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어기제' 이론은 개인 뿐 아니라 사회심리 차원에서도 굉장히 잘 들어맞는다. 이번 12·3 변란의 핵심이유 중 하나인 선거부정 음모론의 경우도 그렇다. 부정선거라는 허술한 컬트의 세계관을 명색이 대통령이, 그리고 광신 군중들이 공히 신봉하고 있었다. 지금 그들은 어떤 마음 상태인가. 물론 반성이나 각성의 조짐은 아직 없다. 되려 이 미스테리한 변란 행위의 진짜 ‘배후’인 음모론이 여전히 보수 군중들 상당수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여러 방어기제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각성을 방해하고 있다. 기독교적 용어를 빌리자면 ‘미혹’하고 있다.
2. 현재 선거부정 음모론자들이 웹상에서, SNS로 상호간에 퍼뜨리고 있는 메시지들은 일관되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사기기술이 데이터분석 작업으로 밝혀지지 직전이라고, 그러니 더욱 대통령과 변란세력들을 지지하고 응원할 때라고.
그들이 자기 신념을 도탑게 하려 동원하는 방어기제는 대략 세가지 방편이다. 일테면 '분열', '전능감', 그리고 '합리화'. 이 심리적 변천을 살피는 과정은 흥미롭고도 한편으로 가여운 느낌이 절로 든다. 이 허술한 도식을 동원해 신념을 무턱대고 강화하고 지지하려들다가 최후에 가서 그 모든 마음의 구조물이 일거에 붕괴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익히 잘 알기 떄문이다. 결론에서 말할테지만 그것은 다소 낯선 말일 수 있는 ‘전향’이다.
3. 먼저 첫 번째 방어기제는 ‘분열’(Splitting)이다. 이것은 사람이나 사물을 완전히 선 또는 악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경향이다. 선거부정론 신봉자들은 하나같이 세상을 선한 개인과 악한 음모의 주체들, 이런 식으로 심플하고 평면적인 대립상처럼 이해한다. 순진한 대중들이 항상 음모와 악심으로 가득한 그림자 권력을 이길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식의 평면적 분열상은 복잡한 현실을 손쉬운 공식처럼 이해시켜주는 힘이 있다. 선량한 유권자 대중과 음험한 이면의 좌익 선거기술자 간 구도. 아주 편리하다. 현재 이런 ‘분열’적 대립구조를 음모론자들은 거의 대부분 공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두 번째로 위의 심적 상태는 ‘전능감’(Omnipotence)의 다른 방출이기도 하다. 오만한 자기확신이랄까.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은 대개 자신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여, 정상적이고 통념적 사고를 하는 다수의 사람들을 깔본다. 험하게 공박한다. 그들은 항상 타인을 계몽하려 든다. 이러한 자기 전능감의 확신을 통해 내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자존감을 증폭시키려 든다.
마지막으로 합리화(Rationalization)다. 자기 행동이나 믿음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고 비논리적인 개념과 상상의 도식들을 마구 끌어들인다. '다 잡아들여!'라며 특수전 엘리트 장교와 병사를 마구잡이로 동원한 윤석열 대통령, 그런 인물이 몇시간만에 갑자기 비굴하게 나타나 국민 앞에 사죄하며 용서를 구걸하는 장면. TV 속 그 광경의 참담함을 견디기 위해 망상가들은 가상의 설정을 머릿속에 그림 그리기 시작한다. '선관위 서버 분석을 위해 시간을 벌려는 제스처'라고.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선거부정의 진실이 폭로된다’고. 얼마남지 않았다. 조금만 믿고 기다리라! 전형적인 시한부종말론 사제들이 내부 신도들을 묶어두고 오신념을 강화시키려들 때 쓰는 수법이다. 정치 유튜버들이나 몇몇 몰락 정치인들이 대중들 심리를 최후까지 불태우려고 퍼뜨리는 일종의 ‘컬트 마케팅’이다.
4. 음모론자들은 이런 식으로 자기 믿음을 끝까지 지지하려고 거짓된 증거를 무차별적으로 퍼뜨리고 과장한다. 그들은 정보를 편집하고 분열적으로 재해석해 사실상 정신적으로 포박당한 대중들을 기만한다. 지금 여러 SNS와 메신저 서비스를 타고 온갖 허위의 말들이 보수 군중들 사이에 퍼날라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이런 비참한 상태에 처한 보수 군중들의 심리적 폐허, 그 마지막 종점이다. 이런 광신의 끝은 종종 '전향'이라는 형태로 옮아지게 된다. 많은 경우에 그렇다. 사태의 끝에 다다르면 이들은 자신이 정신적 병리 문제를 지녔었다는 자각의 괴로움을 덜어내고 회피하려 든다. 일테면 아예 우파에서 좌파로 전향을 해버리는 식으로. 이념적 갈아끼움을 택하는거다.
아무래도 '광신자', '광인' 보다는 '전향자'라는 정체성이 훨씬 받아들이기 쉬우니까. 우린 그런 편리한 전향자들을 지난 세월 숱하게 봐왔다. 곱씹어 생각할수록 참혹한 얘기들이다.
방어기제, 분열, 전능감 등등 어려운 심리학 용어가 등장할 필요가 없는 내용의 얘기를 굳이 어렵게 얘기하는 이런 글, 현학적이라고 해야 하나.
말씀하신 그런 심리 상태는 소위 부정선거가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한 이론 아닌가. 부정선거가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법원 판결이 그러하다는 것이 주된 것. 그러나 그 법원 판결이라는 것이 입증책임의 문제로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입증 불가하기에 기각된 것. 민간인이 어떻게 부정선거를 입증하란 말인가.
간단한 진부 가림 방법이 있지 않나. 민관 합동으로 선거 과정을 전수 조사하는 것. 선관위는 왜 이러한 간단한 자기 의 진실 확인 방법을 거부하고 있는가? 이것은 부정 선거에 대한 합리적 의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