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亂世)의 두드러진 현상은 군웅할거(群雄割據)와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시대상황이 어수선하니 뭇놈들이 자칭 영웅임을 들고 나선다. 입 가진 온갖 잡새들이 권력의 중심과 변방에서 우짖어댄다. 특히 지방선거 이후 압승한 민주당은 기고만장(氣高萬丈)이고 패배한 자유한국당은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시끄러운 데다 여론의 뭇매까지 맞고 있다. 지근지근 밟히고 있다. 사면초가(四面楚歌)아닌 십면(十面)초가의 고립무원이다.

“보수 아닌 반동한국당, 폐업이 답”
“언제까지 친박, 비박 싸울 것인가?”
“혹시 했으나 역시로 가는 한국당”
“한국당, 기득권 내려놓아야”
“인적쇄신, 물갈이 해야”
“보수는 폭삭 망해야”

참으로 듣기 거북한 막말과 비웃음과 수모, 무시, 폄하, 욕설 등이 폭우처럼 쏟아지고 있다. 하기야 패자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 했으니 자유한국당으로선 “국민 여러분 잘못 했습니다” 하며 읍소(泣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역적이나 반동분자 취급하는 언론도 있다. 기이한 것은 한국적 현상이다. 모든 게임에서 승자는 겸손하며 패자를 위로하고 패자는 결과에 승복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주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맨십이다. 그런데 패자에게만 뭇매를 퍼붓는 것은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아니다. 힐난보다는 격려가 필요하다.

자유한국당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이 같은 여론보다도 자중지란이다. 원내대표까지 지낸 정우택은 보수는 폭삭 망해야 된다 하고, 물러난 홍준표는 ‘마지막 막말’로 한풀이를 하고 있다. 거기다가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정병국은 홍준표의 뒷통수에 비수를 꼽았고 전여옥은 정종섭에게 시비를 걸었다. 유여혜는 한 발 더 나서서 구원투수 운운하며 설쳐댄다. 참으로 가관이다. 그들은 과연 과거 어떤 행적을 보였던가?

보수의 몰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영삼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이인제의 출마를 방치하면서 DJ의 득세를 도와줬고 JP가 김대중의 품안으로 들어간 이른바 DJP 연합도 그렇고 이회창이 대통령도 되기 전에 김칫국부터 마신 것도 원인(遠因)이라 할 수 있다. 가까이는 이명박 정권의 친이(親李)그룹이 친박(親朴)그룹을 홀대했고 친박이 집권 이후 친이그룹에 대해 복수혈전을 벌인 것도 문제였다.

직접적인 것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30여 명의 반란자(反亂者)들이다. 친박들이 자신들을 홀대했다고 해서 자신들이 만든 대통령을 탄핵시킨 모반이야말로 그놈이 그놈들인 정치판의 전형적 배신 행위가 아닌가? 그래놓고 이제 와서 보수 폭삭이니 궤멸이니 하며 얼굴에 철판 깐 것처럼 파렴치한 행동을 하는 것은 가소로운 것 아닌가? 죽어봐야 저승을 안다고 하는데 죽고 난 뒤 저승을 알면 무엇하는가? 폭삭 망해야 한다고 하는데 폭삭 망하고 난 뒤 어디 가서 구걸행각을 벌일 것인가?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다시 일어나야 한다. 용기를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치사는 험난 그 자체였다. 국회프락치 사건을 비롯해서 사사오입 개헌에다. 3·15 부정선거, 용팔이 각목 전당대회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운 수난의 역사를 거치면서 발전해 왔다. 인적쇄신, 물갈이 물갈이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노무현, 안철수, 정세균, 홍사덕, 김덕룡, 이인제, 손학규,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김민석, 유시민, 정동영, 추미애, 유인태, 김근태, 심재철, 임종석 등도 새로운 피 수혈의 대표적 사례들 아닌가? 이들 새로운 피들도 기성 정치권에 들어가서는 모두 녹아버리고 융해된 것 아닌가? 한국의 붕당정치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고 일본의 어느 평론가가 혹평하지 않았던가?

우드로 윌슨 미국대통령은 “급진주의자는 너무 멀리 간 사람들이고 보수주의자는 충분히 가지 않은 사람들이며 반동분자는 아예 가지 않으려는 사람”이라고 했다. 한국당이 어디 속할지는 분명하다. 반동분자 말고는 없다(중앙일보 이훈범 칼럼 ‘시시각각’ 인용). 보수가 망한 것이 아니라 자유한국당이 망한 것이다. 정치컨설팅 박성민은 보수는 일곱 가지 기둥으로 지탱되고 있다고 했다. 지식인과 언론, 기독교, 문화예술계, 대기업, 군부,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 그리고 정당이라고 했다. 보수의 뿌리는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 보수세력의 효율적인 규합이 관건이다. 쓰레기처럼 지저분한 자들을 척결하고 참신한 인재들을 과감하게 발굴하면 된다.

문재인 대표가 정치이념이 다른 김종인을 내세워 국회 권력을 장악한 것처럼 역발상(逆發想)의 지혜를 짜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잘못했다면 민주당은 무엇을 잘했으며 앞으로 잘할 것이란 보장이 있는가? 유인태 전 의원이 정곡(正鵠)을 찔렀다. “민주당, 뭘 잘했다고? 정신 차려야 해!” 벌써부터 중앙과 지방정권을 장악한 민주당에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지방권력의 잘못이 없도록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민정수석에게 감시활동을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민주당 당선자들이 현충원을 참배하면서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만 참배하고 이승만, 박정희 묘소는 외면하는 등 참으로 옹졸하고 치사하며 더러운 패거리가 그들이다. 앞으로 두고 보면 몹쓸 짓만 골라 할 집단이다.

민심은 돌고 돈다. 민주당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친노폐족임을 자인하며 고개를 들지 못한 때도 있었다. 자유한국당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행동으로 국민 앞에 다가가라. 문재인 정권은 경제실패와 김정은의 술책으로 인해 민심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다. 기회를 기다리는 현명함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