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추락 소식을 들었을때 조종사로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사고였다. 비행기에 불이 난 것도 납치된 것도 아닌데 복행해 반대방향 활주로로 진입해 동체 착륙을 했는지, 관제탑에서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왜 그걸 방치했는지 납득이 안 된다."

서호선(85)씨는 비행 조종간을 직접 잡은 햇수만 53년이었다. 내가 10년 전 쯤 조선일보 재직 시절 '현역 최고령 조종사'라고 인터뷰했던 인물이다.

그는 공사(空士)를 나와 군수송기를 몰았고, 전역해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조종사로 근무했다. 정년을 마친 뒤에는 항공 촬영 회사로 옮겨 경비행기를 몰았다. 3년 전까지도 민간 조종사 훈련 교관으로 일했다.

-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비행기를 몰면 세떼와 충돌하는 일은 아주 드물게 생긴다. 그렇다고 그게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번처럼 새떼가 엔진 속으로 들어갔고 그로 인해 엔진에 문제가 생겼다 해도, 지금 같은 사고가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 착륙 직전 우측 엔진에 흰 연기와 불꽃이 보였는데.

“엔진이 2개 이상인 항공기는 엔진의 50%가 꺼져도 비행기의 최대 무게로 운항할 수 있어야 운항 인가를 받을 수있다. 가령 점보 같으면 엔진이 4개이기 때문에 엔진 2개가 꺼져도 운항할 수 있다. 이번 보잉 737의 경우 엔진이 2개니까 하나가 고장나도 비행을 할 수 있고 정상적인 이착륙이 가능하다. 조종사들은 엔진 하나를 끈 채 이착륙하여 비행하는 훈련을 6개월에 한 번씩 꼭 한다. 그래야만 기장으로서의 자격이 유지된다. 이번에는 우측 엔진도 완전히 꺼진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조종사는 그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했나?

"지상 200m 상공에서 새떼와 충돌했을 때 기장은 착륙을 포기하고 복행했는데 이때 그대로 착륙했어야 했다. 새때와 부딪히면 약간의 충돌감과 항공기엔진에 흡입되었을 때 결함이 생기지만 지상 200m이면 최소1분 최대2분내에 착륙하게 되어 있다. 엔진에 불 나도 비행 중엔 출력 제대로 나온다. 기내로 연기가 들어와 승객이 고통스러웠다면 즉시 산소마스크를 작동시켜주었으면 된다. 왜 안 그랬는지 의문스럽기 짝이 없다."

--처음 내리려던 활주로( 01)로 착륙 시도했어야 했다는 뜻인가?

“활주로 01은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서 내리는 방향이다. 요즘은 대개 북풍이 불기 때문에 그렇게 내려야 된다. 반대 방향으로의 착륙은 아주 극도의 비상사태에서는 쓰는 방식이다. 항공기의 엔진 하나가 꺼지고, 불이 나서 소화 시도를 해보는 상황이라도 그렇게 내리는 일은 드물다.”

--반대방향으로 활주로에 착륙했을때 어떤 문제가 생기나?

“(바람을 등지게 되니까) 착륙 속도가 엄청 빨라진다. 사고 영상을 보면 활주로에서 엄청 빨리 달리는데 그게 배풍(背風) 상태라서 그럴 수 있다. 바람 세기 만큼 항공기가 더 빨리 달리게 된다. "


--여객기의 조종사는 경력이 짧지 않던데?

"물어보니까 아주 유능한 조종사로 평판이 난 사람이었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번 사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그렇게 당황해 할 필요가 없었던 비행기를 왜 반대 방향으로 내렸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조종사는 왜 랜딩기어를 안 내렸는가 하는 의문이다."

- 새떼와 충돌로 인한 엔진에 문제가 생겨 랜딩기어가 작동이 안 됐다는데?

"랜딩기어가 안 나오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시스템 고장으로 랜딩기어가 안 나오더라도, 매뉴얼(수동)로 1~2분이면 내릴 수 있다. 조종사가 의자 밑에 있는 유리를 깨고 기어를 내리는 고리를 풀어주면 유압 계통이 작동돼 기어가 내리게 되어 있다."

--그렇게 했는데도 랜딩기어가 작동 안 됐을 가능성은 없나?

"굉장히 발생하기 어렵다. 만약 그렇다면 공중에서 대기하면서 엔진 하나로도 충분하니까 다른 방도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랜딩 기어를 안 내린 상태에서 활주로에 내리려고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 통상 랜딩기어는 착륙 얼마 전에 내리는가?

" 정상적으로 착륙 준비를 할 때, 도착지로부터 약 12km 전에 랜딩 기어를 내린다. 시간으로 따지면 착륙 7~8분 전이다."

-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관제탑에서 조종사에게 착륙 허가를 해준 시각은 8시 54분이었다.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을 주의하라고 알려준 시간은 착륙 4분전(8시 57분)이었다. 착륙 허가를 받았을때 이미 랜딩기어가 작동 안 됐는지, 아니면 그 직후 '조류 충돌'로 인해 랜딩기어에 문제가 생겼을까?

"어떤 불가항력의 상황이 생겼는지 모르나 랜딩기어 작동이 안 되면 즉시 관제사에게 알려야 한다. 조종사와 관제사의 교신 기록이 나오면 알겠지만, 의문인 것은 조종사가 랜딩기어 고장을 사전에 연락했고 정상적인 관제사라면 절대로 무안공항에 내리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나?

“바로 옆에 있는 광주공항으로 가야지.”


-- 랜딩 기어가 안 내려왔는데 광주공항에는 가도 되나?

“광주공항의 활주로가 더 길기 때문이다. 절대로 짧은 활주로(무안공항 2800m, 공사 문제로 이중 300m는 못 쓰고 있는 상태)에 내리게 할 이유가 없었다. 광주공항에서는 미리 충분한 대처를 해놓을 수있었다. "


- 기체에 이상이 있었다 해도 그냥 활주로(01)에 착륙했다면 지금같은 대형 사고가 났을까?

"안 난다. 엔진 하나에 이상이 있더라도 그냥 착륙했다면 지금 같은 대형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거다."

-국토부 발표에 의하면 관제사가 반대방향으로 활주로에 진입하라고 했다는데?

"미스터리한 얘기다. 또 이상한 점은 동체 착륙할 때, 스파크와 불이 나지 않게 활주로 전체에 소화액 폼(foam)을 뿌리지 않았다. 그런 조치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내린 게 이상하다. 조종사가 랜딩 기어가 안 듣는다고 하면 관제소에서 제일 먼저 할 일은 활주로에다가 폼을 뿌리는 거다. 폼은 비행장마다 다 준비가 되어 있다."

-이번 사고가 무안공항 관제사의 경험 부족이나 오판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다는 건가?

"관제탑에서 ‘폼 다 뿌려서 준비 완료했다'고 할 때 내려야 된다. 그런데 비행기에 불이 난 것도 아니고 납치된 것도 아닌데 동체 착륙을 해서 그렇게 빠른 속도를 냈다. 소방차, 병원의 엠뷸런스들이 와서 다 대기하고 있어야 된다. 동체 착륙하는 비행기를 따라서 소방차가 물을 뿌렸어야 된다.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그냥 비행기가 내려온 그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출처 : 최보식의 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