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당 대표 경선 볼출마를 밝혔다. 불출마한다 하여 내가 좋아할 것이 없고, 출마한다 하여 좋아할 것도 없다. 본인 입장에서도 정치 경험이 일천한 데다가 당에 바친 공훈도 이렇다 할 것이 없으니 불출마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도 그래서는 안 된다. 그동안 대찼던 언동과는 안 맞기 때문이다.

불출마함으로써, 법무장관과 당 대표를 한 것은 그의 실력으로써가 아니라 오로지 윤석열 덕택임도 동시에 드러났다 하겠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총선에서 패배한 것을 도리어 자기 책임으로 돌리며 한동훈에게는 일점 책임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해 주었다.

그러나 한동훈은 기회 있을 때마다 대통령을 떠받았고, 비상계엄을 내란이라 했고, 탄핵에 동조했다. 그 기세대로라면 그리고 저런 것들이 옳은 일이었다면 불출마 선언을 할 일이 아니다. 지더라도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해서 자기의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그동안의 야무졌던 언행에도 맞갖게 된다. 그러지 않으면 윤석열이 술에 취해 비상계엄을 했다듯이 한동훈의 내란 발언. 탄핵 동조도 술에 취해 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자신의 정치적 내일을 기약하기 위해서라도 출마하는 게 낫다. 그러나 그러지 안하거나 못했다. 이는 자신의 열약(劣弱)을 인정한다는 웅변일까? 윤석열 없는 세상에서 홀로서기가 안 된다는 하소일까? 어쩌면 자신의 경선 성적표가 초라하게 드러나게 되는 것이 싫었을지 모른다.

되돌아보면 윤석열은 한동훈을 끌어주면서 두 사람의 관계를 보완재 관계로 생각했던 것 같다. 또 자기의 퇴임 후를 위한 보험으로 생각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니 검찰총장감도 못 되는(홍준표 씨 발언) 사람을 일약 법무장관에 앉혔을 것이다. 그리고 나경원 씨 등을 주저앉혀가며 그를 당 대표로 밀었을 것이다. 이런 선의와 덕행이 배신당하거나 치받힐 때의 감정은 그야말로 뱀 씹은 기분일 것이다.

한동훈의 불출마가 그에게는 불만족일 수 있고 또 서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윤석열을 측은해하는 한편으로 한동훈을 세게 비판하는 것은 인정상으로도 못 할 짓이라 하겠다. 그래서 세상이 다 아는 사실만을 짚어 말했다. 다만 이제 그는 일귀일천(一貴一賤)한 처지가 됐다는 말은 하고 싶다. 자신이 원해서 행했던 일의 후과이니 누구를 탓하겠나.

윤석열과 한동훈이 상호보완 관계로 상생하고 윈윈(win-win) 했으면 시너지 효과가 컸을 것이다. 이러지 못한 결과는 윤석열에게는 치욕, 한동훈에게는 적자(赤字)를 안겼다. 지지자에게는 울분증(鬱憤症)을 심었고 국가에는 망징패조(亡徵敗兆)가 됐다. 혹 두 사람 모두 후회감으로 스스로를 꾸짖으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물 흘릴지 모른다.

한동훈의 성적표를 한번 보자. 총선에서 패배했고, 대선엔 본선 진출도 못했고, 이번 당 대표 선거엔 아예 불출마 선언했다. 3전 3패인 것이다. 아니다. 4전 1승 3패했다. 윤석열에게는 이겼다. 차라리 졌으면 더 좋을 싸움에 이김으로써 오늘의 불출마 선언이 있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