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서울시내 중식당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두 시간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상태인 그는 그제 있었던 김문수 전 대선후보의 당 대표 출마 선언문에 대하여 분노에 가까운 놀라움을 드러냈다. 특히 선동가 전한길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을 지적하며 "저런 자세로 대표가 된다면 내년 지방선거, 특히 수도권에선 우리 후보가 전멸할 것이다"고 했다. 불법계엄과 부정선거음모론을 편드는 사람은 아무리 민주당과 이재명을 비판해도 안 먹힌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잘못 치르면 당이 극우당으로 전락하고 그 후엔 분당의 위기로 몰릴지 모른다고 했다. 요사이 안철수 의원은 국힘당 혁신의 상징처럼 되고 있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정치인이 그럴 경우 인상이나 자세가 달라진다. 마라톤 완주를 하는 사람인데 어제는 더욱 生動했다. 그는 지난 국힘당 경선에서 지고도 대선에서 가장 열심히 김문수 지지 운동을 했다. 계엄과 부정선거음모론에 반대하는 그로서는 가치관이 다른 이를 지지하는 데 고민이 있었겠지만 '조직윤리'에 충실하려 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그는 해군 의무장교(대위) 출신이다.

안 의원은 김문수 씨 중심으로 음모론 세력이 뭉치고 있다는 점을 가장 걱정했다. 이번 당 대표 선거는 국힘의힘뿐 아니라 보수가 죽느냐 사느냐의 존폐가 걸린 중대사이고, 국민의힘 당원들, 특히 대구 경북 당원들이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親尹음모론 세력이 당권을 잡으면 국힘당은 극우쓰레기당으로 전락되든지 맨정신파가 갈라져 나와 수도권 중심의 진짜 보수정당을 만들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으로 이어지는, 부국강병과 민주화 운동의 주력군이었던 정통보수 세력, 이들을 대표한다는 국민의힘이 불법계엄 비호파와 부정선거음모론 세력에 접수되기 직전 상황이다. 나는 이런 국힘당을 구조하려면 맨정신파가 당대표 선거에서 대동단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는데, 안 의원은 결선투표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느냐는 分進合擊論的 입장이었다. 나는 공화국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종북계급투쟁론자와 부정선거음모론자들은 같다고 했다. 이들이야말로 수구반동 세력으로서 역사의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하고 그런 점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대선보다 더 중요할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최고위원이란 말을 없애는 것이 자신의 혁신안 중에 들어 있었다고 했다. 사실 최고위원이란 말 자체가 소련 공산당을 연상시키는 권위주의적 표현이다. 5.16 군사혁명 이후 등장한 것이 국가재건최고회의였다. 與野 공히 최고위원이란 말을 쓰는데 안철수 의원은 副대표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당 대표 바로 아래이니 부대표가 맞는 말인데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으니 나도 그동안 非민주적 사고에 자연스럽게 젖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철수는 의사, 교수, 의원, 대선후보, 당 대표 등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지난 한 세대 동안 한국인들의 일상적 대화에서 늘 등장했던 인물이다. 대통령 빼고는 다 해본 사람인데 나는 특히 그가 성공한 기업인이고 장교 출신이란 점에 주목한다. 황교안, 윤석열 두 사람이 군대에 가서 총을 잡아본 적이 있었더라면 황당하고 무책임한 부정선거음모론에는 현혹되지 않았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자신은 企業人이 아니고 起業人이라고 했다. 새로운 업종을 창조한 사람이란 것이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 起業人은 최근의 造語가 아니고 원래 있던 말이다. 자연스럽게 漢字교육의 再開로 한국어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지금은 잊은 사람들이 많지만 문재인 시절 민주당 정권의 연장을 막는 데 안철수 의원은 시작과 끝이었다. 그가 2021년 초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의 기치를 내 걸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치열하게 맞붙어 오세훈 후보가 이기니 그를 진심으로 지원하여 압도적 표차로 당선시킨 것이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었다. 국민의힘은 여세를 몰아 30대 이준석 대표를 내세우고 윤석열 후보를 뽑았는데 막판에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24만 표차의 기적적 당선을 불렀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진 안철수 씨는 2019년 전후에는 독일 뮌헨에서 유명한 연구소에 적을 두고 1년 여 체류하면서 부인과 함께 인생을 즐겼다고 했다. 나도 그 무렵 1주일간 뮌헨에 머문 적이 있었다. 내가 시험 삼아 "뮌헨에서 잘츠부르크로 가는 길 오른 편에 히틀러 산장이 있는데 가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갔다"고 했다. 내가 "절벽을 타고 오르는 것처럼 도로가 위험하다"고 했더니 그는 "걸어서 올라갔다"고 했다. 해발 2000m 되는 가파른 산을 오를 정도면 건강은 걱정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윤석열의 망상적, 발작적 계엄선포의 진짜 이유는 暴飮이었음을 암시하게 하는 것은 구속 적부심에서 변호인들이 공개한 肝수치였다. 정상인보다 6배나 높았다. 안철수 의원은 心身이 건강한 사람임은 확실하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좋은 제도는 거의가 보수세력이 욕을 먹어가면서 건설한 것들이다. 그런 위대한 문명건설의 챔피언인 한국의 보수세력이 음모론 세력에 의하여 그 왕관이 소매치기 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한 대화였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 대회는 음모론과 맨정신, 합리와 이성, 불법과 법치, 守舊와 진보의 대결이다.