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부설 민주연구원장의 비밀회동에 합석한 것으로 알려 진 친여(親與) 공영방송 MBC의 국장급 기자 김현경의 증언이 새로운 정치 문제로 떠올랐다.

양정철은 인터넷매체 ‘더 팩트’에 의해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의 비밀회동’ 사실이 폭로되자 “지인들 간의 사적 모임으로 민감한 정치 문제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합석한 지인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서훈·양정철 회동’에 합석한 MBC의 통일방송추진단장(국장급)인 김현경 기자가 자신의 페이스북과 직접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당일 회동에 동참 사실을 고백하고 오고 간 얘기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서 원장과 양 원장은 개인적인 친분으로 만났고 동석한 사람은 셋(서훈, 양정철, 김현경) 이외는 없었다. 민감한 정치 얘기는 없었다. 오히려 남북 관계나 정치 이슈에 대해 제가 두 사람에게 듣기 불편한 쓴소리를 많이 했다. 예전에는 국정원에 국내정보담당조직이 있어서 여론 수렴도 하고 소통도 했었는데 이제는 모두 국정원장이 직접 해야 한다.” (한국일보)

“오히려 남북 관계나 정치 문제에 대해 제가 두 사람에게 듣기 불편한 쓴소리를 많이 했다.” (한국경제신문)

“오간 얘기는 서 원장님이 국정원 개혁에 대해 말씀을 하셨다. 국내조직을 없애다 보니 원장이 할 일이 많아지셨다는 것이었다.” (중앙일보)

“양정철 원장의 귀국 인사를 겸한 자리였다. 총선 얘기는 없었고 한반도정세와 개인적 인연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매일경제)

“이혜훈 정보위원장은 취재한 언론사와 얘기했더니 21일 오후 9시40분부터 10시45분까지 사이는 둘만(서훈, 양정철) 있었던 것 같다. 본인은 총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누가 믿겠는가?”(조선일보)

한편 한겨레신문은 김현경 기자의 발언 내용은 보도하지 않고 “서훈·양정철 회동 이유 밝혀라, 목청 키우는 한국당”라고 야당 반응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기자 동석이 확인되면서 지인들의 사적 모임이라는 양 원장 해명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라고 양정철 편을 드는듯한 기사와 함께 “한국당 ‘공작 회동’ 서훈 국정원장 고발”이란 기사 제목을 달았다.

이 같은 신문 보도로 볼 때 MBC 김현경 기자의 증언은 몇 가지 팩트에 대한 의문 제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양정철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김 기자가 말한 대로 미국과 일본 틈바구니에서 외교 패싱만 당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만큼 민감하고 관심 있는 사항이 어디 있단 말인가? 김현경 기자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는 ‘듣기 불편한 쓴소리의 정치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김 기자로부터 쓴소리를 들은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은 어떻게 반응을 보였는가? 주고받은 남북 관계와 정치 문제는 어떻게 하기로 했는가? 국정원장과 집권 여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양정철 원장, 그리고 친여 공영방송의 국장급 기자 세 사람이 모여앉아 신변잡기나 썰렁한 잡담이나 하면서 4시간 동안 노닥거렸단 것인가? 국정원장 자리가 그렇게 한량한 자리인가?

김현경 기자는 국정원의 국내정보수집부서가 없으니까 국정원장이 직접 정보수집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도 국정원은 정치 정보를 비롯한 국내정보수집업무를 비밀리에 계속하고 있다는 것인가? 국정원 개혁과 같은 민감한 주요정보를 기자에게 그대로 노출해도 된단 말인가? 김현경이 진정한 기자라면 21일 삼인일석(三人一席)한 자리에서 취득한 정보를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식보도할 용의는 없는가?

양정철과 김현경은 김영란법을 의식하여 밥값은 각자 지불했다고도 했다. 무슨 메뉴를 얼마나 먹었으며 폭탄주는 몇 잔이나 마셨는가? 전체 식사비는 얼마나 나왔는데 각자 지불했다는 것인가? 양정철은 더욱 웃기고 있지 않는가? 택시비가 없는 백수라서 식당 여주인이 택시비를 대신 지불하는 판국에 식사대 15만 원을 선불했다니 이 무슨 코미디 같은 말장난인가?

논어 술이(論語 述而)편에 나오는 공자의 가르침이 있다. “삼인행이면 필유아사언(三人行, 必有我師焉).” “세 사람이 길을 갈 때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그중에 한 사람을 가려내서 그를 따르고 그렇지 못한 자는 가려내서 자신의 잘못을 고쳐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서훈과 양정철, 김현경, 이 세 사람 가운데 누가 스승이고 누구를 버려야 할 카드인가? 서훈인가? 양정철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 두 사람과 절친인 권력 지향형 기자 김현경인가? 속담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제발 유치하게 놀지 말라. 국민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