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송이 선산을 지키고 병신자식이 효도한다>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이시영, 6세 아들 등에 업고 히말라야 4000m 등반 성공〉나만큼 연예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래서 옛날 배우가 아닌 젊은 배우는 누가 누군지 모르고 이름도 모른다. 이러니 “저놈. 간첩이 아닐까?” 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배우 이시영만은 알고 좋아했다. 예쁘장한 얼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튜어 복싱 선수 생활을 해서이다. 복싱을 하면 대개 얼굴이 쭈그려지는데 코는 주저앉고 귀는 말리고 광대뼈와 눈은 튀어 나온다. 젊어서는 표시 안 나는 사람도 나이가 들면 표가 나게 돼 있다. 그래서라도 미녀가 복싱을 하는데 어찌 무심한 남자가 있겠나.

이시영은 투기 중에서도 복싱을 했으니 의지와 투지가 남다를 것이고 그래서 희말라야에도 올랐고 성공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여섯 살 먹는 아들을 업고 갔는지 이해가 안 된다. 자식은 저렇게 키우면 안 된다. 저렇게 키우면 다른 결과가 찾아든다. 자식 농사가 가장 어렵다. 여타의 농사는 노력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만 자식 농사는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생긴 격언이다. 대개 자식 농사는 반대로 오기 쉽다. 그래서 성경도 여러 군데서 자식을 엄하게 키우고 매를 아끼지 말라고 가르친다.

저런 식으로 자란 자식은 부모는 원래 그러는갑다 생각하고 만다. 부모는 눈 쌓인 희말라야라도 자식을 업고 올라가야 할 존재라는 인식이 흉터처럼 박혀 버리는 것이다. 여섯 살 정도 되면 이미 성징이 나타나고 알 것은 다 안다. 요사이 아이들은 더 조숙하다. 이런 나이의 아이에게 어쩌자고 저러나. '미운 일곱 살'이라 했잖은가.

“자식도 품에 있을 때 자식이다”는 말은 진리이다. 여섯 살이면 부모 품을 떠나야 할 나이이다. 품을 떠난 자식은 다르게 키워야 한다. 품을 떠난 아이를 업고 다니는 것은 자식 사랑이 아니라 자식에게 나쁜 것을 가르치는 악행일 수 있다. 이시영이 아니더라도 연예인은 국민에게 영향력이 크다. 저것을 본 다른 부모들도 저럴 것이고 다른 자식들도 저런 대접을 원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한 것이다. 조국 부부가 자식에게 한 짓을 보고 어린 자식들이 우리 부모는 뭐 하나? 했다잖은가.

자기 결심을 이루어 보고 싶고, 자기 투혼을 확인하고 싶으면, 자식의 무게만한 쇳덩어리를 지고 가면 될 일이지 세계인이 보는 데서 어쩌자고 아들을 업고 가나? 서양인은 자식을 엄하게 키우고 일등국가 사람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한다. 저런 사람들은 잘했다고 박수치기는커녕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것이다. 자식 대신에 부모를 업고 갔거나, 부모가 없으면 부모 산소의 비석을 뽑아 업고 가서 죽은 부모에게 희말라야 구경을 시켜주었더라면 절세의 효자가 되어 만인의 눈물을 자아냈을 것이다.

“반송(盤松.작고 굽은 소나무)이 고향 선산을 지키고 병신 자식이 효도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병신이라 구박받고 큰 자식은 효도를 해도, 어루며 키운 자식은 부모의 삶을 쓰디쓰게 만들기 십상이다. 우리 어릴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소리가 있다. “자식은 또 낳으면 자식이되 부모는 한 번 가면 끝이다” 이런 밥상머리 교육을 받고 큰 나도 천하의 불효자인데 하물며 희말라야를 업혀간 자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