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묘사직소(乙卯辭職疏)는 1555년 11월19일 조선 왕조 명종 10년에 남명 조식(南冥 曺植) 선생이 임금에게 올린 상소문으로 후세에 회자되고 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전략(前略)… 그 사람 됨됨을 알지 못하고 기용하였다가 뒷날에 국가의 수치가 된다면 그 죄가 어찌 미천한 신(臣)에게만 있겠습니까? 헛된 이름을 바쳐 몸을 파는 것보다는 곡식을 바쳐 벼슬을 사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전하(殿下)의 국사(國事)가 이미 잘못되고 나라의 근본이 망하여 천의(天意·하늘의 뜻)가 이미 떠났고 인심도 이미 떠났습니다. 비유하자면 100년 된 큰 나무에 벌레가 속을 갉아 먹어 진액이 다 말랐는데 회오리바람과 사나운 비가 언제 닥칠지를 전혀 모르는 것과 같이 된 지가 이미 오래 됩니다. 소관(小官·낮은 벼슬아치)는 아래에서 시시덕거리면서 주색(酒色)이나 즐기고 대관(大官·높은 벼슬아치)는 위에서 어물거리면서 오직 재물만을 불리고 있습니다. 오늘날 공도(公道)는 쓸어버린 듯이 없어졌고 사문(私門)이 크게 열려 떼 지어 쫓아다니는 자들로 넘쳐 납니다. 공사(公事)를 받들 생각은 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이익만을 일삼으면서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랏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참으로 통탄스럽습니다. …하략(下略)>

464년 전 강직한 선비 남명 조식 선생은 자신에 대한 명종의 공직임명을 고사(固辭)하며 당시의 시국(時局)을 비판하며 임금에게 통촉(洞燭)할 것을 상소(上疏)했다. 왕권이 절대적이고 서슬 퍼렇던 시절에 남명 선생의 대쪽 같은 간언(諫言)은 시공(時空)을 뛰어넘어 큰 교훈으로 와 닿는다.

명종 때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현황은 다른가? 비슷한가? 자못 궁금하다. 특히 5060세대 비하 발언과 국문학과 대학생들을 무시한 막말로 경질된 김현철 보좌관과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해 설화(舌禍)를 일으킨 장하성 前 청와대 정책실장 등 청와대 직원들의 탈선과 독직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어 보이지 않는가? 이들 문제의 인물들을 소홀한 검증으로 기용한 문 대통령에게는 아픈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남명 선생은 사사로운 이해관계의 인사기용보다는 국사(國事)와 국가의 수치를 먼저 생각한 대인(大人)다운 직언(直言)이야 말로 역사의 교훈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