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뭘 모르는 칼럼, 음모론 도우미인가?
우리나라 투개표는 디지털 전자시스템이 아니다. 그런데 아날로그로 바꾸라니?

조샛별(조갑제닷컴)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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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갖는 공통된 착각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투개표 시스템을 ‘전자 투개표’라고 믿는 것이다. 투표부터 분류, 개표, 집계의 모든 과정이 디지털화된 전자 시스템이라는 것인데, 현장을 전혀 모르는 엉터리 주장이다. 그런데 지난 11.4.자 조선일보에 이런 엉터리 주장을 담은 칼럼이 버젖이 게재됐다.


‘구멍 뚫린 선거 관리,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朝鮮칼럼’인데,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역사학 교수가 기고했다. 제목에서 송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모두 드러나 있다. 첫째 대한민국 선거 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둘째 허술한 선거 관리를 극복할 해법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송 교수가 제안한 해법의 전제가 완전히 틀렸다는 점이다. 잘못된 전제에서 진단하고 처방하니, 그 해법도 결국 엉터리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 개표 시스템이 수개표가 아닌 디지털 방식, 즉 전자 개표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날로그화’가 확실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한때 인류를 열광시킨 디지털 민주주의의 환상은 이미 깨졌다”면서 내년 총선을 “부패한 선관위의 허술한 전산망에 맡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디지털 선거 관리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해소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며 “독일이나 대만처럼 선거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아날로그 방식으로 되돌리면 된다”고 제안했다.


그가 롤모델로 삼은 것은 대만인데 “시민들이 그 자리에서 손으로 한 장씩 접힌 표를 펼쳐 들고, 기표된 후보의 이름을 외치고, 바를 정(正) 자로 칠판에 결과를 적는다”며 “인간의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개표가 선거 관리의 공적 신뢰를 확보하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전체주의의 공격에는 아날로그 민주주의가 최고의 방화벽”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그의 이런 해법이 결국 ‘말할 필요가 없는’ 허무한 제안이라는 점인데, 우리나라 개표 과정 자체가 이미 ‘아날로그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나라 개표 시스템은 디지털이 아니다! 아날로그다! 여기서 더 아날로그화 하길 바란다면, 대만처럼 칠판과 지금보다 몇 배 더 많은 개표사무원이 있으면 된다.


적어도 송 교수는 우리나라 선거 개표 현장을 한번도 본 적이 없거나, 개표·분류·집계·공표로 이어지는 개표 전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장을 모르면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 나온다.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우리나라 선거 개표 과정은 이렇다. 개표 현장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지는데, 1) 개함부 2)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 3) 심사·집계부이다. 


1. 개함부

  : 개표참관인의 참관 하에 투표함을 열어 투표지를 꺼내고 1차 분류하는 단계. 선거별, 선거구별로 구분한 후 운반용기에 담아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로 인계한다. 


2.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

  : 인계받은 투표지를 투표지 분류기에 투입해 각 후보자별로 분류하는 단계다. 투표지를 분류기에 넣으면 1번 후보를 찍은 투표지는 1번 투표지끼리, 2번 투표지는 2번 투표지끼리 분류되는 식이다. 분류된 투표지의 매수를 개표 사무원이 세고, 무효표 등은 재확인 대상 투표지로 별도 구분한다. 이 모든 과정은 각 정당별 개표 참관원들에 의해 감시된다. 투표지 분류기는 공직선거법 제178조 2항이 규정한 것처럼 “개표 사무를 보조하기 위한 기계장치”일 뿐이다. 분류가 끝나면 개표 상황표에 집계된 매수를 적고, 분류된 투표지와 함께 심사·집계부로 넘긴다.


3. 심사·집계부

  : 2번 단계에서 분류된 투표지와 계수된 숫자가 정확한지 한번 더 검증하고 확인하는 절차다. 각 후보자별 투표지를 심사계수기에 넣어 한번 더 카운트 한다. 이 심사계수기는 은행에서 볼 수 있는, 지폐를 빠르게 세는 기계와 비슷한데, 투표 용지 사이즈에 맞춰 제작되어 훨씬 길고, 계수하는 속도가 훨씬 느리다. 도장이 찍힌 면을 위로 향하게 해 투표지를 통과시키는데, 밑으로 떨어질 때 육안으로 도장 찍힌 면을 볼 수가 있다. 이 과정을 모두 개표 사무원이 수작업으로 육안으로 확인하며 진행하고, 이때 정당별 참관원들은 눈에 불을 켜고 지켜 볼 것이다. 최종 집계, 구분한 결과를 개표 상황표에 기재한 후 확인석으로 인계한다.


위 절차를 모두 거친 후 ‘개표상황표 확인→위원검열→개표결과 공표 및 입력’ 순으로 개표는 모두 종료된다. 모든 단계마다 투표 결과에 사활을 건 정당별 참관인이 확인·검증하며, 마지막 결과를 적고 도장을 찍는 순간까지 동의 여부를 묻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디지털로 보이는가, 아날로그로 보이는가?


송 교수가 칼럼에서 지적한 해킹 위험성, 보안 관리의 허술함은 당연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현재 해킹이 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대규모 투개표 조작으로 이어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리 투표지 분류기를 해킹해 결과를 바꾼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개표 사무원 또는 참관인들에 의해 적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디지털 전자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든 투표지 실물과 대조해 볼 수도 있다. 


지난 달 국정원의 합동 보안 점검 결과를 침소봉대 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편승한, 엉터리 주장을 조선일보는 검증도 없이 게재했다. 중앙선관위는 이 칼럼에 대한 반박 보도자료도 내지 않았다. 모두의 무책임 속에 음모론은 오늘도 진화하고 있다.

[ 2023-11-09, 18:3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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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ine     2023-11-10 오후 1:19
투표지 분류기를 쓰는 것, 이것이 바로 디지털. 또 집계를 컴퓨터에 맡긴 것, 이것이 디지털. 디지털이란 프로그램 명령어에 따라, 진실과 거짓을 불문하고, 그 명령에만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장치인 것. 즉, 명령어를 어떻게 입력했는냐에 따라 1+1 이 100 도 될 수 있는 것. 기호 1 번의 100장을 50 장으로 계산하라는 명령이 입력되어 있으면 기호 1 번 의 100 표가 50표로 계산되어 집계되는 것.
참관인이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고 있다고? 계산되어 나오는 숫자만 보지 그 계산이 정확한지 어찌 알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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