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 망령이 임하지 못하게 하려면>

6·25 전쟁으로 부친의 고향에 인민군이 진군하였다.지하에 있던 부친은 고을 남로당 군 선전 비서가 되었다.하지만 특이하게도 부자 타도의 공산 이념에 맞지 않게 행동했다. 머슴들이 부자들을 죽이려 하자 막아 나선 것이다. "동네 사람(부자)을 죽이는 것은 네 가족을 죽이는 것과 같다"며 막은 것이다.

그런 공산당 간부인 부친 집에 부자들이 숨어있으며 살아났다고 한다. 생명을 해치면 또 다른 해침이 악순환됨을 알고 우선한 것이다. 이런 공산당 간부라고 해서 이념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남들은 으쓱해서 가지 않는 공동 무덤 속에 아지트를 잡고 '5·10 단독선거' 반대 투쟁을 했다. 리리(이리), 군산 감옥에 연속 갇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면서 말이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유엔군이 북진하자 이번에는 부자들이 부친을 보호해 나섰다고 한다. 당신을 보증하겠으니 북으로 가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공산주의 이상 좋은 사상이 없다고 믿었기에 인민군 6사(師)를 따라 월북했다.

물론 공산 북한을 살아 본 인생 마감에야 깨달았다. "정치(공산당)는 최대의 협잡이야!" 아들인 나는 이걸 '공산주의는 공상주의! 사회주의는 사기주의!'로 결론하고 반공 분자로 월남했다.

부친은 왜 일생을 허황된 공산주의에 바치게 되었을까. 사람은 평시에 버릇처럼 표현하는 것을 통해 그를 알 수 있다. 부친이 버릇처럼 되뇌이던 말들이 있다. 공산주의에 빠지게 된 것은 인간의 야박함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이유가 부자인 맏형의 야박함 때문이었다. 맏형은 장자로서 조상에게 이어받은 재산을 밑천 삼아 억척 같이 일해 부자가 되었다. 밤낮 없이 새끼 꼬고 가마니 짜서 팔아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손 노동이 전부인데 얼마나 악착같이 일했으면 부자가 되었을까 상상해본다.

이런 부지럼함에 더해 원망을 살 만큼 야박심도 있었다고 한다. 땅이 부자 표징이었던 시절 맏형은 논이 많았다고 한다. 맏형과 달리 아래 동생 4명은 그렇게도 가난했다고 한다. 그런 형제들에게 논 한 마지기 부쳐 먹으라고 주지 않았다고 한다. 동생들에게는 물론 친지에게도 절대 소작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동생들이나 친지에게 주지 않은 것은 만약의 경우 소작료를 악착같이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 주는 것이 훨씬 편해서였다는 것이다. 남도 아닌 혈육에게서 받은 야박함에 원한이 가장 클 만도 했다. 특히 맏형은 장자로서 상속받은 것은 독차지하고 그러니 더욱 원한스러웠다.

공산당에 들어간 두 번째 이유는 차 씨라는 마을 사람들의 야박함이다. 나의 부친은 다섯 형제 중에 막내로 유일하게 국민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등교길로 인하여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것이 있었다. 먼 거리 학교에 직선 거리로 등교하는 것도 힘든데 차 씨네 땅 때문에 멀리 돌아 다녔다고 한다. 동네에서 차 씨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살았는데 이들이 자기의 땅을 밟고 다니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공용 길임에도 가로막고 텃세를 부리는 것이다. 옛날에는 이런 텃세가 유행하듯 흔했다고 한다.

남들보다 배운 것도 있고 또 고을에서 면장감은 누구라고 할 정도로 명석했던 부친이었다. 이에 공산당이 접근하였고 또 적극 호응하게 된 것이다.

북한은 벌써 남한을 적화하기 위하여 혁명가들을 1946년부터 파견하였다고 한다. 이 중앙당 파견원은 팔로군 출신 혁명가 김복동이었다고 한다. 김복동은 고을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부친을 금방 포섭하였다. 부친은 평등하게 모두 잘살아야 한다는 이념에 즉시 푹 빠지게 된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의 야박함을 없앨 사상은 공산주의밖에 없다고 확신한 것이다. 하지만 폭력 혁명을 통해 이루어야 한다는 원리 원칙은 아직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무덤 속에서 공산활동을 하느라 제대로 혁명 이론을 배우지 못한 것도 있는 것이다. 그러했기에 군 간부가 되자 '부자 처형'을 막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끝맺으려 한다. 인간의 야박함 때문에 공산주의를 신봉했던 부친이었다. 야박함을 학술적으로 '천민 자본주의'로 말하는 것 같다. 또 야박함을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심이라고 할 수 있다. 공산주의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가 오히려 더 망쳤다. 그 대표적인 것은 북한이 잘 말해준다.

인간의 야박함, 이기심을 그래도 잘 해결한 것이 자유민주주의이다. 이기심을 타도하기보다는 원동력으로 삼고 다스린 것이다. 이 자유민주주의를 있게 한 것은 아담 스미스라고 본다. 야박한 이기심이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작동하여 부(富)가 창출되며 그러다 보면 선(善이 따른다는 것이다.특별히 선이 따르도록 도덕심을 강조했다.

한국식 아담 스미스는 '쌀 독에서 인심 난다!'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치를 잘 이해해야 하고 끊임없이 교육해야 한다. 그래야 공산주의 망령이 임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