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이상현 부장판사)는 2014년 4월 세월호 해난(海難)사고로 숨진  단원고 학생 117명과 일반인 승객 2명의 유가족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와 청해진해운은 모두 722억 원 상당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이 화물 과적(過積)과 고박불량 상태로 출항시킨 행위,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 구호조치 없이 퇴선한 행위로 인해 희생자들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음이 인정된다며 청해진해운 직원들의 행위는 불법행위일 뿐만 아니라 청해진해운의 업무 집행행위이므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국가의 배상책임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으나 목포해양 경찰서 123정 정장 김경일에 대해서만 “김 정장은 사고현장의 현장지휘관으로서 승객퇴선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희생자 1인당 2억 원, 유족 위자료는 배우자 8000만 원, 친부모 각각 4000만 원, 자녀 2000만 원, 형제 1000만 원, 조부모에 대해선 동거 여부에 따라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이 같은 위자료 총액은 모두 722억 9935만 8430원이나 된다.

재판부가 국가배상책임 원인으로 지적한 “김 정장의 퇴선조처 불이행”에 대해선 다음 네 가지의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첫째 퇴선조처 불이행에 대한 책임문제는 퇴선 조처를 했다면 모두 살아났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퇴선조처를 취했다 하더라도 수영 미숙으로 인한 익사와 퇴선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훈련 미숙지 등으로 인해 퇴선 조처가 곧 승객구조라는 등식은 인정하기 어렵다.

둘째 퇴선명령은 선박안전관련법 등에 명시된 대로 선장과 항해사 등 사관들에게 부여된 고유영역이다. 선장 등이 퇴선 조처를 취하지 않고 도망치고 선체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설사 123정 김 정장이 현장에 도착해서 구조작업을 위한 상황 파악 등은 어려웠을 것이다. 즉각 퇴선명령이 어려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셋째 이미 선체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해경구조대가 세월호 선체에 접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넷째 해난사고에 대한 적응 훈련이 일체 없었던 학생들을 대피시키거나 안전 퇴선도 어려웠을 것이란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를 수사한 검찰이나 경찰은 물론, 재판을 진행한 판사 또한 세월호 사고현장에 가서 잠수 확인하거나 험난한 현장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탁상공론이나 상상만으로 업무를 판단하고 집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장을 취재 보도한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현장 해저(海底)에 가라앉은 세월호에 잠수취재하고 현장을 확인하고 보도한 기자는 없다. 유일하게 전(前) 월간조선 이동욱 기자만이 두 차례 잠수 취재하여 보도하였다.

이미 재판부가 세월호 사고원인에 대해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적시하였는데도 경향신문은 20일자 사설에서 “세월호 국가책임 인정한 판결, 진상규명도 이뤄져야”한다고 뚱딴지같은 주장을 했다. 세월호 사고원인에 대해선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면 그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체가 인양돼도 별다른 특이점이 나타나지 않으니까 다시 선체를 바로 세우면 그 원인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선체를 바로 세워도 역시 별다른 원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하여 모두 399명의 관계자를 기소하여 154명이 구속됐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승객 476명 가운데 302명이 사망하고 172명이 구조돼 36.1%의 구조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구조율은 타이타닉호(號)의 구조율보다도 높다. 특히 해경 123정 정장 김경일은 자신의 순찰해역이 아닌데도 조난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가서 구조작업에 나서 공을 세웠다. 그런데도 퇴선조처 불이행 등의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김 경장의 억울함은 언젠가는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