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필자가 만나는 사람들은 두 부류이다. 한 부류는 현 시국에 대해 언론보도에 편승하여 목소리를 높이며 흥분하는 사람들이고, 다른 한 부류는 조용하게 지켜보며 어떻게 돌아가느냐고 묻는 사람들이다.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흥분하는 사람들에게는 건강에 해로우니 목소리를 낮추라고 권하고, 침착한 사람들에게는 계속 지켜보면 해답이 나올 거라고 말해 준다. 이런 두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정리할 수 있었다. 공감하면 동의하고 반대하면 비판하길 바란다. 참고하도록 하겠다.

1. 최순실 블랙홀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이든 아니든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든 데 법적,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에게 진솔한 사과를 하라.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마치고 대통령이 누리는 면책특권이 사라진 뒤에는 감옥에 가든지 아니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불행한 최후를 맞든지 선택의 문제이다.

2. 국회의원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회기 중 불체포 등 200여 가지의 특권을 누리면서, 유독 대통령에게만 현행범도 아닌 의혹 수준의 혐의에 대해 책임지고 하야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맞지 않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으로 입건된 한명숙 의원(전 국무총리, 여성가족부장관)이 구속되기까지 5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볼 때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동등하게 반론권을 보장해 주고 대한민국 국민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한 의원은 대법원에서 형량이 확정되고도 즉시 구속 집행되지 않고 4일간의 신변정리 기간을 준 것도 참작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3. 종편방송과 신문 등 이른바 황색언론(YellowPaper)은 선정적이고 선동적인 미확인 내용을 소설 쓰듯 양산하여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이들 매체는 마치 나라가 망하기를 바라는 듯 미쳐 있다. 허위 기사와 뉴스를 일방적으로 믿고 있는 시청자와 독자들을 현혹시켜 여론을 오도(誤導)하고 남남(南南) 갈등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CNN, 뉴욕타임스 등 유력 언론들이 여론을 오도하여 망신을 당한 사례를 우리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언론이 선동하여 조작된 여론은 진짜 여론이라고 할 수 없다. 흥분하는 100만 명보다 침묵하는 4900만 명의 여론이 더 소중하다.

4. 대통령의 직무상 잘못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헌법상의 제도적 장치(탄핵소추)가 마련돼 있음에도 하야 등 불법적 방법을 동원하여 현직 대통령을 내쫒고자 획책하는 것은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조직폭력배 같은 불순한 사고이다. 명예혁명 운운하며 국민 여론을 자의적으로 악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여론재판이나 인민재판 같은 방법으로 국정을 뒤흔드는 것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이 북한의 김정은이 하는 공개처형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비민주적 발상이다. 진정한 여론을 확인하려면 국민투표와 같은 직접여론조사에 의해 민심의 소재를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한다. 4·19학생혁명에 무임승차한 장면 정권이 무능의 극치를 보인 끝에 학생혁명의 자존심을 짓밟아버린 역사적 교훈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5. 광화문광장에 나온 시민들 가운데는 동원된 민노총조합원과 전교조 선생을 따라 온 학생,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도 있다. 이들 가운데 어린 자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쳐 주기위해 나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민주주의는 설득과 협상, 상호존중, 타협, 다수결의 원칙 등이 핵심이다. 피켓 들고 소리 지르고 야유하고 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는 될지 몰라도 민주주의의 기본은 아니다. 아버지가 잘못했다고 해서 자식이 아버지를 두들겨 패거나 죽여서는 안 된다. 살인으로 처벌받게 된다.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어른을 공경하고 스승을 존경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게 진정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지 상대방에게 삿대질하고 욕하게 하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 개념을 바르게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6. 부산 엘시티 수사 지시에 대한 오해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엘시티 게이트는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등 3대 정권에 걸친 게이트이다. 그래서 오늘 한국일보는 ‘엘시티 폭탄, 친노, 비박 동시겨냥’이라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이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은 박지원 의원이 공개적으로 박 대통령 측근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제2의 최순실 게이트라고 공격한 데 대한 대응이었지, 청와대가 국면 전환용으로 터뜨린 것이 아니다. 야당이 이를 마치 청와대 국면 전환용으로 공격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7. 조용한 민심은 종편방송을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도 때도 없이 읊어 대는 헛나발에 염증을 느낀다는 것이다. 비리를 파헤치는 것과 인신공격은 엄격하게 구분돼야 한다. 이렇게 언론이 인격살인을 하는 것은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 여론은 아침저녁으로 변하고 쓰레기 같은 천민민주주의는 참다운 민주주의가 아니다. 권력범죄 전과자들이 활개 치는 세상은 좋은 세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