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9월 9일이다. 생각나는 글이 있어서 소개해 본다. 인조 임금이 일본에 보낸 국서(國書)인데 쓰기는 택당 이식이 썼다. 제목은 ‘왜인(倭人)의 질문 조목에 답함’이다. 거기에 나오는 구월 구일(九月九日)만 옮겨 본다. 여기서 말한 구월 구일(九月九日)이 양력인지 음력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양력일 것이다. 우리가 설이나 추석을 음력으로 지내니까 조선인이 음력으로 생활한 것으로 아는 건 잘못이다는 사학자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구월 구일(九月九日)

○《풍토기(風土記)》에 의하면, “9월 9일은 그 달이 무역(無射)에 해당하지만 수(數)가 구(九)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세속에서 이 날을 숭상한 나머지 수유(茱萸) 열매 가지를 꺾어 머리에 꽂아서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첫 추위를 막는다.”고 하였다. 또 선인(仙人) 비장방(費長房)이 환경(桓景 비장방의 제자 이름임)에게 9일에 높은 산에 올라 국화술을 마시고 수유 주머니를 차고서 재액을 피하라고 가르쳐 주었다고도 하며, 한무제(漢武帝)의 궁인(宮人) 가패란(賈佩蘭)이 9월 9일에 수유 주머니를 차고 국화술을 먹었다고도 한다.

이런 일들이 전해 오긴 해도 옛날부터 그 유래를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위문제(魏文帝)가 종요(鍾繇)에게 준 글을 보면 “9월 9일의 9가 양수(陽數)인 데다 달과 날이 모두 거기에 응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그 이름을 아끼면서 장구(長久)하게 되기에 알맞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 날에 향연을 베풀고 성대한 모임을 갖기에 이른 것이다.” 하였는데, 이 말이 가장 이치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월(元月) 원일(元日) 뒤로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의 명절만 있을 뿐, 2월 2일이나 4월 4일, 6월 6일, 8월 8일, 10월 10일의 명절은 없다. 그러고 보면 이것도 바로 양(陽)을 높이고 음(陰)을 낮추는 뜻에서 나온 것이라 하겠다. 민간에서는 이날 예문(禮文)에 따라 선조의 사당에 전(奠)을 올리는데, 높은 곳에 올라가 국화술을 마시는 것은 모두 고사(故事)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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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원월(元月) 원일(元日)은 1월 1일이다

나도 내일 수유를 주머니에 넣고 국화주 한 병을 들고서 '무학산' 먼당에 올라 앉아 광활한 남해 바다를 보면서 신나게 마실 참이다. 이 또한 풍류요 인생지락(人生之樂) 아니겠나. 알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먹는 것조차 잊고 그 즐거움으로 근심조차 잊는다(발분망식 낙이망우 發憤忘食 樂而忘憂)는데, 배에 구멍을 내는 수술을 앞둔 노인으로서 내 발로 산에 오르고, 내 눈으로 바다를 보고, 내 입으로 마시는 것만한 즐거움이 어디 또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