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알래스카가 주요 뉴스로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나라와 '상호 관세협상'을 하면서 알래스카의 LNG 자원개발에 참여할 것을 강권하면서 알래스카는 세계적인 뉴스의 중심에 있다.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의 강력한 권유를 수용하며 투자할 것을 이미 합의했다.

러시아의 독재자 푸틴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략하면서 전개된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트럼프가 푸틴과 알래스카 앵커리지 군사기지에서 회담하기로 한 것도 크게 보도되고 있다. 러·우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을 제외시키고 회담을 하는 그 자체가 뉴스의 초점이 되고도 있다. 강대국이 당사자인 약소국가를 배제하고 자기들끼리 영토 문제를 마음대로 처리하려 하는 그 자체가 횡포요, 만행이란 지적이 많다. 마치 한반도 분단 비극의 단초가 된 얄타회담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또 이재명 정부가 '북극항로 개척'을 추진하면서 알래스카 앞바다인 베링해가 주목받고 있다. 알래스카는 1867년 이전에는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영토였다. 당시 알렉산드로 2세는 영국·프랑스의 지원을 받은 오스만투르크와의 크림전쟁에서 패배했다. 재정적 위기와 국제적인 전략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황무지나 다름 없었던 알래스카를 미국에 팔아넘겼다. 1867년 10월18일 주미(駐美) 러시아공사 에두아르트 스테클과 미국의 국무장관 윌리엄 슈워드가 협상하여 720만 달러(1100만 루블화)에 미국에 매각했다.

당시로서는 쓸모없는 동토(凍土)였지만 뒷날 알래스카는 석탄·석유·철광석·희토류 등 천문학적인 지하자원을 보유한 옥토(沃土)로 평가받고 있다. 또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군사 요충지로 변신했다. 북극 개발의 거점(擧點)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오늘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158년 전 버림받은 땅 알래스카를 팔아먹은 러시아로선 통곡의 영토이고, 미국으로선 희망의 땅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영토를 빼앗으려고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전범(戰犯) 푸틴이 알래스카에 가서 느끼는 감회가 어떨지 궁금하다.

남의 나라 얘기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도 한번 살펴보자. 대마도와 알래스카를 생각하면 한 국가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의 미래지향적인 안목과 비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게 한다. 특히 난장판이 되어 버린 한국의 정치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일본 사람들이 독도 문제를 들고 나올 때마다 우리는 '대마도는 우리땅'임을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독도는 우리 것이니까 두말할 필요가 없고 대마도도 우리 것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답답해질 뿐이다.

우리 선조들이 대마도를 너무 등한시해서 일본땅이 되어버린 것에 대한 원통함이 크다. 대마도는 부산에서 49km, 일본에서 159km 거리에 있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대마도는 분명 우리 것이 됐어야 했다. 우리 역사상 대마도에 대한 정벌(征伐)은 세 차례 있었다. 1389년 고려 창왕 2년 1차 정벌은 박위가 이끌었다. 2차 정벌은 1396년 조선 태조 5년, 3차는 1419년 세종 1년의 이종무 장군이었다. 선조들은 이렇게 세 차례나 대마도를 정벌하고도 대마도를 제대로 통치하지 못하고 버리고 돌아왔다.

영토 확장에 대한 비전이나 실리를 차지하려는 의욕도,탁견(卓見)도 아예 없었다. 그 결과 문전옥답은 잃어버리고 가지고 있는 독도마저도 시달리고 있다. 세종대왕이 성군이요, 국운을 융성하게 한 큰 업적은 남겼지만 대마도 문제만은 천추에 한을 남겼다. 정벌하고도 계속 관리하지 않고 빈손으로 돌아오게 한 지도자가 세상에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알래스카를 팔아먹은 제정러시아의 멍청이들이나 바다를 없신여기고 영토 확보에 관심이 없었던 조선왕조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알래스카 매각 협상을 주도한 미국의 국무장관 윌리암 슈워드는 알래스카를 헐값에 매입했는데도 의회의 비판을 받고 자진 사퇴했다. 이로 인해 '어리석은 슈워드(Sewards folly)'란 신조어가 유행하게도 됐다..대마도와 알래스카에 대한 역사적 교훈을 되살펴 보면서 복수심에 불타는 오늘의 정치현실과 구태의연한 국회의원들의 꼴불견에 시야(視野)가 침침해짐을 숨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