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어느 놈을 죽일까?’
1982년 4월 우범곤 순경 총기난사 사건 (6)

吳効鎭(월간조선)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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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禹 순경님 아닝교!” 대답은 “탕탕”


우범곤은 미장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그런데 그때 ‘귀엽게도’ 미장원 문이 드르르 열리고, 운계리에 사는 청년 허해도 씨(21)가 나와 다가오는 게 아닌가.

<아, 요것 봐라>

그는 이미 ‘살인에 끝내주는 사람’이 돼서, 가끔 고양이가 먹이를 가지고 그러듯, 사람을 가지고 노는 여유를 보였다.

“넌 뭐여, 임마!”

“우 순경님 아닝교?”

그는 총을 쏘는 대신 다짜고짜 허해도 씨를 걷어차며 때린다. 잠시후 두 발의 총소리가 들린다. 총소리 끝에 허해도 씨의 비명이 터진다.

“억, 사람 살려!”

그는 대퇴부에 총알 두 방을 맞았으나 목숨은 건졌다.

그날 밤, 미장원집 방 안엔 10명이 모여 있었다. 주인 ⑬박명연(朴命連, 32) 씨는 한달 반 전에 양복공으로 일하던 남편을 백혈병으로 사별했다. 삶에 대한 용기를 잃은 박 씨는 시름시름 앓는 중이었다. 그래서 반상회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하지 못한 남편 사망신고 문제로 상의할 게 있으니 좀 와달라는 전갈을 이장한테 보냈다. 이장 장장수(張長壽, 28) 씨는 그 부탁을 받고, 박 씨가 아프다니까 겸사겸사해서 문병도 할 겸 반상회를 끝내고 미장원에 들렀다. 평소에도 박 씨가 사교성이 있어 그 집에 많은 사람들이 꾀었는데, 그날 따라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 박 씨는 몸이 아파 누워있었고, 이장, 허순식·허해도 형제, 그리고 서 기사라는 운전기사는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으며, 해당화집 주인 아주머니 박정규 씨(33)는 TV를 보았고 박명연 여인의 네 딸들은 자거나 앉아 있었다.

이때 앞집 전용길 씨 집에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났다.

이장은 태평성대 같은 소리를 한다.

“앞집 부부 싸움한다, 나가보그라.” 

그 말을 듣고 허해도 씨가 벌떡 일어나 미장원 홀 문을 열어놓은 채 밖으로 나갔다.

조금 있다가 비명이 들렸다.

“억, 사람 살려!”

그 소리를 듣고, 해당화 주인 박정규 씨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부엌으로 통하는 쪽문을 나섰는데, 이어 “타타타탕!” 하는 총소리와 함께 그 좁은 쪽문으로 네 사람이 튀어나왔다. 박명연 씨는 누워있다가 발, 복부, 팔, 이렇게 세 군데나 관통상을 입고 청년들 뒤에 뛰어나왔다.

우범곤은 허해도 씨에게 총 두 방을 쏴서 스러뜨린 다음, 열린 문으로 씩 들어서서 방안에 대고 총을 갈긴 것이다. 그는 허겁지겁 달아나는 사람들을 보고 짜릿한 미소를 지으며 미장원을 나선다.

<다음은 어느 놈을 죽일까?>

미장원 홀 바닥엔 탄피 5발이 떨어져 있었다. 박명연 씨는 세 발의 총을 맞고도 개울을 건너 미루나무 있는 데까지 50여 m를 걸어갔다. 박 씨는 거기서 이종철이라는 동네 청년을 만나, 죽은 남편과 다 죽었을 아이들 생각을 하며, 어찌하면 좋으냐고 청년을 끌어안고 울었다. 박 씨는 거기서 얼마 있다가 민바우이 차로 후송이 됐으나 병원에서 곧 숨을 거두었다.


닭장 속에 목 넣고 구사일생(九死一生)


장장수 씨는 박명연 씨의 방을 뛰쳐나와 엉겁결에 아무 데나 꿩처럼 목을 쑤셔박고 한참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남의집 닭장 속이었다. 그 난리 속에서도, 제일 먼저 방에서 나온 해당화집 주인아주머니 박정규 씨는 뒤꼍 연탄재 속에 숨어서 범인이 위쪽으로 가는 것을 확인하고 집이 걱정이 돼서 정신없이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선 조카 정영대(13)가 세상을 모르고 자고 있었다. 박 씨는 조카를 데리고 박명연 씨네 방안에서 총을 맞은 박명연 씨의 딸 4형제가 걱정이 돼서 다시 미장원으로 갔다. 조카 영대를 미장원집 장롱 속에 집어넣고 꼼짝 말고 있으라고 했다. 박명연 씨네 애들 중 첫째 영희(14)는 정강이 밑에 총을 맞았고, 둘째 현정(12)은 엉덩이에 한 방을 맞았다. 

다행히 셋째 정아(9)와 막내 미아(6)는 무사했다. 박정규 씨는 놈이 또 다시 올까봐 불부터 껐다. 그리고 어두운 방안에서 러닝을 찢어 영희 다리를 묶어 지혈을 시키고 엉덩이를 맞은 현정이는 묶을 수가 없어서 손으로 꽉 누르고 있었다. 박 씨는 몹시 아파하는 현정이를 달랬다.

“현정아, 울지 말그래이. 니가 울면 그놈이 또 온다, 아나? 울지 말고 참그래이.”

그 말을 듣고 12살짜리 현정이는 착하게도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통증을 참았다. 한참 아이들을 간호하고 있는데 아까 한방에 있던 허순식 씨가 와서 “어서 빨리 도망가자”고 했다. 박 씨는 아이들을 두고 떠날 수가 없어서 “나는 못가니 먼저 가라”고 했다. 12시 반쯤 됐을까, 밖에서 사람들 소리가 났다. 박 씨는 아이들을 업고 다리께로 나갔다. 거기서 자던 경전여객 버스에 다른 환자와 함께 아이들을 실려 병원으로 보냈다. 박명연 씨 딸 4형제는 그렇게 천애고아가 되었다.

박정규 씨는 그 북새통의 미장원 뒤꼍에서 우범곤의 다음 범행을 지켜봤다.

미장원 문을 나선 우범곤은 사방을 둘러본다. 시장 가운데쯤에 있는 철물점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에 차가운 시선이 멎는다. 우범곤은 불나비처럼 불빛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철물점으로 다가간다. 가게 안에선 유동순(柳東順, 48) 씨의 부인 ⑭박갑조(朴甲祚, 43) 씨가 불을 켜놓고 있다. 우에겐 말이 필요 없었다.

“탕!”

그는 힘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단긴다. 박 씨는 쓰러져서 한참을 있다 비명을 지른다.

“아이고마, 총 맞았다!”

우범곤은 그 비명을 들으며 바로 윗집이자 유동순 씨의 동생네 집인 유동근(柳東根) 씨의 집으로 간다. 안방에 불이 켜져 있는데 대문이 잠겨있다.

“문 열어, 경찰이다.”

잠이 든 어머니 옆에서 TV를 보다가 총소리를 듣고 놀란 유동근 씨의 딸 ⑮점순(點順, 19) 양은 경찰이란 말을 듣고 반가워 문을 열고 대문쪽으로 나간다. 대문이 열리고 뽀얀 점순양의 얼굴이 나타나자 가슴쪽으로 겨눠져 있던 총구가 불을 뿜는다. 연한 처녀의 가슴을 뚫고 나간 탄환은 바루 바닥에 찌지직 박히면서 길다란 탄흔을 남긴다.


모두들 間諜나온 줄로만 알았다


“아이구 엄마아!”

총소리와 딸의 비명에 눈을 뜬 어머니 (16)이경연(李慶連, 42) 씨가 채 잠이 덜 깬 눈으로 밖으로 나온다. 우범곤은 이 씨에게도 두 방을 발사한다.

철물점 주인 유동순 씨는 반상회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 대문을 잠그고 안채 안방에 누워있었다. 그런데 그때 건너채인 철물점에서 때기 치는 소리 같은 “따악”하는 소리가 났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아이고마 총 맞았다!” 하는 아내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옆집 동생네 집에서도 역시 딱지치는 소리가 연달아 났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불을 끄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이웃집에서 모두들 불을 꺼서 잠깐 사이에 온 세상이 깜깜해졌다. 함께 있던 아이들도 불을 끄자고 했다.

“아이다 불로 끌 게 아이다.”

가게로 가보니 아내가 총을 맞고 신음을 하고 있었다. 그새 피를 많이 흘렸다. 임시로 상처를 메놓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 22살 먹은 아들 현대가 낫을 들고 쫓아나갔다. 유동순 씨도 몽둥이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벌써 저 위쪽에서 총소리가 났다. 할 수 없이 그냥 집으로 돌아와 신고를 해야겠다고 전화를 들었으나 불통이었다. 간첩인 줄 알았다. 설마 순경인 줄은 몰랐다. 유동순 씨의 동생인 유동근 씨는 밖에서 총소리를 만나 피신해 있다가 집으로 와서 보니 아내와 딸이 대문 앞에서 포개진 채 총을 맞고 쓰러져 있었다.

형제지간인 아래윗집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세 사람의 생명을 날린 우범곤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위쪽으로 올라간다. 길 건너 집 부엌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길이 그를 사로잡는다. 그는 파란 페인트칠을 한, 합판으로 만든 부엌문을 탕탕 두드린다. 그리고 낮고 차가운 소리로 간단하게 말한다.

“문 열어, 경찰이다.”

주인 (17)진?리(陳?利, 58) 아주머니가 경찰이란 말에 안심하고 문을 여니까, 열자마자 진 씨의 왼쪽 배에 한 방을 쏜다. 

“아야!”

진 씨가 소리를 지르며 왼쪽 손으로 상처를 움켜잡자 손에 또 한 방.

“탕!”

그리고 오른쪽 어깨에 또 한 방.

진 씨는 세 방을 맞고서도 부엌방으로 들어가려고 돌아선다. 그때 방에 있다가 어머니가 총 맞은 걸 보고 놀란 딸이 뛰어나온다. 우범곤은 딸의 배에 또 한 방을 관통시킨다. 딸이 또 상처를 손으로 움켜쥐니까 손에도 또 한 방을 갈긴다. 그러나 딸은 목숨만은 건졌다.

우범곤은 올라갔던 길을 몇 발자국 다시 돌아 내려와 진 씨 집을 끼고 오른편으로 돈다. 바로 옆집은 궁류 약방, 불을 켜놓고 약방 안에 있던 (18)전달배(田達培, 18) 군이 우범곤의 눈에 띈다. 그의 눈에 사로잡힌 이상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그는 전 군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다.

 

(계속)

 

[ 2021-10-05, 15:2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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