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풍토상 춤은 절대 춤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러니 노인들이 도매금으로 욕을 듣지>

우리 동네서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잠뿍 내일이면 80살이 되는 부부가 있었다. 이 남자가 젊어서부터 춤을 추러 다녔고, 그의 처는 이날 이때껏 그 일로 속을 썩이다가 결국 작년에 이혼해버렸다.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젊어서도 참아 지낸 일인데 다 늙어빠진 지금 그걸 못 참아 이혼을 하요 그래?” 대답인즉 이랬다. “남편이 젊어서는 춤만 추러 다녔지 집에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도리어 지금은 아침이고 저녁이고 여자가 전화를 해서 남편을 바꾸어달라고 한다.” 한국 풍토상 춤은 절대 춤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젊은이가 술에 취해 길거리서 고성방가를 하면 다들 그러려니 하고 말지만, 늙은이가 그러면 단박에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한다. 젊은이가 길거리서 패싸움을 하면 다들 피하기 바쁘고 혹 젊은이의 혈기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늙은이가 그러면 동네 사람들이 찬물을 동이 채로 끼얹어 버린다. 젊은이가 떼를 지어 몰려다니면 그 자체로써 힘이 솟고 기운이 돋는 광경이다. 그러나 늙은이가 길거리에 우 몰려다니면 추하게 보인다. 옛날부터 전해져오는 욕이 있다. “더럽게 늙었다”이다. 더럽게 젊었다는 욕은 없어도 더럽게 늙었다는 욕은 있는 것이다. 늘그막에 이혼당한 저 남자를 동정은커녕 지나치는 사람마다 “더럽게 늙었다”고 했다.

나이에 따라서, 좋은 일도 하잖은 일이 될 수 있고, 하잖은 일도 좋은 일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세상이 골백번 바뀌더라도 젊은이는 젊은이로서, 늙은이는 늙은이로서 지켜야만 할 가치가 있다. 젊은이에게는 활기가 있어야 하고 늙은이는 부동(不動)해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만약 전쟁이 터졌을 때 80살이 넘은 사람이 자원입대를 하면 젊은 전사들이 무어라 하겠는가. 보나마나 “앞에서 걸리적거리지 말고 집에 가서 몸조심이나 하세요”할 것이다.

조선일보에 며칠째 실려 있는 눈꼴신 기사가 있는데 보다못해 이 글을 쓴다. 이런 제목이다.《“여기가 삶 해방구”… 어르신 콜라텍 ‘국일관’, 3년만에 다시 북적》제목부터가 틀렸거나 혹 노인을 저주한 것이다. “여기가 삶의 해방구”라니? 삶의 해방은 죽음이다.

거기에 실린 사진을 보니 늙은이들이 한가득 모여서, 전원이 남녀가 짝을 지어 지루박 같은 춤을 추고 있었다. 어쩌다가 부부가 춤을 춘 경우도 있겠으나, 대개는 남남일 것이며 현장에서 만나 춤추게 됐을 것이다. 저 꼴이 같은 늙은이인 내가 봐도 더럽게 보이는데, 아들 딸들이 보았을 때 뭐라고 할 것인가. 늙으나 젊으나 암내만 맡고 다니는 세상이 돼 버렸다. 이야말로 욕하고 침뱉을 일이 아닌가.

옛날에는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 하여 남녀를 엄격하게 구별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이젠 남녀칠십세부동석(男女七十不同席)으로 고쳐서 가르쳐야 할 판이다. 늙은이들이 젊은이들에게 푸대접을 받을수록 앞장서서 미풍양속을 지켜나가야만 비로소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그러지 않고 늙은이들이 젊은이들을 따라 하면 젊은이들의 심부름꾼밖에 더 하겠나? 안 그래도 老少로 갈라져 다투는 세상이다. 누가 더 잘해야 하겠는가.

청춘남녀가 어울려 춤을 추는 모습은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하지만 늙은이가 여가선용을 내세워 남의 남자, 남의 여자를 끌어안고 뱅뱅이 도는 것은 꼴불견이다는 말로써는 모자란다. 추잡한 짓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기사를 실은 까닭은 무엇인가? 신문이 늙은이는 저딴 짓이나 하는 게 좋은 것이다고 가르친 셈이다. 몹쓸 기사 아닌가. 한편 신문의 입장에서는 늙은이에게 더 점잖아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저런 기사를 썼을지도 모른다.

신문이 하도 당당하게 저런 식으로 보도하니 내 생각을 되돌아 보았다 그래서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서 댓글을 하나하나 다 읽어봤다. 찬성과 반대가 얼추 반반 정도 될 것 같은데 찬성이 더 많아 보인다. 편의상 반대 댓글 몇 개만 여기에 소개하는데 반대 댓글이 더 논리적이다

아참. 그리고 덧붙인다. 회전운동은 노인에게는 위험하다. 춤이 회전운동의 대표격이다. 한쪽 허리만 사용하는 골프도 노인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대신에 근력운동을 하는 게 낫다. 서서 아령을 들거나 누워서 역기를 드는 것은 노인에게 더 절실히 필요한 운동이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 "면역력은 근력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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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nger1 2023.01.07 08:37:03
늙은이들이 후세대에 남기는 서글픈 꼴이다. 고생하고 물려준 모든 것들이 이런 낯부끄러운 꼴 때문에 추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 마지막 남은 힘을 왜 이런 데 사용하는 걸까? 후대가 뭘 배울까를 생각 좀 하시라!

한조 2023.01.07 10:40:43
참으로 꼴불견이다. 사색하며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지면서 인생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후세의 귀감이 되도록 노력해야 될 나이에 촐랑거리며 놀고 있는 모양새가 혐오스럽다

가을 뻐꾸기 2023.01.07 11:05:48
아직도 청춘? 나이를 먹었으면 늙은 게 맞다. 나이에 맞게 행동하라. 이미 다리에 힘이 다 빠졌는데 청춘이라고 외치기만 하면 다시 젊어지나? 현실을 인정해라. 나이가 먹어서도 콜라텍? 그런데 가서 눈동자 돌릴 시간에 좀 더 의미있는 자원봉사나 해라. 그것도 싫으면 집안에 있던지…참고로 나도 70세는 넘었다.

sonamu 2023.01.07 09:59:55
꼴값하네요. 이런 곳에서 사고나면 국가 책임이라 하려나? 이태원 클럽 찾아가는 길 참사를 마치 국가 책임인 양 정치공세하는 꼴 보면서 나라가 왜 이렇게 무질서 무책임 갈라치기해서 서로 죽이려 덤비는 나라？榮쩝？ 도덕적인 회복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尙德 2023.01.07 09:08:11
그래도 노인네들이 몰려다니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나도 70대인데, 안국역에서 낙원상가 사이에 많은 노인네들은 문제가 있더라.

베토벤과 모차르트 2023.01.07 11:11:30
나이가 들어가면 젊은 시절보다는 정신적인 영역에 천착하면서 사는, 그런 모습을 볼 수는 없을까요? 인체의 여러 기능들이 떨어지는데 굳이 저렇게 놀아야 하는 것인지…의문이긴 합니다. 조금이라도 인생을 사는 진리를 찾으려고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는, 그런 노인이 되고 싶습니다. 솔직히 뭐 남자나 여자나 나이 70대 넘어가면 육체적 매력이야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