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반찬을 좋아해서 해양수산부 장관 된 이야기>

역대 정권의 대통령 후보자들은 '부산해양특별시'를 선거 공약으로 약속했다. 당선되고 난 뒤에는 실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캠페인 기간에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공약했다. 당선된 뒤 '해양수산부 연내 부산이전 작업'을 실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도 부산 출신 전재수 의원을 임명했다. 대통령실 해양수산 비서관으로 전문가를 선임한 것도 바람직한 인선으로 보인다. 세종시와 인천 등지에서 반대하자 세종시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크게 발전할 것이고, 인천(仁川)은 성장하고 있는 데 반해 부산은 어렵다며 설득했다. 일단 부산해양특별시로 가는 첫발은 내디딘 셈이다. 기대가 크다.

앞으로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 강국으로 뻗어 나가기 위해선 해양수산부 이전만으로는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해양수산부가 관장할 업무는 해양·수산·해운물류·항만 등이다. 그런데도 북극항로 개척에만 집착한다면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소극적이란 지적을 받게 될 것이다. 부산이 명실상부하게 해양강국으로 뻗어나가는 전초기지 역할을 재대로 발휘하게 하자면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

그렇게 하자면 '해운물류' 한 부분에만 한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해사법원과 해양수산 각급 국가기관의 부산 이전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해운물류가 제대로 이루어지자면 바다의길(海路)과 하늘의 길(航空), 육로(陸路) 등 3대 기능이 함께 작동돼야 한다. 또 쇠퇴해 가는 수산업 진흥을 위해서도 각종 수산물의 재배어업(양식업) 확대와 수산식품의 고부가가치화는 물론, 살기 좋은 어촌·어항건설, 해외어장 개척과 어획물의 쿼터제 문제, 어선 감척(減隻)에 따른 대책, 해저 광물자원 개발, 북극항로의 주요 기착지가 될 국가와의 북방외교 강화, 해외 에너지와 광물자원 공급망의 다변화 문제 등 구체적 목표 설정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래야만 부산이 세계적인 해양도시로의 명성과 함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해수부 발족 이래 24명의 장관이 임명됐다. 이 가운데 해양수산 전문가는 단 2명뿐이다. 정치인, 교수, 행적직 공무원, 경찰, 군인 등 해양수산 비전문가들이 경제부처인 해양수산부를 이끌어 왔다. 특히 부산·경남은 3명의 대통령과 11명의 해양수산부 장관이 배출됐다. 그럼에도 발전은커녕 '쇠퇴하는 부산'이 되고 말았다. 업신여김을 받았다. 해양수산 비전문가들이 장관직을 차지한 해양수산부는 3류 중앙부처로 힘없는 정부기관이 되고 말았다. DJ정부 시절 경찰 고위직 출신 J 국회의원이 해수부장관에 지명됐을 때 언론이 전문성을 문제삼자 "나는 생선 반찬을 좋아해서 해양수산 업무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해 웃음거리가 된 적도 있다. YS정권이 해양수산부를 발족시키긴 했지만 그 뿌리는 1948년 7월1일 교통부 해운국과 상공부 수산국이 출발점이다. 1955년 해무청, 1966년 수산청, 1976년 해운항만청, 1996년 해양수산부,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국토해양부 등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바다는 길이요, 생명이다. 파도야 치건 말건 바다는 좋은 곳이다. 대한민국의 세계화와 국제화는 바다를 배우고 바다와 함께 동고동락한 이 땅의 '젊은 뱃놈들'이 큰 역할을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해외어장에서 국부(國富)를 창출하고자 남태평양 참치 어장으로 '젊은 바다의 사나이들'을 태워 보내며 시험조업선의 선명(船名)을 남쪽으로 향한다고 해서 '지남호(指南號)'라고 명명했다.그 때 선장과 항해사,기관사와 젊은 어부들이 잡아온 '다랑어(참치,Tuna)'가 경무대 현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老대통령과 함께 촬영된 기념사진이 지금도 원양산업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일찍이 해양개척에 나선 국가 치고 발전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 일본과 스페인이 그렇고 포르투갈과 영국 미국이 그렇다. 바다를 업신여기고 소홀하게 다룬 러시아와 중국 청나라는 러·일전쟁과 청·일전쟁에서 패전국이 됐다.

한국이 해양강국으로 뻗어나갈 좋은 기회가 왔다.
"파도에 기르자 무쇠 팔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