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노무현 그만팔고 경건한 마음으로 추모하는 것이 도리이다 산과 들에는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봉하마을엔 노란 종이꽃이 滿發(만발)했구나. 5월이면 도지는 '노무현病'도 창궐하고 있구나. 산 자들이 죽은 자를 앞세우고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이 가관이구나. 살아있는 자들이 자신들의 立身揚名을 위해 죽은 자를 앞세우고 있으니 추모가 아니라 추태로구나. 불쌍한 자들이여. 자살로 不歸(불귀)의 객이 된 자여, 황천에서나마 편안하게 잘 있는지 안부를 묻노라. 노무현의 유언마저 짓밟아 가며 시끄럽게 떠드는 무리들의 高聲放歌(고성방가)를 그대는 듣고 있는가? 노무현은 분명히 유서에 적어 놓았다. “나 죽거든 거창하게 호화 묘지 꾸미지 마라. 조그마한 비석 하나만 세워라”라고 간곡하게 당부 하지 않았던가?

오늘 봉하마을 노무현의 묘소는 얼마나 호화스럽고 거창하며 성역화 되어 있는가? 너럭바위에다 흉상까지 만들어 세웠으니, 이것이 정녕 노무현이 바라던 진심이란 말인가? 노무현의 추종자들아, 제발 죽은 자를 앞세우지 말아라. 아무리 보고 싶고 그리워도 유언만은 존중해줘야 하지 않는가? 프랑스 드골 대통령을 보라. 그 유명한 英雄도 고향마을의 양지바른 언덕에 조용히 잠들어 있지 않는가? 드골 대통령은 “나 죽거든, 정치인들은 오지 말라. 다만, 전쟁터에서 프랑스를 위해 피를 흘린 戰友(전우)들은 오라. 그리고 ‘대통령 드골’이란 묘비명도 새기지 말고 그냥 ‘샤를르 드골’이라고 간단하게 적어놓으라”고 유언했었다. 정치인들이 장례식장이나 묘소를 찾아와서 지저분한 정치권력을 이야기하는 것을 드골은 단호히 거부했다. 프랑스 국민들은 드골 대통령의 이 같은 유언을 존중하고 받들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의 노사모들은 노무현의 유언마저 짓밟아 버리지 않았는가? 노무현 대통령을 진정으로 존경한다면 조용한 가운데 경건한 마음으로 추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누가 뭐라 하더라도 노무현은 김대중의 정치적 제자이다. 그런데 노무현의 스승인 김대중 정신 계승하자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노무현 정신’ 계승하자는 소리만 들려오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노무현 정신’이란 무엇인가? 이광재가 말하기를 “‘원칙과 상식’을 존중하는 것이 ‘노무현 정신’”이라고 했다. 과연 노무현과 추종자들은 원칙과 상식을 존중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선생의 명예와 권위는 존중하지 않고 제자의 권위만을 앞세우는 것이 과연 원칙과 상식이란 말인가? 노무현의 유언마저 짓밟으며 소란을 피우는 것이 원칙과 상식이란 말인가? 노무현은 올해로 脫喪(탈상)이다. 상복을 벗고 나서는 제발 죽은 노무현 팔지 말라. 언제까지 죽은 자를 앞세울 작정인가? 죽은 자는 말이없고 살아있는 자들만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모습이 정말로 꼴불견이구나. 원칙과 상식 운운하면서 전직 국무총리가 태극기를 밟고 선 것은 왠 말인가? 거기다 노무현의 비석까지 세운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이제 새로운 사람을 찾길 바란다. 너희들 주변에는 사람이 그렇게도 없느냐? 너희들 말대로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으로 가자. 그것이 사람사는 세상의 참된 길이다. 흥분하지 말고, 煽動(선동)하지 말고, 속이지 말라. 못된 짓 하지마라. 떳떳하게 살길 바란다. 당신들이 아무리 그래도 죽은 노무현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5월의 病이여, 너무 위중하구나. 그대로 가만두면 병세가 위독하여 사망에 이를지어다. 검은 구름 거둬가는 바람아, 불어다오. 이 지저분한 세상 깨끗하게 날려보내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