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위주의 외인부대가 조직운영을 주도, 특정편향 세력 중심의 전권행사, 상영작 선정의 불투명함과 폐쇄성 심해… 부산 국제영화제는 이제 부산시가 독자적으로 치러야.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특정업체의 홍보물 수준인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 벨'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자의 신변 사생활을 다룬 '불안한 외출'이 초청작으로 선정 상영되고 있어 비난의 여론이 높다.

문제의 두 편은 타큐멘터리 제작기법을 빌어 세월호 구난현장에서 허위사실로 유가족들을 속였다가 쫓겨난 '다이빙 벨'의 홍보성 수준미달 작품이란 사실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의 사소설(私小說)적 신변잡기류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초청했다는 것이다.

국제영화제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관객들 또한 평소 접하기 어려운 작품을 영화제에서 관람할 수 있는 것이 즐거움이다. 그러나 상영되는 작품의 수준이 문제이다. 일반영화는 허구와 상상이 허용되지만 다큐멘터리는 다르다. 다큐멘터리는 '기록으로 남길 만한 사회적 사건 등을 사실적(事實的)으로 제작구성한 영화나 드라마'를 말한다.

따라서 사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과 함께 스토리 또한 그렇게 전개해야 한다. 그러나 '다이빙 벨'은 1인 인터넷매체를 운영하는 이(李)모씨가 77분 동안 거의 모든 장면에 내레이터로 등장해서 자신의 황당한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다른 한 명의 출연자는 다이빙 벨 제작자로 세월호 사고현장에서 다이빙 벨을 선전하며 돈벌이를 하려다 실패하고 유족들에 의해 밀려난 사업가 이(李)모씨다.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은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과 이념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을 왜곡한 허위작으로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보기 어렵다.

다이빙 벨은 조류가 거센 바다에선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무용지물이란 사실이 세월호 구난현장에서 입증된 바 있다. 다이빙 벨을 치켜세우며 우수한 구난장비라고 과장보도했던 JTBC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무거운 징계를 받았다. 세월호 사고 일반유가족들도 사실을 왜곡하고 유족들에게 상처만 입힌 다이빙 벨의 초청상영을 취소해 줄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명색이 초청작이라면 작품성이 뛰어나고 우수함이 돋보여야 함에도 두 작품이 그렇지 못한데도 초청작으로 선정됐다는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두 작품에 대한 비난이 높은데도 부산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외압에 의해 상영을 취소한 적은 없다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며 상영을 강행했다. 심지어 말을 듣지 않으면 정부지원을 중단하겠다 하더라는식의 허위사실까지 발설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허위조작된 다큐멘터리를 표현의 자유로 강변하는 것 자체가 영화제의 품격과 명성을 추락시키는 것은 물론 초청작품 선정의 공정한 기준을 의심받게 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과연 영화도시 부산의 실질적인 명성과 영화산업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올해 영화제에 모두 12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부산시가 60억 원, 문광부가 14억 원 등을 출연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19회째나 이어 온 부산국제 영화제는 이제 부산시 독자적으로 훌륭하게 치러질 수 있어야 한다.

영화산업의 기반조성은 물론 영화인력의 양성, 부산에서 제작된 영화의 성공적 흥행 등 이제는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서울 위주의 외인부대가 조직운영을 주도하고 있으며 특정편향세력 중심의 전권행사, 상영작 선정의 불투명함과 폐쇄성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산시는 돈만 대는 봉 노릇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영화제를 운영해서 명실상부한 영화도시 부산을 만들어 나갈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