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전설, 서정, 꿈, 페이소스가 있는 야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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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편지
  *傳說·神話·抒情·꿈이 있는 야구 이야기
  「Nice Guys Finish Last - 좋은 사람들은 꼴찌만 한다」는데···
  
  
  趙甲濟 月刊朝鮮 편집장 mongol@chosun.com
  
  야구광인 저는 1964년 월드 시리즈(뉴욕 양키스 대 센트 루이스 카디널스)부터 올해까지
  한번도 빠짐 없이 월드 시리즈 중계 방송을 보거나 들었습니다. 1960년대 말 공군 사병으
  로 레이다 사이트에서 근무할 때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단파 라디오로 중계를 들었습니다.
  저는 야구를 매개로 하여 영어도 배우고 日語도 익혔습니다. 요사이 유행하는 교육법으로
  말한다면, 즐기면서 배운 경우입니다. 그동안 야구에 투자한 시간(매일 2-4시간)을 생각하
  면 그 정도의 혜택은 당연한 것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보통사람들까지도 흥분시켰던 이번 월드 시리즈는 제가 겪은 월드
  시리즈 가운데 最高의 명승부였습니다. 월드 시리즈가 최종전까지 가서 마지막 회 말에 역전승함으
  로써 챔피언이 된 경우는 98회의 월드 시리즈 사상 이번이 두번째라고 합니다.
  1912년 월드 시리즈에서 아메리컨 리그의 챔피언 보스턴 렉스삭스는 8차전(한 게임이 무승부로 끝나 여덟 게임을 함)에서 10회 초까지 2-1로 뒤지다가 10회 말에 두 점을 넣어 3-2로 이겼습니다.
  
  아리조나
  다이몬드백스의 3-2 역전승이 더욱 짜릿하게 느껴진 것은 4, 5차전에서 양키스가 9회말 2
  死 후에 기적적인 홈런으로써 동점을 이룬 뒤 연장전에서 승리한 것에 대한 통쾌한 복수전
  이었기 때문입니다. 구원투수 김병현이 두 번이나 9회말 2死 후에 홈런을 맞아 다 이긴 경
  기를 놓친 경우는 월드 시리즈 역사상 처음이었습니다. 전투에는 졌지만 전쟁에는 아리조나
  가 이겨 김병현의 失投가 갖는 의미가 달라지긴 했지만 아마추어라면 몰라도 프로 선수로선
  반성에 반성을 거듭해야 할 부분입니다.
  아마추어는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것으로써 모든 것이 덮여지지만 프로는 이겨야 하는 것입
  니다. 프로 선수들이 보통사람들보다도 수십 배, 수백 배의 천문학적인 봉급을 받는 것은
  정정당당하게 싸운 代價가 아니라 이긴 代價인 것입니다. 아마추어는 져도 同情을 기대할
  수 있지만 프로는 그래선 안됩니다. 더구나 김병현은 세 번(4차전에서 동점 홈런과 역전
  홈런, 5차전에서 동점 홈런 허용)이나 똑 같은 실투를 했습니다. 상대 타자들을 분석하고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연구했어야 할 프로로선 자격 미달입니다.
  이런 김병현에 대한 일부 언론의 동정론은 프로 스포츠의 승부와 프로의 윤리에 대한 미숙
  한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언론은 김병현의 실수를 사정 없이 비판했어야 했습니다. 최악의
  실투를 한 선수를 영웅시하는 자세는 빈 라덴을 영웅시하는 것만큼이나 변태적이고 병적인
  사고방식입니다. 프로의 승부 세계는 예술의 세계와 같아서 어리광이나 어슬픈 아마추어리
  즘이 끼여들어선 안되고 비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진정한 감동이 나오는 것입니다.
  저는 미국 메이저 리그 야구광이 된 덕을 요즘도 많이 보고 있습니다. 미국인들과 만나면
  공통된 화제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그럴 때 야구 이야기를 傳家의 宝刀처럼 끄집어냅
  니다.
  『나이스 가이즈 피니쉬 라스트(Nice Guys Finish Last: 마음 좋은 사람은 꼴찌한다)란 말
  을 누가 했는지 아십니까』
  『모른다』고 대답하는 미국인들이 요사이는 더 많아졌습니다만, 아는 사람들은 저를 바라
  보는 눈빛이 달라집니다. 이 말은 프로 세계의 생리를 보여주는 名言인데 리오 두로셔라는
  선수 겸 감독이 한 말입니다. 內野手이던 이 사람은 盜壘 슬라이딩을 하면서 스파이크 달린
  신발을 치켜들어 수비수를 다치게 하는 따위의 거친 플레이를 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습니
  다. 기자들이 『당신은 왜 그 모양이냐』고 물으니 『프로 야구에선 마음 좋은 사람은 꼴찌
  하고 나 같은 악돌이가 일등한다』는 뜻에서 「Nice Guys Finish Last」라고 한 것입니다.
  
  저는 아리조나 다이어몬드백스가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한 날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
  리조나가 이겼기 때문이 아니라 양키스가 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리조나가 뉴욕 양키 스타
  디움에서 두 번이나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은 역전패를 당한 다음 아리조나의 피닉스(不死
  鳥란 뜻)로 돌아와서 6차전이 벌어진 날 관중석의 한 사람이 이런 글을 쓴 종이를 들고 있
  는 것이 텔레비전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Aura and Mystique are dancing in NY. This is Arizona.」
  「양키스에 따라다니는 後光과 신비함이 뉴욕에서 춤을 춰서 우리 팀을 홀리게 했지만 여기
  는 아리조나이니까 효과가 없을 것이다」라고 풀이되는 글입니다. 뉴욕 양키스는 정기 시즌
  에선 겨우 플레이 오프에 진출할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다가도 월드 시리즈에만 나가면 역전
  승을 거듭하면서 챔피언이 되곤 했습니다. 명포수 출신의 차분한 조 토리가 감독이 된 이후
  의 양키스는 위기 때마다 정말 不死鳥처럼 살아나곤 했습니다.
  평소엔 농땡이를 부리다가도 시험 때만 되면 번개치기 공부로써 항상 일등만 하는 머리 좋
  은 학생처럼 얄미운 것이 양키스였습니다. 이 승부 강함의 비결은 오랜 전통에서 우러나오
  는 신비한 자기 확신(또는 자기 최면), 그리고 단기 승부엔 항상 유리한 투수진(그래서 강
  한 투수진은 항상 강한 타선에 이긴다는 말이 있습니다)으로 설명되어지곤 하였습니다. 어
  쨌든 양키스처럼 맨날 행운을 먹고살아서야 「성실한 사람이 잘 사는 사회」는 우스개가 되
  고 「운 센 사람이 잘 사는 사회」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억울함을 가졌었는데, 이번에 아
  리조나 다이몬드백스가 억울함을 풀어준 것입니다.
  아리조나가 이길 수 있었던 또 다른 비밀은 양키스의 魔力에 전염되지 않은 신생 팀이었다
  는 점입니다. 양키스의 엄청난 전통이나 권위, 그리고 행운에 대한 선입감도 존경심도 없는
  심리적으로 아주 건강한 조건의 소유자였다는 의미입니다. 권위, 전통, 後光 같은 것은 안
  개와 같은 것이지요. 안개는 그것을 겁내는 사람에겐 유령처럼 보이지만 안개를 우습게 아
  는 사람에겐 한낱 물방울일 뿐입니다.
  金正日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金正日이 무시무시한 존재이고 영악하며 멋있다고 생각
  하는 사람들은 그에게 휘둘리지만 그의 본성이 겁쟁이이고 組暴 두목 정도의 식견을 가진
  인간이라고 정확하게 간파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金正日은 노리개에 불과하지요. 국가총생산
  을 기준한 경제력이 북한의 거의 100배나 되는 대한민국의 지도층이 그 북한정권의 두목에
  게 끌려다닌다면, 金正日의 후광과 신비에 홀려 있든지, 약점이 잡혀 있든지, 이것도 저것
  도 아니라면 위선과 환상으로써 자신을 속인 결과일 것입니다.
  
  만약 양키스가 이번에 우승했더라면 김병현이 맞은 홈런들은 미국 메이저 리그 역사상 유
  명한 홈런들 가운데 들었을 것입니다. 메이저 리그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홈런에 대해선 異論
  이 없습니다. 하나밖에 없으니까요. 그 홈런은 월드 시리즈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The
  Shot Heard Around The World(세계를 뒤흔든 홈런)」이라 불리는 그 홈런 이야기를 하겠습
  니다.
  1951년 미국 내셔널 리그의 페난트 레이스는 싱겁게 끝나는 것 같았습니다. 8월11일 현
  재 뉴욕의 브룩클린 다저스(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前身)는 뉴욕 자이언츠(샌프란시스코 자
  이언츠의 前身)를 13.5 게임차로 리드하고 있었습니다. 자이언츠는 시즌 개막 직후 11連敗
  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자이언츠는 그러나 8월에 16連勝을 하면서 다저스를 추격하기 시
  작하여 마지막 게임에서 다저스와 승률이 같아졌습니다. 당시엔 디비즌도 플레이 오프도 없
  어 내셔날 리그 승자가 바로 아메리컨 리그 승자와 월드 시리즈에서 맞붙었습니다.
  승률이 같은 두 팀을 위하여 제도에도 없던 3연전의 플레이 오프가 열렸습니다. 1차전은
  자이언츠가 3-1로 先勝. 보비 톰슨 선수가 홈런을 쳤습니다. 2차전은 다저스가 10-0으로
  승리하여 결승 3차전으로 넘어갔습니다. 자이언츠의 球場인 폴로 그라운드에서 9회 초를
  마쳤을 때 다저스가 4-1로 이기고 있었습니다.
  9회 말 자이언츠는 1루타, 1루타, 2루타로 1점을 얻고 「1死에 2, 3루」가 되었습니다.
  다저스 감독 찰리 드레센은 돈 뉴캄 투수를 물리고 랄프 브랑카 투수를 내세웠습니다. 톰슨
  이 打席으로 들어갈 때 3루쪽에 있던 자이언츠의 감독 리오 두로셔는 톰슨의 등을 향해
  『칠려면 지금이야』라고 말했습니다. 톰슨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에게 이렇게 다짐했다
  는 것입니다.
  『기본을 지켜라. 기다리면서 지켜봐. 너무 걱정하지 마. 집착하라, 공격적으로 생각하라,
  문제는 의지력이다. 기다려라, 기다려라』
  제1구는 정면으로 들어온 직구로서 스트라이크. 제2구는 몸쪽으로 들어온 약간 높은 공
  이었습니다. 톰슨의 방망이가 회전했고 공은 레프트 필드 스탠드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315
  피트를 겨우 넘겨 관중석의 맨 앞줄에 떨어지는 3점 홈런. 관중들과 선수들은 잠시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터진 환호, 그제야 사람들은 5-4로 자이언츠가 기적의 逆轉勝을 했
  을 뿐 아니라 내셔널 리그 페난트를 차지한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자이언츠는 월드 시리즈에선 양키스한테 4 게임 대 2 게임으로 졌습니다.
  
  지난 10월3일은 이 유명한 홈런 50주년이었습니다. 미국 언론은 보비 톰슨과 그에게 홈
  런을 허용한 랄프 브랑카 투수의 근황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77세의 톰슨은 종이를 파는
  일을 하다가 은퇴했고, 75세의 브랑카는 보험 외판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뉴욕에서 서로 친밀한 사이로 살아 가고 있었습니다. 브랑카는 지금 뉴욕 메츠의 감독인 보
  비 발렌틴의 장인이기도 합니다.
  올해 봄에 월 스트리트 저널紙는 폭로기사를 실었습니다. 당시 뉴욕 자이언츠가 상대 팀의
  사인을 조직적으로, 지속적으로 훔쳤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이언츠가 폴로 그라운드에서 경
  기를 할 때는 센터 필드쪽에 박아둔 첩자가 망원경으로 상대 팀의 포수가 투수에게 보내는
  사인을 훔쳐 불펜으로 연락했다고 합니다. 부저를 한번 누르면 직구, 두 번 누르면 변화구
  란 신호로써 말입니다.
  그런 신호를 받은 불펜의 중계자는 공을 집어서 자이언츠 팀 타자를 향하여 손을 번쩍 들
  어보입니다. 이것은 직구란 말입니다. 불펜의 중계자가 공을 던져 올리면 이것은 변화구란
  뜻입니다.
  톰슨 자신은 그 유명한 홈런을 칠 때 그런 신호엔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브랑카
  는 그 惡夢의 投球 3년 뒤 이런 사인 훔치기에 대해서 알았지만 친구 사이가 된 톰슨에게
  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브랑카는 회고했습니다.
  『엎질러진 우유를 놓고 울어봐야 무엇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인을 훔쳤다고 다 홈런을
  치는 것도 아닌 거고요. 만약 톰슨이 사인을 훔쳐서 그 홈런을 쳤다면 그는 거짓말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야 할 거고요』
  브랑카가 톰슨에게 역사적인 홈런을 허용하고 혼자서 쓸쓸히 球場을 나오니 戀人 앤 멀비
  가 자동차를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차에는 포덤 대학교 학장이자 예수회 신부
  인 패트 롤리가 동승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브랑카가 말했습니다.
  『여기 웬 일입니까』
  신부가 말했습니다.
  『할 말이 있어서 왔네. 랄프, 하느님께서 당신을 택한 것이야. 왜냐 하면 하느님께서는 당
  신이야말로 그런 십자가를 지고 견딜 만큼 강인하다고 판단하신 거지』
  그 뒤의 인생 역정을 보면 이 신부의 말이 的中한 것 같기도 합니다. 球場에서의 敗者가
  인생에선 勝者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저는 야구가 축구보다도 더 드라마틱하고 복잡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축구에선 종료
  시간 5분 전에 어느 팀이 4-1로 이기고 있다면 이를 뒤집는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불가능합
  니다. 야구에선 가능합니다. 逆轉의 의외성과 심도가 축구보다 큰 것이 야구입니다. 축구가
  아날로그라면 야구는 디지틀적이라고 할까요.
  야구에는 傳說과 神話와 抒情과 페이소스, 그리고 꿈이 있습니다. 이번 월드 시리즈의 7
  차전 마지막 게임 같은 것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소설이요 인생 축도판입니다. 때늦은 후회,
  名手의 失手, 그리고 事必歸正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지나놓고 보면 김병현의 그 바보
  같은 失投도 이 시리즈를, 그리고 마지막 게임의 역전승을 더욱 위대하게 보이도록 만들려
  는 神의 설계가 아니었겠습니까.
  야구는 눈앞에 전개되는 운동량과 속도감, 그리고 迫眞感에서는 축구보다 靜的이지만 인간
  의 두뇌와 가슴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 계산, 번민, 흥분에선 그 어떤 경기보다도 깊고 진
  한 맛이 있습니다. 야구는 보이는 부분보다도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재미 있습니다. 야구
  는 詩的이고 축구는 散文的이라고 할까요?
  저는 1996-1997년 사이 미국 보스턴 근교의 하버드 대학에서 1년간 연수를 했는데, 보스턴 레드삭스의 球場 펜 웨이 파크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이 구장은 시카고 컵스의 리그리 필드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오랜 구장이며 가장 분위기가 좋은 곳으로 꼽힙니다. 작지만 야구의 순수한 맛 느껴지는 곳이지요.
  전설적인 강타자 베이브 루스는 원래 보스턴 레드삭스의 에이스 투수였는데, 뉴욕 양키스로 송출한 경우입니다. 이 대실수를 보스턴 사람들은 [루스의 저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뉴욕 양키스에게 당하기만 하는 이유를 이 저주에 돌립니다. 다분히 숙명적인 체념이지요.
  1978년이 좋은 경우입니다. 이 해 보스턴 레드삭스는 7월 중순에 1위와는 10게임차, 3위인 양키스와는 14.5게임차를 두고 있었습니다. 7월 하순부터 시작하여 양키스는 희대의 역전극을 준비합니다. 나머지 73게임중 52게임을 이겨 정규 시즌이 끝났을 때 보스턴 레드삭스와 동률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단 한 게임으로써 아메리컨 리그 챔피언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펜 웨이 파크에서 열린 이 게임에서 7회까지 2-0으로 리드했습니다. 양키스의 공격이 시작된 7회초 2死에 주자를 두 사람 두고 버키 덴트가 들어섰습니다. 그는 시즌 중 홈런을 다섯 개밖에 치지 못한 약타자였습니다. 그런 그가 휘두른 방망이는 플라이 볼을 레프트쪽으로 날렸습니다. 다른 구장 같으면 외야 플라이 볼로 잡힐 거리였지만 펜 웨이 파크의 레프트는 아주 짧습니다. 3점 홈런! 양키스가 3-2로 역전. 레드삭스는 양키스를 5-4로 따라잡습니다.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 레드삭스는 2死에 3루 주자를 두고 강타자 야츠렘스키가 등장합니다. 내야 플라이.
  지금도 많은 보스턴 사람들은 버키 덴트란 이름만 들어도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이런 팬들에게 야구는 역사요 생활이요 고통입니다.
  메이저 리그 역사상 가장 높은 勝數를 기록한 시
  애틀 마리너즈를 꺾은 전통의 양키스를, 창단 4년만의 신생 다이어몬드백스가 7차전까지
  가는 死鬪를 벌인 끝에 누르고 우승했다는 것은 일종의 正義 구현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그 正義 구현은 영화에서처럼 一刀兩斷하듯 명쾌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처럼 복
  잡한 사연과 기복을 거친 끝에 힘들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역시 야구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
  다. 한가하게 야구 이야기로 시종한 것 같습니다. 납치 여객기 자살 테러, 삽시간에 사라진
  쌍동이 타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언론사 세무조사, 金正日 답방을 애타게 기다린 金大
  中 대통령의 메아리 없는 러브 콜, 밑빠진 독처럼 巨金을 잡수고 계시는 하이닉스, 무너지
  는 기초 질서, 저질 組暴 문화의 확산, 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선언 등등 겉
  으로만 본다면 올해도 어둡고 부정적인 것들이 더 많았던 한 해 같습니다만 이런 소용돌이
  아수라장 속에서도 커가고 나아가며 굳어지고 예뻐지는 구석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이 없을 뿐이지요. 다가오는 2002년 1월호에는 더욱 희망찬 이야기거리
  를 갖고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
[ 2001-11-08, 17:2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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