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헌재에서 윤석열 김용현 두 사람은 김용현 전 장관과 구속된 여러 지휘관들의 공소장 및 장관들의 국회발언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반대증언의 방향은 윤석열을 보호하고, 계엄이 경고용(또는 호소용)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윤 대통령에 대하여 불리한 증언도 있었다.

김용현 전 장관은 "부정선거 증거가 너무나 많다"는 글을 쓴 윤석열 대통령과 결정적으로 다른 증언을 했다. 선관위를 습격한 사건에 대하여 “부정선거 의혹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부정선거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인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헌법 재판관이 "그런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니 김 전 장관은 "그것은 대통령 몫이다"고 했다. 부정선거의 증거가 많다는 말을 배척하는, 사실상 윤석열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결정적 증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측 조대현 변호사는 "국민들은 이 사건을 계몽령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국민을 계몽시키기 위한 비상계엄이란 뜻이다. '계몽령'이란 말은 두고두고 씹힐 망언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의사당 본관 내부로 특전사 280명이 들어갔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하자, 윤 대통령은 “장관이 보기에 (특전사 인원들이) 본관 건물 바깥에 마당에 주로 있었나, 아니면 본관 건물 안으로 그 많은 인원들 다 들어갔나”라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은 “280명은 복도든, 곳곳에 가 있었다”며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 본청(본관)에”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장관이 구체적으로 병력 위치 사항을 자세히 파악할 수 없었던 게 아니냐”고 해도 김 전 장관은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부분은 서로 협조가 안 된 듯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계엄 포고령 작성 경위에 대해서도 직접 질문했다. 윤 대통령은 “12월 1일 또는 2일 밤 장관이 관저에 포고령을 가져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포고령이 추상적이라 법적으로 검토할 게 많지만, 실행 가능성이 없으니 놔두자고 웃으며 말했던 상황이 기억나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전 장관은 “말하니까 기억난다”며 “평상시보다 꼼꼼히 보시지 않는 걸 느꼈다”고 답했다. 포고령을 선포해보았자 실행될 것도 아니니 그 내용에 대하여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나마나한 계엄, 아니면 말고식 계엄, 그냥 장난 차원의 계엄이었다는 것인가? 사이코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포고령을 검토하면서 "포고령에 왜 전공의를 집어넣었느냐"고 웃으면서 김 전 장관에게 묻고 어차피 실행될 것 같지 않으니 빼란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냥 두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사직한 전공의를 파업중이라고 거짓말 하고 "48시간 내로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한다"는 내용인데 이게 웃으면서 할 말인가? 사이코패스인가?

이날 김용현 전 장관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달받았다는 ‘비상입법기구 쪽지’는 자신이 직접 작성했고 실무자를 통해 전달했다며,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소수 병력만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이 발령되면 예상치 못한 예산 소요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해 예비비 확보를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것”이라며 “국회 보조금·지원금 차단은 정치적 목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보조금·지원금을 차단하라는 취지였다”고 했다. 최 대행은 대통령이 불러서 가니 실무자를 통해서 쪽지를 전달했다고 국회에서 증언한 적이 있다. 어제 김 전 장관의 증언과 배치된다. 더구나 국방장관이 상위인 부총리에게 이런 지시를 할 수 있나? 이 역시 윤석열 보호용 증언으로 밝혀질 것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또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가 담긴 이른바 ‘최상목 쪽지’는 헌법 76조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에 근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5공화국 국가보위입법회의(국보위)’와 같냐는 질문에는 “실수로 잘못 썼다”고 횡설수설 했다.

윤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가 12·3 비상계엄 국무회의에서 “최상목(당시 경제부총리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쪽지를 건넨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있다”며 “그런데 직접 건네진 못했다. 최 장관이 좀 늦게 와서 만나진 못하고 실무자를 통해 전했다”고 답했다. 쪽지 작성자에 대해선 “제가 작성했다”고 했다.

이른바 ‘최상목 쪽지’로 불리는 이 문건은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하여 보고할 것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 세 가지 지시 사항이 담겼다. 특히 국회 해산을 전제하는 비상입법기구는 구상 자체만으로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국헌 문란의 목적’이 성립할 수 있어 내란죄 여부를 판단할 핵심 근거이다.

김 전 장관은 “비상입법기구는 헌법 76조에도 나와있는 긴급재정 입법권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을 기재부 내에 구성하고 구성 과정에 필요한 예산이 있으면 편성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가 역공을 당했다. 오늘 중앙일보는 <헌법학자들은 “비상입법기구가 헌법에 근거한다는 것은 궤변”이라고 지적했다>고 했다. 헌법 76조1항은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의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해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 조항이다. 76조3항은 ‘대통령은 1항과 2항의 처분 또는 명령을 한 때에는 지체없이 국회에 보고하여 그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8월 금융실명제 도입을 위해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했을 때도 국회가 일주일 뒤 본회의를 열어 사실상 만장일치로 금융실명법을 통과시켰었다.
전종익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앙일보에 “비상입법기구를 설치할 근거는 87년 헌법(현행 헌법) 어디에도 없다”며 “1972년 유신헌법조차도 국회는 기능한다고 전제하는데, 예산을 차단해 국회를 마비시킨다는 것은 과거 헌법에도 없는 발상”이라고 했다.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전 장관 주장은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수행할 조직을 만들고자 했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헌법상 별도의 조직을 구성할 필요도 없거니와 우리 헌정사에서 국회를 대체하는 개념의 비상입법기구는 박정희 시절의 비상국무회의, 전두환 시절의 국가보위입법회의 등으로 그때도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기구는 아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이미선 재판관이 “국가비상입법기구라고 쓴 건 국회를 해산하고 입법할 기구를 생각한 거냐, 5공 국보위와 같냐”라고 다시 묻자 “아니다. 그러면 총리에게 줬지 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줬겠느냐”라고 부인했다. 그런데 쪽지 내용은 지시이다. 왜 국방장관이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대통령을 대신하여) 지시를 하나?

이어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 “비상입법기구란 단어로 오해가 되는데 국회를 대신할 거로 생각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되묻자 “그럼 기재부 장관에 왜 줬겠느냐. 그건 제가 쓸 때 잘못 실수로 쓴 것 같다”고 ‘실수’라고 주장했다. 실수할 게 따로 있지!

어제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 탄핵소추가 기각되어 복귀하면 또 비상계엄령을 펼 것이란 합리적 추론을 하게 된다. 국민계몽용 군대동원에 대해서 자랑하듯 말하는 사람이 못할 짓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