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진 사람은 안 밟는다는 마음도 없이 정치한다?>

오늘 중앙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김건희, 스스로 '왕의 의자' 앉았다…경복궁 둘러보며 1~2분 정도"》

기사의 허두는 이렇다.

<김건희 여사가 2023년 경복궁 경회루를 방문해 '왕의 의자(용상)'에 앉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 국보 불법 침범 및 훼손 사건"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질타했다.>

의자가 앞에 있으면 무심코 앉아진다. 고궁에 가서 ‘왕의 의자’란 게 보이면 누구나가 호기심에 앉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테고 앉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걸 갖고 국보 침범이니 훼손 사건이니 할 일인가? 그렇다면 6·25 때 태극기 아래서 전사한 국군도 많고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민주화 시위를 한 사람도 많다. 태극기를 밟고 섰던 더민당 국무총리는 국군의 죽음을 모독한 것이며 민주화 시위를 훼손한 것인가?

더민당의 말마따나 의자에 앉는 것이 침범이고 훼손이고 사건이다면 관람객이 앉지 못하도록 사전에 금줄을 쳐놓았어야 했다. 금줄을 넘어 들어가거나 기어 들어가서 앉았다면 능히 저런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만약 금줄을 쳐놓았는데도 김건희가 들어갔다면 “금줄을 무시하고 넘어갔다.”고 말했을 터인데 그런 말이 없는 걸로 보아 금줄은 없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없었다면 앉아도 된다는 묵시적 동의랄 수 있다. 한낱 산촌의 정자에도 "신을 벗고 들어 오세요."란 팻말이 있다. 물론 더민당 의원은 저런 팻말이 없어도 신을 벗겠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선의를 기대할 수 없다. 있다면 주차장에 주차선을 그어 놓을 필요가 뭐 있겠나.

왕이 앉던 의자가 과연 국보가 맞는가 싶어서 구글의 AI에게 이렇게 물어 보았다.

“조선시대에 왕이 앉던 의자가 국보로 지정되어 있나요?”

AI가 이렇게 대답했다.

“조선 시대 왕이 앉던 의자(어좌)는 건물이 국보로 지정되면서 그 안에 있는 어좌도 함께 국보 문화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좌 자체만을 별도의 국보로 지정된 사례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경복궁 근정전의 어좌는 근정전이 국보 제223호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건물에 포함된 문화재로 관리됩니다. 다만, 휴대용 접이식 의자 '권교의'는 보물로 지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그리고 2014. 2. 27 조선일보에, 조선시대 왕이 앉았던 접이식 의자 '용교의(龍交椅)'가 처음으로 경매에 나온다는 기사가 있었다. 접이식 의자든 그냥 어좌든 왕이 쓰던 물건임에는 똑같다. 왕의 물건이 경매에도 나왔는데 지나치게 신성시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김건희를 나무라자면 어좌를 더욱 신성하게 모셔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더민당의 저 발언은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축이 달걀 같다고 나무란다.”는 속담에서 더도 덜도 아니다. 저런 밴댕이 소갈머리로 만인을 위한다는 정치를 하는 게 위선 같아 보인다. 김건희는 저항은커녕 말대꾸도 못하는 처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