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시위가 한창이던 당시, 저는 워낙 궁금해서 시위 현장에 가 직접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최전선에서 차벽을 끌어내려던 무리에게 저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왜 넘어가려 하느냐? 넘어가면 그다음에 무엇을 할 것이냐?”
그러나 그들은 그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돌아온 것은 “경찰 프락치냐, 신분증 까라”는 위협이었습니다. 그들이 흔들던 만장 속의 표식은 제 뇌리에 하켄크로이츠처럼 각인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날, 차벽이 실제로 일부 무너졌을 때 들려온 말은 “이제 뭘 하지? 청와대로 갈까?” 였습니다. 사실 “명박산성”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그들에게 중요한 건 넘는 행위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넘은 뒤 무엇을 할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게 운동권의 본질일지도 모릅니다.
이번에 민주당이 정부조직법을 강행해 검찰청을 해체한 모습에서 저는 그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민주당은 특검 제도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둘 다 수사와 기소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검찰은 무조건 해체하고 특검은 확대해야 한다는 모순을 이겨내야만 비로소 민주당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상기해봅시다. 몇 년 동안 기획하고 몇 년 동안 투쟁하며 억지로 물레방아를 돌려 꾸어왔던 공수처의 꿈은 결국 계엄 수사라는 중차대한 현실 앞에서 한계성을 드러냈습니다. 이제 민주당 스스로도 언급하기 싫은 흑역사가 된 것입니다.
영화 <쥬라기 월드>에 인도미누스 렉스라는 공룡이 나옵니다.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이 괴물은 다른 공룡들을 닥치는 대로 죽입니다. 그러나 먹지는 않습니다. 그것을 본 주인공이 말합니다.
“먹으려고 한 게 아니야… 스포츠로 죽이는 거지.”
자연의 포식자는 배고플 때 사냥합니다. 생존이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키메라는 달랐습니다. 죽이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었습니다. 관객을 위해 설계된 인공물이었기에, 파괴 그 자체에서 존재 이유를 찾았습니다.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스포츠입니다. 검찰을 죽이는 스포츠. 70년 묵은 숙적을 제압하는 쾌감, 지지층에게 보여주는 정치적 스펙터클, “우리가 해냈다”는 승리의 함성. 그것이 전부입니다. 인도미누스 렉스가 관객의 환호를 위해 설계되었듯이, 이재명 정부의 검찰 해체도 정치적 관객을 위한 설계입니다. 실제로 작동할지, 국민에게 도움이 될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직 ‘검찰을 죽였다’는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입니다.
역사는 이런 장면을 여러 번 반복해왔습니다. 프랑스 대혁명의 급진 세력은 왕정을 무너뜨렸지만, 이후의 국가 운영을 준비하지 못해 공포정치로 몰락했습니다. 중국의 문화대혁명도 “낡은 것의 파괴”에 집착하다 사회를 황폐화시켰습니다.
17년 전 차벽 앞에서 “넘은 후 뭘 할 건가?”라고 물었을 때, 돌아온 것은 침묵이었습니다. 오늘 저는 다시 묻습니다. “검찰을 죽인 후, 그다음은?” 또다시 침묵만 돌아온다면, 우리는 알게 될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키메라였다는 것을. 그들의 목적이 건설이 아니라 파괴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