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떠한 경우에도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는 또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들여야지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는 것은 또 다른 책임회피이다”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이 전해지자 정의당 최석 대변인과 민주당 김현 대변인이 턱도 아닌 소리로 비난했다. 먼저 생각나는 것이 ‘도둑이 제 발 저리다’라는 속담이다. 홍준표의 자살 발언이 특정인을 겨냥한 것인지 아닌지 밝힌 것이 아닌데도 노회찬 전 의원의 자살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이고 공격에 나선 것이다. 홍 대표의 주장은 하나 틀린 게 없다. 맞는 말이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그 누구도 노 전 원내대표의 죽음을 미화하지 않았으며 죽음에 대해 공감하고 마음 아파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전 의원이 자신이 비리에 연루된 것이 부끄러워서 양심의 가책을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정치권이나 국민들이 고인의 아픈 곳을 지적하지 않고 조의를 보인 것은 노회찬 전 의원이 생전에 모든 것을 잘했기 때문이 아니다. 사자(死者)에 대한 예의요 덕담이었다.

노회찬 전 의원도 현역 정치인 시절엔 풍파도 많았고 영욕(榮辱)도 많았다. 그래서 처벌도 받았고 참정권도 일시 정지당하기도 했다. 특히 드루킹 사건의 ‘경공모’로부터 4000만 원이란 부당 정치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본인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도올 김용옥이 말한 ‘현대판 예수’도 아니고 돈과 벽을 쌓은 성인군자도 아니었다. 평범한 정치인이 아니라 좀 별난 정치인이었다. 지지자와 추종자들에게는 인기 있는 정치인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부터는 다르게 평가받은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고인에 대한 흉허물을 모두 덮어두고 조문하고 추도한 것은 죽은 자에 대한 측은함과 영결종천에 대한 송별의 인사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의당은 국민이 보여 준 추모에 대해 자만하거나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정의당은 헬리콥터 사고로 숨진 해병 용사의 장례식장에는 코빼기도 내밀지 않으면서, 노회찬 전 의원의 장례식에는 많은 추모가 있었음을 자랑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크게 반성해야 한다. 노회찬 전 의원의 결정적 자살동기가 받아서는 안 될 정치후원금을 받았기 때문이라면 공당인 정의당으로서는 자기 당 국회 원내대표가 불법을 저지른 것에 대해 정중히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추모행렬이 길었다고 해서 노회찬 전 의원이 잘했다고 뻔뻔스럽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추모가 곧 부정을 묵인하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정의의 화신이요, 속으로는 불의와 타협했다면 그것은 이중적 정치태도요, 위선일 뿐이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노회찬 의원의 사망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것은 고인의 생전의 삶의 궤적을 볼 때 상식”이라고 했다. 김현 대변인이 말한 상식은 틀린 주장이다. 그런 것이 상식이 되는 사회는 기형사회다. 노회찬 전 의원도 생전에 풍파와 영욕이 점철된 정치인인데 그의 삶의 궤적이 곧 상식이라니 이 무슨 망발인가? 김현 대변인은 “한 번도 약자와 소외된 사람을 위해 살아보지 못하거나 그런 가치관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갖는 콤플렉스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현이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코미디다. 김현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세월호 유족들과 만나고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한 뒤 그 대리운전기사에게 어떻게 했는가? 약자를 위해 살아 봤는가? 그런 가치관을 가지기나 했는가? 공당의 대변인은 말장난이나 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제발 참말과 막말을 제대로 구분해서 말하라. 대변인의 언사구사가 그 수준밖에 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