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헌재는 "8인의 한뜻" 강조하지만, 신뢰도는 계속 하락》기사 내용의 말미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는데 헌재를 더욱 불신케 한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절차적 흠결과 정치 편향 논란을 비켜가기 위해 ‘만장일치’를 강조하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조계의 반응이 저렇게 나온 것은, 헌재가 툭하면 “재판관 만장일치로 의결한 것” “평의를 거쳤다”고 말하기 때문이다는 것이다.

만장일치나 평의를 거치면 절차적 흠결과 정치 편향 논란이 없어진다는 주장 아닌가? 어떻게 헌재가 저런 발언을 할 수 있는지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본인의 양심과 헌법대로 판결하면 될 것을 '만장일치' 뒤에 숨으려 하는 모습이 아니라 하기 어렵다. 절차적 흠결과 정치 편향 논란에 따른 비판이 그렇게나 무섭다면 흠결도 편향도 없는 재판을 할 것이지 반민주적인 '만장일치'를 내세울 게 뭐 있나.

민주주의의 근간은 ‘다양성’이고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헌재 재판관을 9인으로 했을 것이다. 헌재가 재판하는 대상은 특히 중대한 사안일 것이므로 재판관도 특히 더 많은 사람으로 구성되게 했을 것이다. 그러한데 9인의 생각과 양심과 판단을 '한뜻'으로 묶으려 애쓰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사람의 생각이 다 다를 수 있고 양심도 제각각일 수 있는데 만장일치를 강조하는 것은 스스로 ‘원님재판’을 한다는 고백으로 들린다. 박근혜 탄핵 재판이 그랬듯이 또 다시 8:0 (9:0)의 질 낮은 판결이 나올까 부끄럽다.

만장일치는 여러 사람이 같은 생각, 같은 말을 한다(萬口一談)는 의미이다. 헌재가 다양성이 아닌 만장일치 곧 ‘하나’나 ‘한뜻’을 강조할 바에야 차라리 재판관을 9명이 아닌 1명으로 하는 게 판결하기에도 자유롭고 신속하고 쉬울 것이다.

민주주의가 생활화되지 않은 집단에서는 유독 ‘하나’나 '한뜻'을 강조한다. 미국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학교 급식을 보고 미국인이, “군대도 아닌 학교가 수많은 학생에게 어찌 똑같은 밥에 똑같은 반찬을 먹이느냐?”고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