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우환(識字憂患)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글자를 알아서 오히려 근심과 걱정을 하게 된다'는 해석이다. '서툰 지식 때문에 도리어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학식이 있는 것이 오히려 근심을 사게 된다'는 풀이로도 통한다.

요즘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위해 정부 각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생중계되고도 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질책이 거칠고 난폭함이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말이 많다. 말씀도 많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고도 했다. 너무 거칠다. 보고자인 장관이나 공기업 사장에 대한 면박도 듣기 거북할 정도다. 그 내용은 이미 언론을 통해 소상하게 보도됐다. 위서(僞書) 논란이 일고 있는 '환단고기'에 대한 대통령 개인의 사견(私見)주장이라든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외화(달러)를 책갈피에 숨겨 나가면 적발이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는가? 대통령이 기대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자 나보다도 모르고 있다며 보고자에게 핀잔을 주기도 했다. 탈모는 미용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인만큼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등등…너무 가볍다.

대통령이 국정전반에 대한 업무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싶으면 담당부처나 기관으로부터 조용하게 보고를 받으면 된다. 그것을 생중계해가면서 요란하게 떠들고 확정되지 않은 내용까지 까발리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정부 각 부처나 공공기관의 수행업무에 대한 잘잘못과 책임은 종국적으로는 대통령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이 하고 있는 언행에 대한 비판적인 국민적 여론은 무시한 채 넷플릭스의 반응 운운하면서 자기 홍보나 하는 것은 대통령답지 못한 처신이요, 언행이다. 대통령은 대통령다운 행실이 존재의 명분이요, 생명이다. 그래야만 국민으로부터 믿음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공자는 말했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했다. 군주(君主)는 군주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군주가 군주답기를 버리고 신하처럼 놀아난다면 군주의 체면이 어떻게 될 것인가? 영(令)이 제대로 설 것인가? 체신머리가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식자우환'이란 사자성어의 출처에 대해 부연한다. 중국의 고전소설 '三國志'에 나오는 기록이다. 서서(徐庶)의 어머니 위부인(衛夫人)이 조조(曺操)에게 속고 한 말 가운데 '여자 식자우환(女子識字憂患)'이란 단어가 있다. 서서는 유현덕의 모사(謀士)로 세상에 이름난 효자였다. 조조가 서서의 꾀에 여러 번 농락당하자 서서를 자기 편으로 만들려고 서서의 어머니가 자식과 편지를 주고받을 때 편지를 위조(僞造)하여 서서에게 보내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위부인은 본시 유현덕을 섬기기를 원했던 사람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위부인이 말했다. "도시 여자가 글자를 안다는 것부터가 걱정을 낳게 한 근본 원인이다."라고 한탄하며 체념했다. 소동파(蘇東坡)의 시(詩) 석창서취묵당시(石蒼舒醉墨堂詩)에도 '식자우환'이란 사자성어가 나온다. 인생은 글자를 알 때부터 우환이 시작된다고도 할 수 있다.(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