 매번 문제없다 또는 대책이 있다며 지금껏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정부와 복지부의 무책임함과 무능력함을 강력히 규탄한다. 지금껏 현장을 지켜오던 응급의료진들이 탈진하여 이탈하고 응급실이 파행운영되는 상황인데도 우려할 문제가 아니라는 현실 인식은 절망감을 넘어 이제는 포기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1. 일부 병원의 응급실 파행은 단지 시작일 뿐 추가적 응급실과 의료계의 붕괴는 예정된 수순이다

 

지금껏 정부에서 독단적으로 추진했던 모든 대책들은 현장에서 전혀 효과적이지 않았다. 매일같이 90% 이상 응급실이 정상운영되고 있다고 거짓말 해왔지만, 실제로 응급의료기관 400여개 중 70%는 원래 전공의가 없었던 곳이기에, 수련병원 대부분이 파행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단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다. 상급병원이 무너지면 지역의 응급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하고 이는 전체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를 초래하게 된다.

 

2응급의학 전문의가 없으면 다른 과 의사들이 보면 된다는 식의 발언은 무지의 소산이다.

 

의료의 전문성에 대한 인정은 특정집단의 이권을 위함이 아니라 전문적인 치료를 통한 환자의 이득을 위함이다. 복잡한 외과 수술은 외과 전문의가 수행하는 것이 환자에게 최고의 이득이다. 마찬가지로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처치는 응급의학전문의가 수행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응급실은 그냥 머릿수만 채워 놓으면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 다른 과 전문의의 응급실 돌려 막기는 응급의료의 질 저하뿐 아니라 파견과의 역량 저하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병원 전체의 몰락을 초래한다.

 

3. 전공의들에 대한 강제사직처리와 9월턴 전공의 강요는 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지난 6개월 간 정부가 했던 일은 협박과 회유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법적 부담과 책임을 병원에 넘기려 6월사직을 말하다가 급기야 이제는 몇 명이 될지 모르는 9월턴을 받겠다고 1만명이 넘는 전공의들을 강제로 사직 처리하려 하고 있다. 응급의료를 전공하던 대다수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다른 병원 상급 연차나 9월턴으로 지원하는 인원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내년 신규 지원도 극소수일 것이기에 향후 응급의학과는 축소 소멸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4. 전공의들을 사직 시키는 순간 이미 정부는 패배한 것이다.

 

처음부터 정부는 의료계를 정책동반자가 아닌 척결해야 할 카르텔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일 약하고 힘없는 전공의 1만명의 강제사직으로 귀결되었다. 정부가 바라는 의료개혁은 실체가 없고 1조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 부었지만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다. 이제 최소 2년의 의료붕괴가 확정되었고 이전으로 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다. 전공의들 없이 허울좋은 전문의 중심 병원은 실현이 불가능하기에 병원들은 파산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 모든 피해는 국민들의 몫으로 이는 정부의 패배인 것이다.

 

5. 이제 더 이상 이 정권과는 협상이나 타협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정부의 대책 발표나 감언이설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이번 사태를 통하여 젊은 의사들은 정부의 장기계획의 부재,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와 권력자의 한마디에 좌지우지하는 비합리적인 운영방식을 지속적으로 목도하였고 안타깝지만 이 일을 해결할 능력 자체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게 되었다. 결국 이제는 앞으로 절대 정부의 사탕발림 거짓말에 속아주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마음대로 해 왔으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분명히 정책실패와 의료붕괴의 책임을 절대로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강제사직절차 진행으로 전공의 들과 병원들 간의 법적 공방이 불가피하다. 전공의들과 의대생들 없이는 이 나라 의료의 미래는 없다. 어떤 판결이 나더라도 전공의 복귀를 위해 더 이상은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으며, 지금부터는 공멸의 길 밖에 남아있지 않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의료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말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는 여전히 침묵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발을 빼려 하고 있다.

 

이에 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 전공의 7월시점 강사직절차와 9월턴 모집을 통한 갈라치기를 즉각 중단하고, 전공의 들의 복귀를 원한다면 먼저 전공의 7대 요구안을 조건없이 수용하라.

 2025년 의대증원이 왜 논의 불가이고 2026년은 어째서 가능한지 그 이유를 정확히 밝혀라

 

정부는 이제 더 이상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포기하고, 잘못된 정책추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이 잘못된 방향이라면 지금이라도 멈춰서는 것이 피해를 그나마 최소화하는 길이다. 아무리 PA를 활용한들,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들든 간에 조속한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단지 지금 남아있는 교수들과 전문의 의료진의 인내심이 정부가 기댈 마지막 동아줄이며 이들이 포기하는 순간이 우리나라 의료의 종말이 될 것이다.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이 돌아올 유일한 방법은 응급의학과의 가치를 회복하는 방법밖에 없다.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수련, 근무환경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응급의학과는 폐과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사직처리 여부와 상관없이 전공의들을 적극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며, 잘못된 정부정책에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여파가 최소 2-3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언젠가 전공의들이 다시 선택할 수 있을만한 올바른 응급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최선의 노력과 함께, 준법투쟁과 업무량 조절, 자발적 사직과 개업지원을 통한 무한버티기에 돌입할 것이다. 의료 파국이 눈앞에 있다. 묵묵히 싸게 오래 일하던 전공의가 없으면 유지되기 어려웠던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그 자체로 비정상적이며 절대 지속가능하지 않다. 정부가 의료계를 진정한 의료개혁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것이 해결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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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타임즈 2024-07-31 오전 8:14

    의료개혁은, 무너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려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언제 어디서나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국민 거의가 찬성하고 있다. 한국은 법치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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