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에이브럼스 전 美 국무부 차관보는 26일 ‘오시라크부터 포르도까지, 미국의 긴 여정(America’s Long Road From Osirak to Fordow)’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썼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국무부 차관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 부(副)보좌관,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베네수엘라 및 이란 특사를 지낸 에이브럼스는 이스라엘이 중동에서의 핵확산을 막기 위해 과거 두 차례 군사 공격에 나섰을 때 현직에서 관련 문제를 다뤘다. 1981년 이라크 원자로, 2007년 시리아 원자로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 상황과 미국의 대응을 현재의 상황과 비교하는 내용의 글을 쓴 것이다. 

그는 44년 사이 미국은 이스라엘을 규탄하던 상황에서 암묵적으로 용인한 상황, 지금은 동참하는 관계로 나아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지니는 동맹의 중요성과 외교적 방식의 핵 합의로는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미국의 입장 변화에 작용한 것으로 봤다. 

에이브럼스 전 차관보는 우선 미국과 이스라엘이 오랜 기간 동맹 관계를 맺어왔지만 이스라엘이 중동 내 적국(敵國)의 핵개발을 막으려는 시도에 항상 우호적이지는 않았었다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1981년 6월 7일 이스라엘이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에 대한 폭격을 가했을 당시, “미국은 이라크만큼이나 놀랐다”며 “공격은 사전 통보 없이 진행됐다”고 했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를 지냈던 그는 행정부 내에서도 이와 관련해 의견이 분분했다고 설명했다. 

에이브럼스는 알렉산더 헤이그 국무장관이 사석에서는 “오시라크 원자로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군사력을 보여주는 굉장한 행동이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다만 캐스퍼 와인버거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지원 중단을 촉구했고 레이건 대통령 역시 얼마 후로 예정됐던 F-16 전투기 인도 계획을 중단시켰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에이브럼스는, “레이건의 본심은 달랐었고 그는 곧 생각을 바꿨으며 이스라엘은 전투기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에이브럼스는 전투기 인도와 달리 되돌릴 수 없었던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487호였다고 평가했다. 당시 결의안은 “이스라엘의 계획된 공습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미국은 이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 무렵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언론 및 유력 정치인들은 전임 지미 카터 행정부 당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미국이 찬성하거나 결의안 통과를 방임한 사례들을 언급하며 비판했었다고 한다. 에이브럼스는 이스라엘의 오시라크 원자로 폭격 이후 규탄 결의에 찬성표를 던진 진 커크패트릭 미국 측 유엔 대사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했다. 

에이브럼스는 2007년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핵 프로그램을 공격했을 당시의 상황은 크게 달랐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동부 알키바르 인근 사막에서 건설 중인 원자로를 발견한 뒤 이와 관련된 정보를 미국과 즉시 공유했다고 한다. 

에이브럼스는 메이르 다간 모사드 국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딕 체니 부통령, 스티브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난 자리에 그가 해들리의 중동 담당 보좌관으로 동석했었다고 했다. 당시 다간은 시리아 원자로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며 해당 시설이 제거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말했다고 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수개월에 걸쳐 이스라엘 측과 정보를 교류했고 여러 회의를 주재했다. 에이브럼스에 따르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외교적 해결법을 지지한다”며 “유엔에 이 문제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니 부통령은 미국의 직접적인 공격을, 에이브럼스는 이스라엘이 공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얼마 후 부시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법을 택하기로 결정했고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시리아 핵시설을) 공격하지 않고 이 문제를 유엔에 맡기도록 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올메르트는 이스라엘의 안보 문제를 유엔에 맡길 수는 없다며 미국이 공격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결정을 받아들였고 해들리 보좌관과 에이브럼스에게 이 문제와 관련된 외교 준비를 중단하고 비밀을 철저히 지킬 것을 지시했다. 에이브럼스는 올메르트 총리가 훗날 그에게, 부시는 시리아 원자로를 제거하겠다는 이스라엘의 결심을 예상했고 이를 사실상 승인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에이브럼스는 그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고 했다. 

에이브럼스는 “당시 미국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었고 중앙정보국(CIA)은 시리아 원자로가 핵무기 개발용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판단하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라이스와 게이츠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면서까지 미국이 공격에 나서거나 사전에 이스라엘의 공격을 승인하는 결정을 하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대신 올메르트 총리가 결정을 내리도록 이 문제를 그에게 맡겼다는 것이다. 부시는 올메르트와의 전화 통화 이후 해들리와 에이브럼스에게 “그 사람(올메르트), 참 배짱 있군”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에이브럼스는 미국은 1981년 이스라엘의 이라크 원자로 공습을 비난하던 태도에서 26년 만인 2007년, 시리아 원자로 공격을 사실상 승인하고 묵인하는 수준으로 변화하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18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 제거 작전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며 그런 원인으로 몇 가지를 꼽았다. 

에이브럼스는 우선 “지난 40년 동안(오바마 행정부 시절을 제외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며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과 분석가들은 동맹으로서의 이스라엘의 전략적 가치를 더 잘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또한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지원 예산은 증가했고 이스라엘은 미 중부사령부에 편입돼 아랍국가 군과의 협력도 강화됐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란이 미국의 적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란은 세계 최대 테러 지원국이며 러시아 및 중국과의 협력이 강화되며 더욱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고 했다.  그는 “이란은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고 공언했고, 하마스 및 헤즈볼라와 같은 대리세력으로 이스라엘을 포위하는 이른바 ‘화염의 고리(ring of fire)’를 구축했다”고도 했다. 

에이브럼스는 외교적 접근 방식이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내놨다. 그는 “외교를 통한 이란 핵무기 억제 방식은 결국 오바마의 이란 핵합의(JCPOA)로 이어졌지만 이 합의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고 미사일 프로그램도 제한하지 않았으며 2030년이 되면 만료되는 임시적 조치에 불과했다”고 했다. 

그는 “이란은 합의 이후에도 계속해서 우라늄을 60%까지 농축했고 이는 핵무기 이외에는 쓸 데가 없는 (농축) 수준”이라며 “이란은 수천 개의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만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망을 피하며 핵 프로그램을 은폐했다”고도 했다. 그는 2025년 5월 발표된 IAEA 보고서를 인용하며, 이란은 9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양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에이브럼스는 “이란은 농축 중단을 조건으로 하는 어떤 합의도 거부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로는 더 이상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그의 칼럼을 마무리했다. 

<이번에는, 수십 년간 미국 대통령들이 반복해서 외쳤던 원칙이 행동으로 옮겨졌다. 이는 ‘이란이 절대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이스라엘의 행동이 미국으로부터 비난받지도, 암묵적으로 승인되는 수준에도 머물지 않았다. 미국은 이 작전에 참여했고 이를 기반으로 더 나아갔다. 44년 전 이라크의 핵 위협을 홀로 감당했던 이스라엘은, 이번에는 미국의 도움으로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초토화시킬 수 있었다.>

한편 WSJ는 최근 ‘휴전 이후 이란을 위한 시험(After the Cease-Fire, Tests for Iran)’이라는 제목의 사설(社說)을 통해 12일 간의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막을 내렸다며 앞으로의 상황은 트럼프의 행동에 달렸다고 했다. 

휴전은 이뤄졌지만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이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제거와 대리세력을 통한 이스라엘 위협이 중단돼야만 한다는 것이 이 신문의 논조(論調)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휴전의 목적을 이스라엘의 손을 묶은 채로 전쟁을 마무리하는 것에 뒀다면 이란이 다음 전쟁을 위해 재정비하고 재무장할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이 휴전은 역사적 실책이 될 것이고 지난 2주 동안 거둔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설은 트럼프가 말하는 평화가 달성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란으로 하여금 두 가지 질문에 답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IAEA 사찰단의 현지 검증을 즉각 허용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란은 얼마나 남아 있는지 불확실한 농축 우라늄 등의 핵 프로그램을 제거할 뜻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WSJ는 둘째로,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삭제해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이란이 버렸는지 물어봐야 한다고도 했다. 이란 정권이 평생을 추구해온 전쟁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것인데 만약 그럴 의사가 없다면 진정한 평화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WSJ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이후에도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의 탓을 하며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두 국가는 너무 오랫동안 치열하게 싸워왔고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고 있다”며 비속어를 사용하며 비판했다. 

WSJ는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이란을 그의 외교 정책에 동등한 위협으로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은 이스라엘의 파괴를 위해 싸우고 있고 이스라엘은 파괴되지 않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설은 “이스라엘이 대부분의 위험을 감수하고 이란과 싸운 덕분에 미국의 중동 내 입지는 크게 향상됐다”며 “미국은 오직 미국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에 기여했다”고 했다. 그리고는, “이제 평화의 향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그가 이란에 내미는 것은 심판일 것인가, 유예일 것인가?”라고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