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도질, 도끼질

윤석열 부부를 잘 아는 한 인사는 김건희 씨의 영향력이 남편의 몰락을 부른 의료대란의 배후라며 삶의 궤적에서 김 씨가 의사들에게 유감을 가질 만했던 사건들을 적어주었다. 계엄의 날도 김 씨가 잡았을지 모른다고 했다. 작년 4월5일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 강서구 명지1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를 찾아 총선 투표를 했다. 한 달 전 문을 연 센터의 번지는

1996-2이지만 2000번지도 센터 입구 부지에 속해 있다. 선관위가 부정선거 온상이고 특히 사전투표가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그가 2000명 증원으로 총선이 위태로워진 때 왜 하필 2000번지를 찾아가 투표를 했을까?

지난 해 12월23일 의사출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초과사망자, 즉 이런 일이 없었다면 돌아가시지 않았을 분의 수가 2000명을 넘은 지 오랩니다>란 글을 올렸다.

<올 초 의대증원 규모에 대해 제가 비밀리에 의료계 관계자분들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미팅을 주선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제가 건드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그러면 누구겠습니까? 특히 비상계엄 포고령의 ‘전공의 처단’이라는 섬뜩한 문구는 윤 대통령의 의료정책이 출발부터 편견과 혐오로 왜곡되었음을 말해줍니다.>

지난 4월10일자 동아일보 이기홍 칼럼은 “보수가 회생하려면 윤석열 축출과 김건희 사법처리를 선도해야 한다”면서 김건희 씨 앞에 닥쳐올 일들을 이렇게 예견했다.

<이재명 전 대표는 벌써부터 ‘내란 적폐 청산’을 외치기 시작했다. 국민 다수는 김건희 논란의 완전한 해결을 원한다. 이재명은 이런 국민 상식을 악용해 김건희를 빌미로 한 내란 청산으로 보수진영을 난도질할 것이다. 문재인표 적폐 청산이 망치질이었다면 이재명표는 도끼질이 될 것이다. 윤 부부와의 완전한 단절은 보수 통합은 물론이고 중도와 합리적 온건 진보까지 아우르는 반(反)이재명 연합전선 구축을 위한 기초 작업이다.>

2021년 김건희 씨가 ‘서울의 소리’ 방송 기자와 한 대화는 이듬해 녹취록이 공개되었는데 이런 대목이 있다.

“김건희: 사주 공부하면 좋지. 자기 팔자도 풀고 그렇지. 그거는 우리 남편도 그런 영적인 끼가 있거든요. 그게 저랑 연결이 된 거야. 왜냐면 우리 같은, 나나 우리 남편 같은 사람들이 결혼이 원래 잘 안돼. 잘 이게 어려운 사람들이야. 그래서 만난 거에요. 서로가 이게. 홀아비, 과부 팔자인데. 그러니까 혼자 살아야 될 팔자인데.”

군대 안 간 윤석열 대통령이 병정놀이 하듯이 선포한 비상계엄령은 허술하기 짝이 없고 그날 밤 대통령이 두서(頭緖) 없이 허둥지둥 하는 모습은 그대로 영화를 만들면 훌륭한 사이코 드라마가 될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미친 계엄’이라 규정하고 ‘망상적, 발작적 선포’라고 정의(定義)하면서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없다고 온정적으로 처리하면 안 되고 엄벌해야 한국이 남미(南美)의 ‘바나나 공화국’ 수준으로 타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8-0 전원일치 파면 결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