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일 계룡대에서 있었던 국군의 날 기념식 기념사에서의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대북정책 관련 발언은, 때늦은 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드디어 동독의 내부 붕괴가 시작된 1989년부터 다음 해 동독의 해체와 서독으로의 편입에 의한 독일통일이 이루어지기 까지 헬무트 콜(Helmut Kohl) 수상의 서독 정부가 대동독정책을 마무리하여 통일로 진행하던 과정을 답습(踏襲)하는 쪽으로 큰 폭의 방향전환을 이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의 기념사 가운데 인용된 “늦게 오는 자는 역사가 처벌할 것”이라는 구절은 1989년10월초 동베를린에서 있었던 동독 독립 4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구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 공산당 서기장이 에른스트 호네커(Ernst Honecker) 동독 공산당 서기장에게 한 뼈아픈 충고였다. 이날 고르바초프와 호네커 사이에 이루어진 만남의 자리는 이미 절정에 이르고 있는 인접 제3국을 통한 동독인들의 서독으로의 ‘대탈주’(Exodus)와 격화되는 라이프치히(Leipzich)에서의 반정부 시위로 이미 붕괴 과정에 있던 동독의 공산당 수뇌부가 동베를린을 방문한 고르바초프에게 동독의 불안한 정국을 폭력으로 진압, 수습하는 데 대한 지지와 지원을 호소하는 자리였다.

이 시각 고르바체프와 호네커의 회담장 밖 베를린의 거리에서는 운집한 동독의 반정부 시위자들이 “고르바초프 씨, 우리를 도와 달라”(Gorby, help us!)는 구호를 외치면서 군중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고르바초프는 “동독은 동독의 문제를 사회주의적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면서 이에 대한 지원을 애원하는 호네커를 향해 “시간은 지각하는 자를 가혹하게 징벌한다”는 말로 오히려 동독의 정치개혁을 종용했다.

호네커는 이 같은 고르바초프의 충고를 뿌리치고 반정부 시위자들에 대한 가혹한 진압을 시도하다가 며칠 못 가서 공산당 서기장 자릴 내놓고 하야(下野)하여 동독의 공산주의 체제가 내부에서 붕괴되는 과정을 지켜보아야 했다. 이에 앞서 동독에서는 1989년 5월부터 인접한 체코슬로바키아와 헝가리를 통한 청소년들의 서독으로의 ‘대탈주’가 시작되었다. 수백에서 수천 명으로 늘어난 동독시민들이 부다페스트(헝가리)와 프라하(체코슬로바키아)의 서독대사관으로 몰려들어 농성을 벌이며 서독으로의 여행 허용을 요구하는 사태가 장기화되자 서독의 한스 겐셔(Hans-Dietrich Genscher) 외상이 9월30일 프라하 서독대사관의 2층 발코니에 나서서 그곳에 농성 중이던 동독시민들에게 “서독은 여러분 모두를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의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

이어서 체코슬로바키아와 헝가리가 불법 입국 동독인들에게 서독으로의 국경을 개방함으로써 동독인들의 서독으로의 ‘대탈주’에 불을 당겼고 이로써 동독의 붕괴가 가속화되었다. 1일 박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 중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는 대목은 1989년 9월30일 프라하에서의 겐셔 서독 외상의 발언과 궤(軌)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일부 사람들, 특히 야당 인사들, 가운데서는 1989년부터 1990년 사이에 진행된 독일 통일 과정을 가리켜 “협상에 의한 합의 통일”이라고 주장하면서 정부에 대해 북한의 김정은(金正恩) 정권과의 “협상에 의한 통일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발견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같은 주장과 요구는 독일통일 과정에 관한 무식(無識)과 무지(無知)를 드러내 주는 것 외에 아무 다른 것이 아니다.

이들의 무식을 일깨워 주고 이들에게 영향을 받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동서독의 통일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할 필요를 느낀다. 격화되는 반정부 시위로 동독의 동요가 심각해지자 동독 공산당(SED)은 1989년10월 악명 높았던 호네커를 당 서기장 직에서 쫓아내고 후임으로 에곤 크렌츠(Egon Krenz)를 선출하고 11월7일에는 빌리 슈토프(Willi Stopf) 수상을 비교적 온건한 공산주의자인 한스 모드로프(Hans Modrow)로 교체하여 사태 수습을 꾀했지만 반정부시위는 진정되기는커녕 더욱 격화된 끝에 결국 동독은 11월8일 베를린 장벽 개방을 강요당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동독 상황의 진전에 따라 서독의 콜 수상은 1989년11월28일 “유럽과 독일의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10개 항목”이라는 이름의 사실상의 ‘통일방안’을 공표했다. 이 ‘통일방안’에서 콜 수상은 ①양독 간 교류와 협력, ②양독 간 ‘국가연합’ 관계 운영 및 ③ 연방제 통일로 이어지는 ‘통일과정’을 제시했지만 이 ‘10개 항목’은 이것을 가지고 동독과 협상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통일 문제에 관한 양독 협상이 시작되려면 이에 앞서 해결되어야 할 “절대적 선결조건”이 있다고 밝혔다. “모든 문제에 우선하여 동독에 민주적인 합법적 정부가 수립되는 것”을 “절대적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는 그가 ‘독일 통일 과정’의 일환으로 서독이 동독에 제공하는 “광범한 원조와 협력”은 “동독의 정치와 경제제도의 근본적인 전환이 동독에 의하여 확정적으로 수락되고 ‘불가역적’으로 시행에 옮겨지는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며 여기서 그가 말하는 ‘불가역적’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동독 정부 지도부가 동독의 헌법 개정과 새로운 선거법의 제정에  합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명시했다. 그는 “우리는 동독에서 무소속은 물론 ‘비사회주의적’ 정당들의 참가가 보장되는 자유·평등·비밀선거를 실시하라는 주장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동독 공산당은 ‘권력의 독점’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면서 “우리가 요구하는 ‘헌법적 조건’은, 무엇보다도, 정치적 범죄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고, 그 결과로, 모든 정치범들이 즉각적으로 석방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단언했다.

동독은 이 같은 콜 수상의 ‘최후통첩’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동독은 12월1일 동독의회의 헌법 개정을 통하여 “공산당 1당 독재” 조항을 삭제한 데 이어서 크렌츠가 공산당 서기장 직에서 쫓겨남으로써 공산국가로서의 생명에 사실상 종언(終焉)을 고했으며 다음 해인 1990년3월 실시된 다당제에 입각한 자유민주 총선거에서 공산당의 후신인 ‘민주사회당’이 한 자리 숫자의 득표로 몰패(沒敗)하고 서독기민당의 후견(後見)을 받은 연합세력이 절대 다수를 득표하여 ‘반공 변호사’인 로타 디 메지에르(Lothar de Maziere)를 수상으로 선임하자 양독 간에 ‘통일조약’ 협상이 시작되어 “서독헌법 제23조에 의거한 동독 6개 주의  서독으로의 편입의 방법에 의한 통일”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번 국군의 날 기념사는 북한의 민주화에 대해서는, 1989년 서득의 콜 수상과는 달리, 이를 직접 요구하기보다는 우회적으로 언급하는 데 그치는 차이를 드러내 주어서 아쉬움을 남겨주었다. 박 대통령은 “북한 군인과 주민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이 처한 참혹한 실상을 잘 알고 있으며 국제사회 역시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는 여러분도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권리”라고 말하여 북한의 정권 당국이 아니라 주민들과 군인들을 상대로 하는 객관적 대화체로 말했을 뿐 북한 당국에게는 “이제라도 북한 당국은 시대 흐름과 스스로 처한 현실을 직시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정상국가의 길로 돌아오기 바란다”는 우회적 화법을 동원하는 데 그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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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참고가 되어드렸으면 하는 생각에서 1989년 11월28일 헬무트 콜 서독 수상이 서독 의회에서 보고한 <유럽과 독일의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10개 항목 계획> 내용을 첨부합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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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무엇보다도 먼저 특히 급증하는 피난민과 새로운 차원의 관광객 문제 등 지난 몇 주일 동안에 발생한 일들로 인하여 제기되는 몇 가지 시급한 조치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연방정부는 필요가 있는 곳에 즉각적인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필요가 제기되고 또 유용한 만큼의 인도적 지원과 의료 지원을 제공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연방정부는 그 동안 해 왔던 것처럼 동서 양독의 주민들에게 직접적 혜택을 줄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동독 정부와 협력할 것입니다. 이 같은  협력은 특히 경제와 과학 기술 및 문화 분야에서 우선 추진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환경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상황의 전개가 어떻게 되더라도, 새로운 협력 사업에 관한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이미 가능해졌습니다. 예컨대 연방정부의 우정청장은 이미 동독정부와 양독 간에 가장 빠른 시일 안에 가장 광범위하게 전화선을 연결하여 전화 통화를 개통하게 하는 문제에 관한 회담을 개시했습니다.

세 번째로, 나는, 만약 동독의 정치와 경제제도의 근본적인 전환이 동독에 의하여 확정적으로 수락되고 불가역적으로 시행에 옮겨진다면 서독이 동독에 광범한 원조와 협력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했습니다. 서독, 특히 나 개인의 입장에서, ‘불가역적’이라는 용어는 동독정부 지도부가 동독의 헌법 개정과 새로운 선거법의 제정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동독에서 무소속은 물론 ‘비사회주의적’ 정당들의 참가가 보장되는 자유▪평등▪비밀선거를 실시하라는 주장을 지지합니다. 동독 공산당은 ‘권력의 독점’을 포기해야 합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헌법적 조건’은, 무엇보다도, 정치적 범죄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고, 그 결과로, 모든 정치범들이 즉각적으로 석방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장님, 신사 숙녀 여러분, 서독이 동독에 제공하는 경제적 지원은 동독에서 기본적인 경제적 개혁이 수반되어야만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이미 ‘코메콘’(COMECON▪동유럽상호경제협력회의) 국가들이 경험한 사실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과거의 일을 가지고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관료적인 계획경제는 해체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지킬 수 없어진 상황을 더 이상 연장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이미 동독이 경제적으로 회생하려면 그 길은 동독이 서방의 투자에 문호를 열고 시장 경제와 사유(私有) 경제 활동이 보장되는 조건이 마련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이 문제에 관한 우리의 조언이 어째서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헝가리와 폴란드는 동독과 기타 ‘코메콘’ 회원국들에게 매일 그들이 본받을 수 있는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는, 다시 한 번, 이 점을 명백하게 확인합니다. 내가 지금 말하는 것은 결코 ‘조건’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것은 우리가 제공할 지원이 효과적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구비되어야 할 객관적인 요구일 뿐입니다. 사실을 말한다면, 이것은 동독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고 그들의 노력의 결실을 수확하여 보다 큰 번영을 향유하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로, 최근 모드로프 수상이 그의 정책 연설에서 ‘계약동공동체’(Contractual Community)에 관하여 이야기한 것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양독이 인접해 있다는 사실과 양독 관계의 특수한 성격은 모든 영역과 수준에서 날이 갈수록 더 긴밀한 합의의 네트워크가 발전되는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관계는 양측 간의 공동 기관이 나날이 늘어날 것을 요구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공동 기관은 새로운 과업을 창출하고 나아가서 추가적인 공동 기관을 창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특히, 경제와 운수, 환경보호, 과학, 기술, 건강과 문화 영역에서 그러한 가능성이 광대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아직도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는 일 가운데서 베를린을 완전히 통합시키는 것이야 말로 가장 강조해야 할 우선순위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야 말로 그 동안 우리가 추구해 온 중점적 정책이었고 앞으로도 그러 할 것입니다.

다섯 번째로, 우리는 거기서 결정적으로 한 걸음 더 나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독일 안에 연방국가를 수립하기 위하여 양독 간에 국가연합 체제를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절대적인 선결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에 앞서서 동독에 민주적인 합법성을 구비한 정부가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에 관하여 (동독에서) 자유선거가 실시되는 대로 양독 간에 다음과 같은 기구들을 설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설적인 협의와 정치적 조정을 위한 양국 정부 간 공동위원회, 공동 전문가 위원회, 의회간 공동위원회 및 그 밖에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추가적인 공동기구 등을 고려하자는 것입니다. 과거에 서독의 대동독 정책은 기본적으로 “경미한 사안”에 국한하여 주로 독일의 분단으로 인하여 독일 민족에게 강요된 고통과 불편을 완화하고 독일의 통일에 대한 의식을 살려 나가는 데 중점을 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앞으로 서독이 자유선거를 통하여 민주적 정통성을 확보한 동독 정부를 상대하게 된다면 서독의 대동독 정책에는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양독 간에는 단계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기관 간의 협력이 시작되고 점차 그 폭이 확대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의장님, 신사 숙녀 여러분, 그러한 점진적 발전은 독일 역사를 관류해 온 전통이었습니다. 독일의 정부 체제는 역사적으로 거의 항상 국가연합이나 연방의 형태를 취해 왔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 같은 독일의 역사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아무도 장차 통일되는 독일이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질 것인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은 독일인들이 원하는 한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여섯 번째, 양독 간의 관계는 동서관계의 틀 속에서 범유럽주의에 뿌리를 내리고 형성되어 왔습니다. 독일의 장래는 유럽 전체의 장래의 맥락 속에서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에 관하여 서방은 그 동안 영속적이고 정의로운 유럽의 평화 질서를 구축하는 데 속도조절자의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금년 6월에 발표된 공동선언에서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나는 ‘통합된 유럽’을 조립하는 징검다리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눈 바 있습니다. 그 하나의 예로써, 나는 모든 국가의 주권과 안전에 대한 절대적 존중의 문제를 예거하고자 합니다. 모든 국가에게는 자신의 정치적·사회적 제도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절대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나는 또한 특히 민족자결권을 포함하여 국제법의 원칙과 기준에 대한 절대적 존중을 강조합니다.

나는 인권의 전면적 구현을 강조합니다. 나는 유럽의 모든 국가들이 각자의 역사에 기초한 문화를 발전시키고 존중받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우리는, 고르바체프 서기장과 내가 선언한 것처럼, 역사에 기반한 유럽의 전통을 계속 전승하고 유럽의 분열을 극복하는 데 협력해야 합니다. 일곱 번째, 유럽공동체의 매력과 호소력은 지금은 물론 장래에도 범유럽주의를 발전시키는 촉매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 같은 범유럽주의 이상을 키워나가기를 희망할뿐더러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유럽공동체는 지금 개방성과 융통성을 가지고 중, 동, 서남 유럽의 개혁 지향적 국가들에게 손길을 뻗어나가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공동체 구성국가들의 정상들은 파리에서 있었던 회합에서 동일한 결론에 도달한 바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나는 동독도 여기에 포합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독연방정부는 동독의 유럽공동시장(Common Market) 접근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양독 간의 무역 및 협력에 관한 협정 체결이 서둘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차원에서, 우리는 중 및 서남 유럽의 개혁지향적 국가들의 경제를 유럽공동체의 경제에 편입시켜서 유럽 대륙에 존재하는 경제적 및 사회적 불평등을 제거할 수 있게 하는 적절한 형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게 될 것을 기대합니다. 이 문제야 말로, 장차 내일의 유럽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유럽공동체’로 발전되기 위해는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의장님,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는 독일의 통일을 회복하는 과정이 또한 유럽 전체의 관심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독일 통일은 반드시 유럽 통합의 틀 속에서 관조(觀照)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이 문제를 좀 쉽게 풀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유럽공동체는 엘비(Elbe) 강까지 가서 거기서 정지하면 안 됩니다. 유럽공동체는 엘베 강을 지나서 더 동쪽으로 뻗어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라야 오늘날 구성국가가 전체 유럽국가가 아니라 12개국뿐인 유럽공동체가 앞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전체 유럽의 통일을 이룩하는 토대로 기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할 때라야, 전체 유럽의 정체성이 유지되고, 보존되면 발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 ‘정체성’은 유럽의 문화적 다양성에 기초할 뿐 아니라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과 자결(自決)의 기본적 권리에 기반을 두게 될 것입니다. 중 및 서남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필요한 선결조건을 충족시키기만 한다면 우리는 그들 국가들이 유럽의회(European Council)은 물론 ‘인권과 기본자유의 보호에 관한 유엔협약’에 가입하는 것을 환영해야 할 것입니다. 여덟 번째, ‘헬싱키 프로세스’(CSCE·Commission on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는 범유럽주의 건설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이를 더욱 발전시키고 기존 조직들을 활용해야 합니다.

‘헬싱키 프로세스’의 기존 조직들로는 1990년의 코펜하겐 회의, 1991년의 모스크바 회의, 1990년의 본 회의, 1991년 크라코우에서 열린 ‘문화적 유산에 관한 심포지엄’과 앞으로 헬싱키에서 속개될 후속 회의가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우리는 범유럽적인 새로운 형태와 내용의 회의체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우리는 동서 진영 간의 경제협력 조정을 위한 공동기구나 범유럽 환경보호 이사회 같은 기구들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홉 번째, 유럽의 분열과 독일의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하고도 조속한 군비철폐와 군비통제를 위한 조치를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군비철폐와 군비통제는 정치상황의 발전과 보조를 맞추어야 하지만 오히려 더 수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특히 지금 비엔나에서 진행 중이 협상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유럽에서의 재래식 군사력 감축과 신뢰구축 조치에 관한 합의 및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화학무기를 금지하는 문제 등이 1990년까지 해결되기 위해서는 더욱 서둘러야 할 문제라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강대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수량을 전략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도 아울러 필요합니다.

열 번째, 우리는 이 같은 큰 틀의 정책 수단의 테두리 안에서 독일인들이 자유로운 자결을 통하여 통일을 쟁취하게 해 줄 수 있는 유럽평화의 조건을 만들어 가려 합니다. 독일의 국가적 통합을 달성하기 위한 통일을 달성하는 것은 여전히 서독연방정부의 정치적 목표입니다. 우리는 금년 5월 브럿셀에서 열린 NATO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선언을 통하여 우리의 우방과 동지들이 이 같은 우리의 생각을 새로이 지지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는 독일통일로 가는 과정에 현 시점에서는 아무도 확실하게 해결해 줄 수 없는 많은 난제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이 가운데는, 유럽 전역을 망라하는 안보체제를 어떻게 구축해야 할 것이냐는 지난하고도 결정적인 난제가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합니다. 내가 이 10개 항목에서 설명한 것처럼, 독일 문제를 하나의 전체의 문제의 차원에서 유럽과 동서관계를 발전시키는 문제에 연계시킬 때라야 관련된 모든 이해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또한 우리 모두의 공통의 목적이기도 하지만, 유럽의 평화적이고 자유로운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모두의 공동의 노력과 상호 신뢰의 풍토 안에서만, 독일의 분단이 그 일부인, 유럽의 분열은 극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같은 사실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자의 입장에서, 신중함과 이성 및 올바른 판단력이며 이를 통하여 최근에 가시화되기 시작한 희망적인 사태 진전이 꾸준히 평화적으로 지속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변화의 과정에 부담을 주는 개혁이 아니라, 그보다는, 그 같은 개혁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불균형을 조장하는 방종이 아니라 그 같은 방종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개혁으로 가는 성공적인 발자국의 하나, 하나는 보다 많은 안정과 전체 유럽에서의 자유와 안전의 증진을 의미해야 할 것입니다.

의장님,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앞으로 몇 주일 후에는 그처럼 많은 곤경과 출혈 및 고난으로 점철되었던 이 세기의 마지막 10년이 시작됩니다. 오늘의 시점에서 우리는 1990년대가 유럽과 독일에서 보다 많은 평화와 많은 자유를 잉태한 희망찬 기간이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는 우리 독일인들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 같은 역사의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