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옹기종기 서서, 취향껏 다양하게…경험을 마신다》

깜짝 놀랐다. 서서 마신다기에 선술집이나 목로주점이 새로 등장한 것인가? 해서였다. 나 같은 주당은 썩 반가운 일이기에 서둘러 읽으니 신문 역시 선술집’과 ‘다치노미(立ち飮み)’ 콘셉트를 가져온 술집이다고 해석했다. 마산에도 생기면 내 기필코 가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자세히 읽고선 “에이. 좋다가 말았네.” 하면서 저 술집도 곧 망하겠구나 여겼다. 다음은 신문 기사이다

“서울 성수동 ‘삿포로 프리미엄 비어스탠드’. 20평 남짓한 이 맥줏집에는 의자가 하나도 없었다. 젊은 손님 열댓 명은 옹기종기 서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일본 주류업체 삿포로가 도쿄 긴자점에 이어 2호점을 지난 7월 서울에 냈다. 선 채로 간단히 술을 마시고 가는 ‘다치노미(立ち飮み·서서 마시기)’ 콘셉트를 가져왔다. 과거 우리나라에 있던 ‘선술집’과 비슷하지만 젊은 손님들은 생경하다는 반응이었다. 한 사람당 세 잔까지만 먹을 수 있는 가게인데도 주말에는 대기 줄이 백 명씩 늘어서기도 한다.”

서부영화를 보면 저렇게 서서 마신다. 그걸 연상하면서 마시면 특별한 멋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젊은이들은 서서 마시는 술집을 본 적이 없으니 호기심이 생길 테고, 실내 치장도 고급지니 줄을 서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오래 가겠나. 호기심은 직접 접해 보면 풀리고, 재미도 두서너 번 하면 싫증이 난다. 게다가 우리니라의 음주문화와는 다르다.

우리나라의 선술집이나 목로주점이 왜 싹 사라졌을까? 다른 상품들과는 달리 왜 되살지 못할까? 서서 가볍게 한 잔 혹은 두어 잔만 마시고 가는 술집이니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와는 안 맞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주인 입장에서도 손님이 오랫동안 많이 먹어야 이득이다. 문화와 시속에 안 맞는 점이 이러하다. 그래서 사라졌고 다시는 재생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탁주를 배로 마시고 일본은 정종을 입으로 마신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네는 배가 찰 때까지, 취할 때까지 안 마시기 어렵거니와 그만 먹겠다고 하면 일행이 억지로 권하고 만다. 뿌리 깊은 음주문화이다. 나 같이 어중간하게 취할 정도로만 마시는 사람은 술꾼 친구들 사이에서 외면당한다. 일행 모두가 그야말로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셔야 하고, 한 놈이 일어서다가 자빠져야 비로소 술판을 치우고 다른 술집에 2차, 3차 가는 것이다. 이런 우리의 음주 문화를 일본 여성이 보고선 기겁을 하더라는 기사가 몇 해 전 조선일보에 있었다. 서양 역시 우리처럼 마시지 않는다.

그러나 신의 축복인지 배로 양껏 마셔야 성에 차는 우리는 알콜중독자가 매우 드물다. 반면에 한 잔 홀짝 마시고 마는 일본과 서양은 발에 걸거치는 것이 알콜중독자이다. 그들은 체질상 쉽게 알콜중독에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러니 우리와 달리 물 싫어하는 고양이가 됐을 것이다.

수입 맥주 중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것은 아사히맥주이다고 한다. 그들의 상술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얄궂기도 하다. 6월 한 달 동안 아사히맥주 6캔에 13500원에 팔았다. 십여 년 전 '만원의 행복'이랄 때보다 더 싼 가격이다. 6월은 호국의 달이라서 한국인에게 잘 보이려고 그러겠거니 생각했지만 7월달, 8월달도 그랬다. 어제 문자가 왔는데 9월달도 그런다고 했다. 이를 왜 자주 말하느냐 하면 편의점의 상당수가 저렇게 할인된 가격으로 팔지 않고 제 돈 다 받고 팔기 때문에 아사히맥주 구입자에게 일러바치는 것이다.

왜 아사히맥주가 잘 팔릴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맛이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기 때문일 것 같다. 어린애도 제 입에 안 맞는 반찬은 멀리 밀어 버린다. 미국에선 스팸을 정크푸드라 한다는데 우리나라에선 잘 팔린다. 건강식을 찾는 세태이면서도 잘 팔리는 이유를 어느 신문이 이렇게 말했다. “뜨거운 쌀밥에 스팸을 얹어 먹는 맛이 한국인의 입맛과 문화에 맞기 때문이다."

저 ‘삿포로 프리미엄 비어스탠드’는 우리의 음주문화와는 맞지 않는다. 한때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본전도 못 찾고 철창할 것이다(셔터 내릴 것이다). 내일을 점 쳤을 뿐, 악담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