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version is below)

- 사기꾼에 걸려든 이야기 3 -

한참을 걸은 뒤 드디어 거의 다 왔단다. 이면(裏面) 도로에서 좁은 길로 조금 더 들어가니 정말 맥주 간판이 걸려있는 조그만 이 층 건물이 나타났다. 신기했다. 마치 60년대 서울 신촌 대학가의 풍경이랄까.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며 건물에 다가가니 이 층의 열린 창문을 통해 낯설지 않은 올드팝송(Think twice)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말 이 친구 말대로 세상은 변하고 있었다.

.

이때였다. 나세르가 내게 말하길 자기에겐 지금 프랑스 프랑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을 환전(換錢)하려면 은행에 가야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테니 여기서 기다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이 친구가 술값 때문에 그런 줄 알고 술값은 내가 낼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 친군 고맙다며 내일 아침에 환전한 뒤 꼭 돌려주겠단다. 얼마나 예의가 바르고 센스 있는 친구인가. 그는 정말 믿어도 괜찮아 보였다. “흠~, 잠시나마 의심을 한 게 미안하군.”

.

홀은 이 층이란다. 올라가 보니 진짜 병맥주와 생맥주를 팔고 있었다. 테이블은 네 개 그리고 두 명의 손님들이 정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물론 서빙 아가씨도 있었다. 정말 이런 곳도 있구나 싶었다. 나는 위대한 발견이라도 한 듯 흐뭇한 마음으로 술을 마셨다. 맥주 6병을 마셨다. 처음에 이 친구가 세 병 주문, 다 마신 뒤 내가 또 세 병 추가한 것이다. 안주는 과일 종류, 올리브 열매 같은 뭐 이상한 열매들. 그러나 실내의 분위기를 봐서 전혀 이상한 것 같지는 않았다.

.

이슬람 문화권에 술집이 있고 아가씨도 있다니 정말 믿기 어려웠다. 허나, 눈앞에 보이는 현실은 분명히 그랬다. 고정관념(固定觀念)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아마, 이집트 카이로를 먼저 가 보았다면 이런 충격적 반응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카이로는 훨씬 전에 이미 개방사회(開放社會)였으니까.

.

술을 한두 잔 계속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의 외항선(外航船) 생활 얘기는 퍽 재미있었다. 가령, 암스테르담에 가면 홍등가(紅燈街), 섹스박물관, 성인용품 가계 등 성적자유(性的自由)를 마음껏 누린다는 것부터, 그들의 자유분방한 생활문화와 경제적 부(富)를 은근히 부러워하는 표현들이 그렇다. 대화를 오래 나누다 보면 상대의 역사관, 국가관, 세계관 등 사상과 이념의 흐름도 함께 묻어나는 법. 이 친군들 예외일 리 없다.

.

서방 세계, 즉 기독교 문화권과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론 서구권(西歐圈)이 이룬 첨단 문명의 세계를 무척 부러워하는 이중성(二重性)을 보인다는 것. 이는 아마도 인간의 이성적(理性的) 영역이라기보단 본능적(本能的) 반응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

한편 나는 이 친구에게 한국에 관한 평을 듣고 싶었다. 한국인 친구와 함께 근무한 적도 있다고 했으므로 뭔가 새로운 생각과 이미지가 있지 않을까 해서. 역시 내 예상이 적중했다. 칭찬 일색이었다. 즉, “한국은 기적(奇蹟)을 이룬 나라다. 한국이 부럽다. 한국은 위대한 지도자를 둔 덕택에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가장 부자 나라 그룹에 들었다. 한국인들은 매우 똑똑하다. 말을 잘한다. 부지런하다. 술도 세다...등.” 기분이 그만이었다. 자기 나라를 칭찬하는데 누가 싫어하고 미워하겠는가.

.

그는 다소(多少) 분노의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프리카 지도자는 모두가 다 썩었어요. 우리도 지도자를 잘 뽑으면 한국처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의 말에는 진정성이 있었다. 아무튼, 그의 말은 오랫동안 잊을만하면 되살아나곤 했다. TV에서 아프리카의 참상(慘狀)을 볼 때마다 그렇다. 피골(皮骨)이 상접(相接)한 아이들의 처절한 생존투쟁의 모습. 실제로 나는 이후에 짐바브웨, 우간다, 말라이, 에티오피아 등에서 그런 비참한 모습들을 직접 봤다. 한국판 50~60년대는 여전히 지구촌 구석구석에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

대화는 계속됐다. 그는 나의 다음 목적지를 물었다. 내가 마라케시를 갔다가 알제리를 거쳐 리비아나 튀니지를 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이 친구 갑자기 자기가 소개하는 배를 타고 튀니지로 가랜다. 그 선장(船長)은 자기 친구이니 그냥 타면 된단다. 그런가 하면 내일 마라케시까지 가는 것도 자기 차로 가면 돈도 안 들고 편하고 안전하단다. 한술 더 떠 자기 집에서 며칠 묵으면 더 좋겠단다. 왜냐면 자기 가족들은 다 외국인을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도대체 이 친구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결과는 둘 중 하나일 텐데, 운(運)이 좋으면 그의 말대로 진짜 모로코의 속살을 볼 것이고, 아니면 모든 걸 다 털리고 죽을 수도 있고. 사실 이 같은 경우는 몇 번이나 있었다. 주로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갑자기 나를 자기 집에 초대하고 싶다고 할 때다. 대체로 나는 모험을 택하는 편이다. 기대 이상의 추억거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이 얘긴 다음으로 미루고…

.

암튼, 이 친구의 마지막 제안에 나의 갈등은 극점(極點)에 이른다. 그의 말은 오늘 저녁 7시에 자기 이모 집에서 파티가 있다는 것이다. 자기가 무사히 돌아왔음을 축하하는 파티인데 그건 모로코의 전통이란다. 시간이 있으면 이 파티에 같이 참석해도 좋다는 묘한 여운(餘韻)을 남기고 또 다른 얘기로 넘어간다. 그는 꼭 그런 식으로 말했다. “시간이 있으면~~” 혹은 “마음이 허락하면~~” 와도 좋다는 식으로. 그는 결코 강요하는 듯한 표현이나 분위기를 절대 보이지 않았다. 이 친구는 나의 성격을 이미 다 파악한 듯, 내 호기심을 은근히 계속 자극했다.

.

조카란 녀석은 시종일관(始終一貫) 선글라스를 쓰고 앉은 채 말이 없다. 술도 많이 안 마신다. 도대체 인석의 정체는 뭘까. 분명 대학생 면모를 보이는 건 틀림없는데. 순간순간 의문도 일고 답답도 했지만 더 이상 의심을 않기로 했으니 무시해 버렸다. 한편 나세르는 여전히 대화 중간중간에 나에게 아무 부담 갖지 말고 오늘 저녁 파티에 간다, 혹은 안 간다의 단답(單答)만 내리라는 것이다. 갈등의 폭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 만약 그의 말이 진실이라면 나는 진짜 모로코인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행운아가 되는 것이고, 만에 하나 범죄에 걸려든다면 이건 생각만 해도 너무나 끔찍한 일이기 때문이다. <계속>

.

감사합니다.

.

-----------------

.

People met on my backpacking 106 

A story getting dragged into a swindler – 3

.

.

Walking along the road long, he finally said we almost got there. He led me a little further on the other side road. Surprisingly, there was a small two-story building with a beer signboard. Unbelievable! It reminded me of Shinchon called University town in Seoul in 1960s. I followed him with some question. I heard some old pop songs from the second floor such as ‘Think twice’ and so on. A big changed! Incredible! as he said.

.

Now then, Nasser said to me, “Sorry. I have now only French francs. I should exchange francs for dollars at a bank. So would you wait here for me?” He added that it would take some time to go to the bank. I thought he worried about money for beer. Said to him, “Don’t worry about beer. It’s on me.” “Really? I appreciate it but I will return it to you tomorrow morning.” How courteous and sincere, was he, he looked ever so smart and honest. Felt sorry for doubting him for a while.

.

The bar was upstairs. When stepping up, I was surprised again. There were four tables, and two guys were drinking beer, not bottled but draft. Of course, there was a serving girl, too. Unimaginable! Felt amazing myself as if I discovered a new world. Frist, he ordered 3 bottles. After finished them and then I ordered 3 bottles more with some kind of snack.

.

She brought some dried fruit I didn’t know. Asked him what it was, he said it’s olive fruit. The ambiance or the atmosphere of the hall seemed ok, just like a bar in Seoul. Yes, a bar with a serving girl in the Muslim land were there, but I’ve never thought of it. It was the moment when my fixed idea broke up. Maybe this shocking reaction wouldn’t have happened if I first visited Cairo Egypt before here. I mean Egypt was already quite opened.

.

Enjoyed talking over drinking beer. Especially, his story about seafaring life was quite interesting to me. For example, when he's staying in Amsterdam, he said, he felt free to enjoy sexual liberty such as red-light district, sex museum, adult goods, and so on. He also seemed to be very envious of their open enlightenment about their liberal living culture and economic wealth.

.

When we share a conversation for a long time, we can naturally catch each other’s view of history (country, world). There’s no exception to this guy. While criticizing the Western world, the Christian culture and the capitalist system, he also showed a duality of envy of the world of advanced civilization they created. Perhaps this is not a rational domain of human beings but an instinctual part, I thought.

.

Meanwhile, I wanted to listen to him what he felt about Korea. According to him, he worked with a Korean for a year, so I wondered if he had a new idea and image about Korea. Nothing special but only praising Korea, “Korea made a miracle. I’m envious of Korea. Thanks to your great leaders, your country, Korea became one of the richest countries from the poorest country. Koreans are very smart. They speak well, talkative. Very diligent. I Know Koreans are heavy drinkers... etc.”

.

Well, I think, nobody would reject him who kept praising your country. Anyway, his word, "All of the African leaders are surely rotten, corrupted. We can be rich if we wisely select leaders just like your country, Korea." His saying reminded me of especially when watching the tragedy of Africa (children's struggling to survive in living hell) on TV.

.

He suddenly asked me about my schedule. Told him that I would visit Algeria through Marrakech and then to Libya or Tunisia. Then he surprisingly offered me to use his friend’s ship for free. Also, he said he would give me a ride on his way to Marrakech tomorrow. He said, “Of course, you don’t have to pay anything but just enjoy your trip with me.”

.

Again, said he, “You can stay a few days in my own house. Because my family like foreigners.” Well, the more I heard him the more I was confused in mind, should I accepted him or not, I really didn’t know what to do. Terrible mental conflicts were constantly occurring in me. How far should I trust him? The result would be one of them, if I were lucky, I could see their genuine culture, or else surely robbed me of everything and killed.

.

I felt the extreme of conflict in his last suggestion. Saying, “My aunt gives a party for me at home at 7 this evening. It's a kind of celebrating my safe return. It's a Moroccan tradition.” And then he smoothly changed the subject. He always led me like this, leaving something exciting that I couldn’t make my mind easily. Saying again, “Oh, you don’t have to think too deeply. It’s ok. Join me or not, that’s no problem. It’s up to you.” He never showed me any compulsion or emotion. This guy seemed to have already grasped my nature and taste. Otherwise, he couldn’t keep on stimulating my curiosity.

.

His nephew said nothing at all but sitting on the chair with his sunglasses on. He didn’t drink much. What on earth is this guy’s identity? A real college student? Strange enough but I just ignored him. On the other hand, Nasser was still in the midst of the conversation and didn’t have any burden on me. My conflicts were in a situation where I couldn’t get out of hand. If his words were true, I would be a lucky guy who experienced the real traditional Moroccan culture, and if not? It could be a horrible thing to even think about.

.

.

Thanks. Good Lu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