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선수의 '분노' 폭로 회견…성원한 국민에 대한 예의?

제가 목표를 잡고 꿈을 이루기까지 원동력은 제 분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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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목표를 잡고 꿈을 이루기까지 원동력은 제 분노였다. 제 목소리를 높이고 싶었다. 제 꿈은 어떻게 보면 '목소리'였다.”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안세영(22) 선수가 이렇게 말했다.


안세영은 그 나이에 이미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꿰뚫어 보고 있다. 똑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는 법이다. 안세영은 대중이 자신을 주목하게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안세영은 한국 선수로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에 이어 28년 만에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대중은 승리의 열광에 들뜬 것은 잠시, 안세영의 인터뷰에 충격을 받았다. 안세영은 전날 파리의 낭만’을 즐기겠다고 SNS에 글을 올렸지만, 승리하는 순간 배드민턴협회에 대해 그 동안 쌓인 분노가 먼저 떠올랐던 모양이다. 하지만 안세영의 ‘분노’ 표출은 국민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을 앗아가버렸다는 사실을, 아직 젊은 안세영 선수는 그것까지는 몰랐을 것이다.


안세영은 기자회견에서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무릎 부상을 입었고 그 뒤 보여준 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실망, 올림픽에서의 복식 출전 강요 등을 폭로했다. 


그러면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대표팀을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뛸 수 없다는 건 선수에게 좀 야박하지 않나 싶다. 협회가 너무 많은 걸 막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세영이 지난 1월 자신의 요구사항을 담은 의견서를 협회에 보냈고,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협회에 전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안세영은 “부상이 안 오게 훈련하든지 부상이 오면 제대로 조치해주든지 해야 하는데 부상은 오고, 훈련은 훈련대로 힘들고, 정작 경기에는 못 나가는 식”이라고 말했다.


안세영은 “제가 프랑스오픈과 덴마크오픈을 못 나간 적이 있었는데 제 의지와는 상관 없었고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면서 “협회는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은 채 명단에서 뺀다”고도 폭로했다.  배드민턴 국제대회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을지를 두고 협회와 법적 다툼까지 벌일 거라는 얘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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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6일) 안세영은 자신의 SNS에 “오늘 하루 낭만있게 마무리하고 싶은 상상과는 다르게 저의 인터뷰에 다들 놀라셨죠?”라며 “숙제를 끝낸 기분에 좀 즐기고 싶었는데 그럴 시간도 없이 인터뷰가 또 다른 기사로 확대되고 있다. 참 저의 서사는 고비 고비가 쉬운 게 없다”라고 적었다.


이어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 드리는 부분이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며 “제가 하고픈 이야기들에 대해 한번은 고민해 주시고 해결해 주시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고 덧붙였다. 


안세영이 금메달을 딴 날, 배드민턴협회는 28년 만의 금메달 경사를 누려보기는커녕 세간의 질타를 받는 ‘가장 찌질한 스포츠단체’의 대명사가 됐다. 현장에서 안세영 선수 시합을 뒷바라지 해온 김학균 배드민턴 감독 등 코치진도 뒷통수를 맞은 셈이다.  안세영 선수의 ‘분노’가 의도한 대로 성공한 셈이다. 


김 감독은 궁색하게 “안세영에게 한의사를 따로 붙여주는 등 협회에서도 의료 지원을 해줬지만 선수 본인은 부족하다고 느낀 것 같다”며 “안세영이 대표팀 활동과 관련해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출해 온 건 사실이다. 협회도 계속 면담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아마 배드민턴협회에도 나름대로 여러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스타 선수를 제대로 관리 못 해온 게 틀림없다. 건설토목 분야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택규 협회장의 리더십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안세영의 이런 폭로가 굳이 금메달을 따는 순간 파리 현지에서 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국민들이 안세영의 승리를 충분히 즐길 수 있게끔, 금방 폭발하지 말고 좀 유예를 했어도 되지 않았나 싶다. 그게 안세영 선수를 성원한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국내에 들어온 뒤 기자회견을 해도 됐을 텐데 말이다. 젊음은 성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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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타임즈 2024-08-10 오전 5:52

    올림픽 선수가 金메달을 따면, 연금 月 100만원 또는 일시금 6720만원을 준다. 銀메달은 월 75만원 또는 일시금 5600만원, 銅메달은 월 52만5000원 또는 일시금 3920만원을 준다. 여기에는 세금도 없다. 남자 선수는 금ㆍ은ㆍ동메달 상관 없이 군대를 안간다. 휴전국 한국에서 엄청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메달 하나 땄다는 이유로. 국민연금 20년 가입자의 평균 수령액이 월 89만 원(稅前)임을 감안하면, 금메달 하나의 연금으로서의 가치는 국민연금 22년 이상의 납부액에 상당한다. 올림픽 금메달 한방으로 국민연금 상위 8% 안에 들게 된다. 이런 특혜는 없어져야 한다. 아마추어 스포츠에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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