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손자
"저는 보통 사람이 정말 부럽습니다. 저는 아들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손자인 제 자식은 더 불쌍해요."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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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이 신문지면을 거의 다 차지하던 삼십 년 전쯤이었다. 어느 날 저녁 대통령의 아들이 조용히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왔다. 전에 친구의 소개로 한번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광화문 뒷골목의 허름한 식당에서 감자탕을 안주로 그와 소주잔을 기울였다. 대통령의 아들인 그는 사람들이 술을 산다고 하면 꼭 호화스런 룸살롱으로 가려고 한다면서 자기는 보통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좋다고 했다. 그 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조용해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한순간 국회에서 의원 한 명이 대통령 비자금에 대한 질의를 하면서 사회적 폭풍이 일어났다. 나를 찾아온 대통령의 아들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의 비자금 사건으로 자식인 저는 이제 모든 걸 잃었습니다. 언론과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돌팔매가 되어 날아오는 바람에 길조차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합니다. 누구한테라도 내 마음을 훌훌 털어놓고 싶은데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굴레 때문에 말도 못 하는 신세입니다.”
  
  나는 전혀 모르는 대통령 가족의 입장이었다. 나는 그의 다음 말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대통령의 아들로 정말 부자연스럽고 억제된 생활을 많이 해 왔습니다. 말 한 마디도 그리고 행동 하나도 조심하도록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잘못하면 남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몇 배 손가락질하고 입에 올리니까요. 저로서는 평범한 다른 친구들보다 하고 싶은 것을 못해 보고 통제된 속에서 컸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민주공화국이지만 대통령은 사실상 왕이고 그 아들은 왕자 취급을 하는 게 우리 사회였는지도 모른다. 봉건사회의 왕자 노릇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저도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었어요. 그런데 사람들하고 사귀다 보면 참 곤란한 입장이 되곤 했습니다. 일단 저를 자연인으로 봐주지 않고 대통령의 아들로 봅니다. 그리고 그들 나름대로 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어요. 저는 그게 속으로 부담스러웠고 저를 사귀는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없는 입장이었죠. 그럴 때면 뒤로 욕도 먹었죠. 그렇다고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덤비고 싸울 수도 없습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레테르 때문에 저는 그저 매사에 조심만 하고 경계하는 애늙은이가 되어 버렸어요. 이제는 아예 대부분은 포기하고 삽니다.”
  
  그에게 접근하는 상당수가 그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했을 것이다. 늦은 저녁 시간이었다. 출출해진 나는 그를 데리고 사무실 근처의 작은 국수집으로 들어갔다. 벽에 걸린 텔레비전에서 앵커맨이 높은 톤으로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을 보도하고 있었다. 대통령의 아들은 그걸 보기가 껄끄러운 듯 반대편에 앉았다. 뉴스 화면에서는 대통령의 대국민 성명이 반복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재임 기간 중 기업체로부터 오천억을 받았고 그중 사용하고 남은 돈이 천칠백억 된다고 했다. 그게 문제가 된 것 같았다. 내가 대통령의 아들에게 물었다.
  
  “보통 사람이란 구호를 내걸고 아버지가 대통령이 됐잖아요? 임기가 끝나면 보통 사람으로 돌아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 많은 돈이 왜 필요하죠?”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은 겸손한 보통 시민이 될 수 없는 것인가 의문이었다.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도 보통 사람으로 돌아가기가 불가능한 것 같아요. 그게 현실인 것 같아요.”
  
  의미가 담긴 듯한 대답이었다. 늦은 시간 한적했던 국수집의 우리 식탁 주변이 수런거리는 느낌이었다. 몇몇 나이 먹은 여자들이 우리 식탁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앞에 앉은 대통령의 아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대통령의 아들은 식은 국수 국물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가만히 있었다.
  
  “원 세상에 저렇게 멀끔하게 생겼는데…아버지 때문에 신세가 저렇게 됐네.”
  
  한 여자의 말이었다. 국수집 여주인이 주변 상가 여자들에게 대통령의 아들같이 생긴 사람이 왔다고 알린 것 같았다. 국수집에서 나와 헤어질 무렵 대통령의 아들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죄인의 아들이 된 저를 몰라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는 보통 사람이 정말 부럽습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그걸 몰라요. 저는 아들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손자인 제 자식은 더 불쌍해요. 할아버지 때문에 신나게 뛰어놀지도 못하는 걸 보면 정말 가슴이 아파요. 앞으로도 할아버지가 대통령이었던 게 멍에가 되겠죠.”
  
  그의 말에서 나는 대통령가의 이면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느낄 수 있었다.
  
  며칠 전 전두환 대통령의 손자가 유튜브를 통해 할아버지 전두환의 ‘비자금’으로 가족들이 호화로운 생활을 해 왔다면서 심판을 바란다고 했다. 유튜브 화면에 나타난 그를 보면서 어쩐지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이를 먹어서인지 아니면 피해자의 입장이 아니어서인지 잘 모르겠다. 전두환 대통령 손자의 유튜브 채널 이름이 특이하게 ‘예수 그리스도’이다. 성경은 부정한 돈이 악의 근원이라고 했다. 돈과 하나님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 손자의 내면은 어떤 것일까. 온 가족이 회개하고 구원받으려는 것은 아닐까. 역대 대통령들의 음습한 비자금들이 세상의 빛을 받아 하나씩 둘씩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 손자의 행위가 공정한 법치 사회로 가는 긍정적인 계기가 됐으면 하는 희망이다.
  
[ 2023-03-23, 02:0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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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백수     2023-03-30 오후 8:36
할아버지 당시의 시대상이 무엇일지 잘 모르는 철부지가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원한을 풀고자 마약먹고 내뱉는 말을 두고 무슨 의인인양 떠받드는 언론과 좌파들 모양새가 우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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