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전 의원의 자발적인 삶의 중단으로 나타난 후발효과(後發效果)는 ‘정의당’이 누리고 있다. 조문객이 수만 명 줄을 이었고 정당 지지율이 12.5%나 된다는 한 여론조사기관의 발표가 이를 뒤받치고 있다. 이런 풍선효과에 편승해서 기고만장의 자만함이 표출되고도 있다. 그 구체적 사례 하나가 <정의당, 드루킹 특검에 단호히 대처, TF구성>(경향신문 31일 보도 인용)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특검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조사가 진행되지도 않은 일을 과도하게 언론에 흘리고 있다. 특검에 대한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또 “특검이 처음 조사에 들어갔을 때 당이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반성이 있었다”고 했다. 이 같은 주장은 특검에 정의당이 대응을 잘못해서 노회찬이 자살하게 됐다는 것이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흘린 특검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뻔뻔스러워 보인다. 정의당은 또 “조의금 관련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했다. 가짜뉴스의 실체는 어떤 것인가?

정의당이 먼저 해야 할 일은 특검 대응부실에 대한 자아비판이 아니고 국민에 대한 정중한 사과이다. 노회찬 전 의원이 자당(自黨)의 국회 원내대표라는 책임 있는 정치 공인의 자리에 있으면서 ‘드루킹 사건의 경공모’로부터 4000만 원이라는 불법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은 국민을 속인 것이다. 그래서 노회찬 자신도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노회찬의 이러한 잘못에도 불구하고 과분한 위로와 지지를 보내 준 지지자와 국민에게 백배사죄하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이 공당의 도리요, 겸손한 자세일 것이다. 사과와 반성은커녕 특검 탓이나 하는 것은 후안무치의 극치로 보인다.

노회찬 전 의원은 청렴한 정치인도, 현대판 예수도 아니며 돈에 초연한 정치인도 아니었다. 다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 감옥에 들어가면서도 “나는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선 무죄”라고 헛소리한 어느 고관대작보다는 덜 철면피할 뿐이다. 지지자들의 추모와 위로가 곧 노회찬의 범법 행위를 용서하고 사면해 주는 것은 아니다. 공인의 경우 사망에 대한 위로와 처벌은 별개의 것이다.

현실 참여 작가 공지영은 그의 소설 <해리1, 2> 출간 기자회견에서 “진보의 탈을 쓰고 위선을 행하는 무리를 고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공지영의 이 같은 지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