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고 외쳤다. 납북된 작가 김기림의 ‘새나라송(頌)’의 한 구절이다. 문 대통령은 또 “나는 씨앗이 땅속에 들어가 무거운 흙을 들치고 올라올 때 제힘으로 들치지 남의 힘으로 올라오는 것을 본 일이 없다”고 말한 남강 이승훈 선생의 어록도 인용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과 사람,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사이의 균등을 강조한 조소앙 선생의 삼균(三均) 어록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이 인용한 선각자들의 어록은 모두 귀담아 새겨들어야 한다. 이 같은 선각자들의 말씀은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상기시킨 것이 아니다. 이미 선배 대통령들과 정치인들이 외쳤던 어록이다. 뒤늦게 들고나와 말만 하고 실천이 없으면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선각자들처럼 관용과 포용, 긍휼의 마음을 가지고 묵묵히 실행해 나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8·15 광복절의 의미와 감격을 제대로 새기고 그 역사성을 국정에 바로 옮겨 심어야 한다.

광복은 어느 특정세력이나 집단만을 위한 경사가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의 발전과 미래건설을 위한 각오와 실천이 있어야 한다. 그 역사성을 계승 발전시켜 나갈 책무가 오늘의 현직 대통령에게 있다. 역사를 단절시키거나 중단시켜가며 내분을 불러오면 안 된다. 선각자들의 어록을 낭송할만한 마음의 준비와 주변 환경을 통찰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국론이 두 쪽으로 갈라져 있고 지역은 좌파기지와 우파기지로 나누어져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장관과 벼슬아치들은 권력 쟁취에만 집착할 뿐, 진정 국민과 호흡을 함께 할 생각은 아예 보이지도 않고 있다. 장관이란 자들과 주변 측근들은 앵무새처럼 말장난만 하지 실천 의지는 저 멀리 팽개쳐버렸다. 부도덕의 극치를 보이고도 있다. 이런 간신배들에게 둘러싸인 대통령이 이 어려운 난국을 제대로 헤쳐나갈 수 있을까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음을 알아야 한다.

덕치(德治)와 관용, 포용과 배려는 실종됐다. 정치보복과 정파 싸움으로 해가 지고 해가 뜨는 오늘의 이 엄중한 시국의 수습과 책임은 권력을 장악한 집권세력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냉엄한 국제사회에서의 국가 보위도 국민을 탓하거나 의지하기 전에 대통령이 앞장서서 바른길로 나가야 하고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 싸움닭들의 틈바구니에 갇혀 있는듯한 대통령의 신세가 너무 처량해 보이지 않는가.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들어하는 민초들의 신음을 대통령은 듣고 있는가? 대통령은 과연 대통령이라 불러주기를 비라고만 있을 작정인가?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은 선각자들의 어록만 읊조려서는 안 된다. 2045년 원코리아(ONE KOREA)를 외쳤지만 당장 북한으로부터 날아온 메아리는 무엇인가? 북한의 김정은은 미사일을 또다시 발사했고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졸졸 읽고 있다는 조롱이 답사(答辭)로 돌아왔지 않는가? 앞으로 상대하지 않겠다고 퇴짜까지 놓았다. “삶은 소대가리”같다는 폭언에도 느끼는 게 없는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대통령 혼자만이 만들 수 없다. 가야 할 길이 첩첩산중이고 넘고 넘어야 할 고개가 수도 없이 많고 많다. 진정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대통령 주변의 싸움닭들부터 들판으로 내쫓아야 한다. 국민을 이렇게 갈기갈기 찢어놓고 어떻게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천년만년 대통령 할 수 있다고 보는가? 허황된 망상부터 버리시라. 권력이 사라지면 뿔뿔이 제 살길 찾아 떠날 놈들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보지 않았는가? 오죽 답답했으면 극단적 선택을 했겠는가? 김정은과 말 못 할 밀약의 사연이라도 있는가? 그렇게 핀잔을 주고 망신을 주고 창피를 주는데도 묵묵부답,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으니 이런 세상이 이 지구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국민들은 밤잠 이루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