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의 허새비보다 나약한 국민인가>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1989년 실종된 초등학교 3학년. 36년 만에 가족과 극적 상봉》
신문은 ‘실종’이라고 썼지만 과연 실종일까 싶다. 초등학교 3학년이 유괴되지 않은 다음에야 어디에 갖다 놓은들 집에 못 찾아오겠나? 나는 국민학교 3학년 때 ‘노가다’를 했다. 국토건설대에도 나갔고 부역에도 나갔다. 나만 그랜 것도 아니다. 그 나이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려서 노가다를 한 것이다. 어쩌다가 노가다를 안 나간 아이들은 ‘아이스케키’통을 메고 다니며 행상을 했다. 그 당시의 국민학교 3년생은 어린아이이긴 했으나 다 큰 어른 비슷한 취급을 받았다. 지금도 노동부장관의 허가가 있으면 15세 소년도 근로를 할 수 있다.
1989년이 먼 먼 과거 같지만 1989년대는 이미 과거의 한국과는 다른 지금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어린아이들도 이전의 아이들과는 달리 이미 영악할 대로 영악해진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가 길을 잃을 리도 없고 잃은들 왜 집을 못 찾아오겠나?
한편 ‘실종’된 것이 맞다면 이 나라가 배고프던 시절 때보다 국민이 연약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풍요가 국민을 허약 체질로 만든 듯하다. 개체가 모여 국민이 되고 국민이 모여 국가를 이룬다. 그러나 그 개체는 바람만 불어도 자빠지게 허약하다. 들판에 선 허새비보다 약해 보인다.
유괴되지 않은 다음에야 어디에 갖다 놓은들 집에 못 찾아오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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