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어떤 신호를 주는 것일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한 이유 중 하나로 최 감사원장과 검사들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시도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민주당의 탄핵 폭주(?)가 잘못된 것으로 헌재에서 입증됐으니,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을까.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은 "민주당의 감사원장 탄핵소추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한 결정적 계기"라며 "헌재의 잇따른 탄핵 기각으로 비상계엄의 정당성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헌재의 기각 판결로 민주당이 자행한 무분별한 탄핵이 다시 한번 여론의 비판 대상이 된 것은 맞다. 하지만 이게 윤 대통령의 탄핵선고에서 '기각'을 가리키는 걸까. 

헌재는 윤 대통령의 선고기일 통보가 오늘내일 있을 거라는 추측이 난무할때 좀 느닷없이(?) 이번 감사원장과 검사 3인의 선고기일을 통보했다. 대통령 탄핵심판 스케줄에 갑자기 끼어놓은 것 같았다. 왜 그랬을까.

최재해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한 탄핵 기각은 약간의 법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예상된 것이었다. 민주당도 절대 다수 의석을 무기로 '힘자랑'을 했을 뿐이지, 이 건이 헌재에서 인용될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1월 이진숙 방통위원장 심판에서 탄핵에 찬성했던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도 기각 의견을 냈다. 3인의 여(女)재판관들은 '이들의 직무에서 약간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해도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는 개별의견을 달았을 뿐이다. 이번 건은 기각될 수밖에 없는, 다툴 게 거의 없는 전원일치 판결이었다. 

관전 포인트는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선고를 목전에 두고 왜 이 '기각 100% 건'을 처리했느냐이다. 이날 기각 판결로 '좌편향' '빨갱이' '민주당 편'이라는 헌재를 공격하는 말들이 쑥 들어갔다. 헌재가 나름대로 공정하고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는 걸 일단 보여준 셈이다. 오히려 헌재가 윤 정권에 우호적이라는 느낌도 들게 한 것이다.

이로써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선고에서 얼마간 부담을 덜어낸 셈이다. 오늘 헌재의 기각 판결에 환호했던 여당과 윤 지지자들은 조만간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더라도 할 말이 없어지게 됐다. 다시 말해 감사원장 탄핵 기각은 헌재의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위한 밑작업일 가능성이 높다.  

본지는 어제도 썼지만 윤 대통령 탄핵은 8:0 전원일치 인용될 거라고 본다. 헌재는 국론분열을 막기위해가능하면 '전원일치'를 내려고한다. 평의가 길어지는 것은 재판관들 사이에 의견 전원일치가 잘 안되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아니면 절차적 문제로 공격을 받아온 헌재가 '신중하게 한다'는 인상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로써 그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